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중 절반가량이 미 관세 부과 이후 수출 물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와이퍼 등 저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액 감소 폭이 커 자동차 공급망의 약한 고리인 중소·중견기업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미국의 품목 관세가 적용되는 자동차 부품 175개의 수출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중 64개 품목은 지난달 대미 수출액이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5월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용 판상 스프링, 직류 발전기 등 지난해와 올해 모두 수출 실적이 없었던 37개 제품을 제외하면 전체 수출품 중 46.4%의 대미 수출액이 뒷걸음질친 셈이다.
특히 중국·일본·인도 등 다른 나라와 경쟁이 심한 일부 부품들은 수출 물량이 50% 넘게 감소했다. 가령 지난해 5월 45만 6000달러(약 6억 2100억 원)가 수출됐던 차량용 와이퍼 및 성에·김 제거 장치는 올해 5월 1만 5000달러(약 2040만 원) 수출되는 데 그쳐 수출액이 96.7% 급감했다. 와이퍼나 성에·김 제거 장치 제조에 쓰이는 부품 수출액도 같은 기간 51.9% 줄었다. 계기판 수출액 역시 지난해 5월 1046만 달러(약 142억 원)에서 191만 달러(약 26억 원)로 80% 넘게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주력 자동차 부품들도 관세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25% 관세가 적용되는 175개 부품 중 대미 수출 규모가 가장 큰 ‘기타 자동차 부품’의 지난달 수출액은 1억 6710만 달러(약 2275억 원)로 1년 전보다 3.5% 줄었다. 지난해 수출액이 1200억 원을 넘기며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 상위 3위에 올랐던 변속기 및 변속기 부품 수출액도 지난달에는 30.5% 줄어든 6420만 달러(약 875억 원)에 그쳤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발 관세 쇼크가 비단 미국향 수출 실적 감소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 전반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간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총 225억 3300만 달러(약 31조 원)로 이 중 3분의 1 이상인 36.5%가 미국향 수출이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전인 4월에 전년 동월 대비 3.5% 늘었던 자동차 부품 총수출액은 관세 부과 직후인 지난달 총 9.3%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 관세 부과에 더해 미국 자동차 공장의 현지화율도 올라간 영향”이라며 “대미 수출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의 부품 수출 확대가 필요하지만 타격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동차 부품 산업 전반의 위기가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의 도산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 위주인 완성차 회사의 경우 미국·멕시코 등으로 공장을 옮기거나 투자를 줄이는 등 25%의 관세 폭탄을 버틸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부품 업체들은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의 하청을 받는 중소·중견기업이기 때문이다. 2023년 자동차 부품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9%로 제조업 평균(3.3%), 완성차 평균(9.6%)을 크게 밑돌았다. 관세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부품 업체들은 영업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하거나 도산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미 경북 국가산업단지 소재 자동차 및 전기전자 부품 업체, 경남 김해 소재 자동차 엔진 부품 제조업체 등 2곳은 올 3월 약속한 기한 내 어음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기도 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부품업체들은 대부분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현대차 등이 국내 생산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고용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자동차 부품 산업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자동차 부품과 마찬가지로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국내 자동차의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7.1% 감소했다고 밝혔다. 내수 판매는 같은 기간 0.4% 늘었고 이 가운데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비중은 처음으로 내연 기관차를 앞지른 51.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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