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발효된 미국의 대규모 감세법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인해 현대차(005380)그룹의 미국 내 연간 전기차 판매액이 최대 2조 7000억 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0일 발표한 ‘미국 트럼프 대규모 감세법의 자동차·배터리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OBBBA 발효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 5828대(매출 19억 5508만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OBBBA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시행하고 있던 다수의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기존 2032년 말에서 올 9월로 7년가량 조기 종료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전기차 시장 확대를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건설에 80억 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1월부터 현대차그룹 전기차 5개 차종(현대차 아이오닉5·9, 기아 EV6·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투자 지원 기대감이 높았지만 OBBBA 발효로 투자 회수 리스크가 커졌다고 한경협은 분석했다.
한경협은 OBBBA 발효에 따른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타격을 완화하려면 정책 기금과 세제 혜택 등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 산업은행에 5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 산업기금’을 설치하는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기금채권의 국가 보증 동의안을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하고 산업은행 내에는 전담 부서를 둬 기금 집행 시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불확실한 글로벌 정책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안정적 생산 기반 유지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적 재정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금·세제 혜택을 결합한 종합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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