코스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긴축 공포에 기업공개(IPO) 대어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청약로 인한 수급 쏠림 현상까지 겹치며 연일 약세를 보이다 끝내 2,830선까지 추락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2월 2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연준발 금리 인상 압박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과 주말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다음 주 역시 관망 심리 속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26일부터 시작되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완화적 메시지가 나오고 본격화되고 있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도출된다면 짓눌린 증시가 숨을 쉴 가능성도 높다고 관측하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87.63포인트(3.00%) 내린 2,834.29로 거래를 마쳤다. 이번주 들어 하루를 제외한 4거래일 내내 약세를 보이더니 끝내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2월 29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에서만 각각 9,284억, 1조 2,388억 원치를 팔아치웠다. 개인이 2조 5,897억 원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역시 이번주에만 28.54포인트(2.94%) 내리며 942.85까지 하락했다.
증시 약세의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연준발 긴축 공포가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한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넘어 양적 긴축(자산 보유량 축소)까지 진행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오며 급격한 금리 인상 압박으로 세계 증시가 짓눌렸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이 충격을 받았고 국내 증시의 인터넷·게임·2차전지 등 성장주도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이들 성장주가 추가 조정을 받을지 반등을 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변곡점을 26일부터 진행되는 1월 FOMC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나스닥 지수는 기술적 측면에서 조정 진입을 알리는 직전 고점 대비 -10%에 진입할 정도로 낙폭이 단기간에 이뤄졌다”며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는 시점에서 향후 추가 조정을 유발할 변수가 없는지가 향후 반등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월 FOMC가 첫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명확한 힌트를 제시하면 자연스럽게 양적긴축(QT) 시점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잠시나마 통화정책 불확실성 완화를 발판으로 증시가 안정을 되찾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1월 FOMC 이후로도 완전히 활력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음 주 코스피가 2,840~2,940을 오갈 것으로 내다보며 “다음 주 역시 경계심리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수급에 부정적인 이벤트들이 꼬인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촉발된 유가의 상방 압력과 실질금리 상승이 위험자산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음 주 주말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부터 열릴 1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및 보유 자산 축소에 대한 논의가 있겠지만 불확실성이 말끔하게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 봤다. 그는 이어 “또 한국 주식시장은 1월 말부터 2월 2일까지 설 연휴 휴장을 맞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설 휴장을 앞두면 거래량이 줄고 관망 심리가 강해진다”며 “이번에도 연휴 기간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과 월 초 발표되는 주요국 경제 지표에 반영될 오미크론 영향 등 불확실성이 상존해있어 관망 심리가 강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밴드를 2,800~2,950선으로 제시했다.
국내 증시의 악재로는 27일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도 거론된다. 일반 청약을 통해 114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인 대형 기업의 상장이 다시금 증시 수급을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LG엔솔의 상장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해석도 나오는데 LG엔솔 청약 후 남아 있는 개인들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경우 하방을 지지할 수 있는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영환 연구원은 “LG엔솔에 114조 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리며 증시 주변 자금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27일 상장 직후에는 LG엔솔을 그대로 추종할 여지가 있지만 이후 일부 자금은 여타 대형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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