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특수를 토대로 삼성전자를 역전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왕좌가 바뀐 것이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시장조사 업체가 발표한 올해 1분기 D램 시장 조사 결과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트렌드포스가 전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선 SK하이닉스는 1분기 D램 시장에서 매출액 97억 2000만 달러(36%)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처음으로 D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3.7% 점유율로 2위, 마이크론은 24.3%로 3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 점유율은 작년 4분기 36.6%에서 36%로 소폭 하락했지만, 삼성전자 점유율이 39.3%에서 33.7%로 더 크게 내리면서 삼성전자를 제쳤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4월 집계한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에서도 올해 1분기에 SK하이닉스 36%, 삼성전자 34%로 SK하이닉스가 앞섰다.
작년 1분기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점유율은 삼성전자 43.9%, SK하이닉스 31.1%로 10%포인트 이상 차이 났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39.3%, SK하이닉스가 36.6%를 기록하며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고 올 들어 역전까지 한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SK하이닉스의 경우 고부가 제품인 HBM3E 출하량 비중이 늘었고, 삼성전자는 HBM을 중국에 직접 판매하지 못해 HBM3E 출하량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주력인 5세대 HBM인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후속 제품인 HBM4(6세대) 12단 제품도 지난 3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샘플을 공급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HBM3E 제품의 퀄테스트 통과가 1년 넘게 지연되면서 주도권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을 위해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HBM2E 등 구형 HBM 생산량을 줄이고 최신 제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채비를 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차세대 제품인 6세대 HBM(HBM4)에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인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D램을 HBM4에 적용하기 위해 기존 설계보다 칩 사이즈를 키우고 수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3E 개선 제품은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완료했고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판매 기여 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HBM 판매량은 1분기에 저점을 찍고 HBM3E 개선 제품 판매 확대와 더불어 매 분기 계단식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HBM4에 대해선 "고객사 과제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하반기 양산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편 글로벌 D램 시장의 1분기 전체 매출은 270억 100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5.5% 감소했다. D램 계약 가격 하락과 HBM 출하량 감소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는 D램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는 PC 및 스마트폰 업체들이 90일간의 미국 상호관세 유예기간에 맞춰 재고 조정을 완료하고 생산량을 늘려 D램 공급업체의 출하량이 두드러지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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