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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독주에..블룸버그 'SNS 부대' 창설
국제 정치·사회 2020.02.20 17:38:04“불심검문(stop and frisk) 정책으로 흑인과 라티노의 반발을 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9회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는 새롭게 부상 중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을 대신해 중도를 대표하는 후보가 되자 집중견제가 이뤄진 셈이다. 최근 민주당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우리가 트럼프를 이기려면 더 많은 사람이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자신이 중도임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뉴욕시장 재직시절) 신체 불심검문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같은 중도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블룸버그의 신체 불심검문으로 500만명의 흑인 청년이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도 가세해 “뚱뚱한 몸집과 말을 닮은 얼굴의 레즈비언이라고 성차별 발언을 한 것은 트럼프가 아니라 블룸버그 이야기”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언론매체인 블룸버그가 미국 여성 직원에게 남성과 같은 월급을 지급하고 미국 내 좋은 직장 2위에 꼽혔다”며 해명했지만 모든 의혹을 한 번에 해소하지는 못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이날 집중포화를 당한 것은 최근 지지율이 오르면서 다른 후보들의 견제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나온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 따르면 샌더스 상원의원이 32%의 지지율로 독주하는 가운데 블룸버그 전 시장이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다. 지난달 32%로 1위였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16%로 추락한 반면 블룸버그는 8%에서 14%로 6%포인트 상승하며 3위에 올랐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부대’를 창설했다. 이들은 자신의 SNS에 블룸버그 전 시장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는 방법으로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개인당 월 2,500달러(약 299만5,700원) 정도가 지급된다. 1차적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500명을 모집한 뒤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WSJ는 “대부분의 후보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SNS 홍보를 독려하지만 블룸버그처럼 상당 규모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견제에 나섰다. 트럼프 재선캠프는 라스베이거스 지역언론인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에 전면광고를 싣고 “민주당은 일자리를 죽이는 사회주의 정책을 추진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석유와 석탄 산업을 죽였고 전국적으로 1,000만개의 일자리를 없앴으며 중산층의 세금을 인상했다”고 주장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해외칼럼] 샌더스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0.02.20 16:58:51공화당은 미국인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모든 시도를 ‘사회주의’의 악으로 몰아세운 기나긴 악명의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 공공의료보험 법안이 나왔을 때 이를 ‘사회주의식 의료체제’로 규정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 제도가 미국의 자유를 해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탁아 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가정에 정부의 재정지원을 의무화하는 보편적 아동복지 법안이 나오면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을 소련으로 만들려는 시도라며 맹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복지정책에 사회주의 프레임을 덧씌우는 것은 분명 부정직한 전략이기는 하지만 그 효과를 부정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전에서 조만간 선두주자 자리를 굳힐 것으로 예상되는 유력 후보가 스스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그들의 전략에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점이다. 사실 사회주의자라는 용어의 정상적인 의미 중 버니 샌더스에게 적용될 만한 것은 전혀 없다. 그는 주요 산업의 국유화를 원하지 않을뿐더러 시장경제를 계획경제로 대체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가 찬사를 보낸 모델 국가는 베네수엘라가 아니라 덴마크였다. 굳이 분류하자면 그는 유럽인들이 말하는 사회민주주의자다. 대표적인 사회민주주의 국가인 덴마크는 살기 좋은 곳이다. 샌더스가 턱없이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이유가 뭘까. 아마도 자본가 계층에 충격을 안겨주며 약간의 희열을 맛보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 작용했겠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개인적인 이미지 부여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이처럼 방종한 언행은 그가 진보색이 강한 지역을 대변하는 일개 상원의원이라면 별로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자가 된다면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발언은 트럼프 진영에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물론 그가 제안한 정책들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공공의료제에 해당하는 싱글 페이어 헬스케어는 원칙적으로 좋은 발상임에도 불구하고 실행될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 하지만 전 국민 의료보험을 대선 캠페인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할 경우 샌더스는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안전망을 빼앗아 가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으로부터 유권자들의 관심과 시선을 떼어놓게 될 것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샌더스가 실제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자가 된다면 민주당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그를 지지해야 한다. 샌더스는 미국을 덴마크처럼 변화시킬 수 없을 터이지만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을 헝가리와 같은 백인 민족주의 독재국가로 바꾸어놓으려 기를 쓰고 있다. 필자는 샌더스가 우익이 펼치는 비방공세의 손쉬운 타깃이 되지 않도록 자제해주기를 바란다. 샌더스가 평판이 나쁜 공화당의 정치 전략 가운데 하나에 스스로 휘말린 데 이어 부티지지 역시 또 다른 전략에 놀아나고 있다. 민주당이 백악관을 장악했을 때는 긴축재정을 부르짖으며 미국 경제를 절름발이로 만들다가 공화당이 고지 탈환에 성공하면 곧바로 대규모 적자지출로 돌아서는 고약한 전략에 부티지지가 맞장구를 친 것이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민주당은 어렵게 확보한 정치 자본을 공화당이 어질러놓은 쓰레기를 치우는 데 쓰지 말고 진보적 어젠다를 추진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 민주당은 과연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할까. 필자 역시 궁금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누가 후보지명을 받건 민주당 자신의 강점과 트럼프의 약점에 계속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마이클 블룸버그에서 샌더스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경선에 나선 인사들은 최소한 온건한 진보주의자들이다. 후보들은 모두 사회안전망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한편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기 원한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이 기본적으로 중도좌파 성향의 국가임을 보여준다. 지난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부유층 증세와 주요 사회복지 프로그램 유지를 공약으로 들고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고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같은 사실을 안다. 따라서 민주당은 근로 가정보다 부호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공화당에 맞서 사회안전망과 의료보험, 오바마케어 등 사회복지 정책을 지켜내는 서민 수호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중요한 것은 누가 후보지명을 받건 민주당은 가능한 한 폭넓은 연합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를 통째로 트럼프에게 넘겨주는 꼴이 되고 만다. 그것은 당과 국가 그리고 전 세계의 비극이 될 것이다. -
'슈퍼 화요일'도 샌더스 상승세... 부티지지는 5위로 추락
국제 정치·사회 2020.02.18 08:16:47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쟁이 초반 ‘샌더스 대 부티지지’ 양자 대결 양상으로 흘렀지만 앞으로 이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선거전문매체 ‘파이브써티에잇’(538)이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WPA정보가 지난 11~13일 네바다 유권자 4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5%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8%로 뒤를 이었다. 3차 경선지인 네바다는 바이든이 그동안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최근 앞선 경선에서 바이든이 추락하면서 샌더스가 급부상했다. 반면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10%로 5위에 머물렀다. 샌더스는 4차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파죽지세를 이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538이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해 평균화한 지지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바이든 지지율은 25.0%로 강세지역답게 샌더스(18.4%)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월 1일과 비교해 보면 바이든(38.3%)이 당시 샌더스(14.0%)를 두 배 가까운 지지율로 앞섰지만 이후 바이든 지지율이 빠지고 샌더스가 추격하면서 격차가 6.6%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반면 부티지지는 1월 1일 5.2%이던 지지율이 7.9%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음달 3일 14개 주에서 전체 선거인단의 3분의 1가량을 동시에 뽑는 5차 경선 ‘슈퍼 화요일’도 샌더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415명의 대의원이 걸린 캘리포니아는 ‘캐피톨 위클리’의 지난 6~9일 조사에서 샌더스가 29%로 1위를 차지했다. 캘리포니아 역시 그간 바이든이 1위에 오른 조사가 많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1%로 5위로 급락했다. 부티지지는 14%로 3위, 블룸버그 13%로 4위를 기록했다. 228명의 대의원을 뽑는 텍사스 역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실시한 유고브 조사에서 샌더스가 24%로 1위에 올라 바이든(22%)을 오차범위에서 앞섰다. 텍사스에서 샌더스가 바이든을 이긴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
판세 바뀌는 민주경선…샌더스, 바이든 꺾고 전국조사 1위
국제 정치·사회 2020.02.11 17:41:47민주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이후 당내 경선구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11일(현지시간)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향후 판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퀴니피액대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7%로 2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15%로 3위에 올랐다. 이 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친 것은 처음이다. 4위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14%)이며 5위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돌풍을 일으킨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10%)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말 조사에서는 바이든이 26%로 첫손에 꼽혔다. 당시 샌더스 의원은 21%였다. 블룸버그는 “지난 조사와 비교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졌다”며 “1월 말 49%였던 흑인층의 바이든 지지도가 27%로 하락한 반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7%에서 22%로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아이오와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샌더스 의원과 ‘빅2’를 형성하고 있는 부티지지 전 시장은 이날 “샌더스가 제시하는 이분법적 프레임은 중간에 있는 많은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파인 샌더스 의원이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샌더스 의원도 연이틀 부티지지 전 시장에게 맹폭격을 가했다. 그는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부티지지 전 시장을 겨냥해 “여러분은 후원자들과 상의하는 다른 후보를 보고 있다”며 “우리는 그 돈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이날 뉴햄프셔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는 모두 약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아이오와에서 누가 이겼는지 아느냐”며 “민주당은 코커스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조롱했다. 이어 “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에) 투표하러 갈 텐데 나의 고민은 누가 민주당 후보 중 최약체냐는 것”이라면서도 “민주당 후보는 모두 약하다”고 아무나 찍어도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절충형으로 어느 당에도 속하지 않은 유권자가 절차를 거쳐 투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과 소수계에도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1월에 일자리가 22만5,000개나 늘었고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며 “아프라카계와 히스패닉·아시아계의 실업률이 역사상 최저치”라고 강조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마력의 버니와 피트·힘없는 바이든…게임은 이미 끝났다?
국제 정치·사회 2020.02.08 11:30:00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다녀왔습니다. 개표 문제가 지금까지 말썽이지만 어쨌든 아이오와 코커스는 민주당 내부 분위기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실제 취재해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처음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기세가 너무 거셌던 것이죠. 막판에는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무섭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그 결과 막판 뒤집기가 가능했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예상보다 약했습니다. 현장 분위기만 놓고 보면 ‘샌더스>부티지지≫워런>바이든’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는 어느 정도 결정돼 있던 것입니다. 빨려드는 버니<3,000명>…고개 끄덕이게 되는 피트<2,000명> 버니 샌더스 의원의 연설은 한번 듣게 되면 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강렬하고 쉽고 그 메시지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1일(현지시간) 시더 래피즈에서 있었던 연설인데요. “우리는 월스트리트와 건강보험사, 주류회사, 화석연료 기업 그리고 군산복합체(군수기업) 등과 맞서 싸울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를 패배시킬 것입니다. 미국을 확 바꿉시다.” 이런 식입니다. 79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힘이 있습니다. 이날 3,000명이 몰렸습니다. 그의 발음은 분명하고 상대적으로 쉬운 영어를 씁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합니다. 2일에는 “내일(3일·코커스 당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말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행사는 축제 같습니다. 참석자들도 “버니! 버니!”나 “버니~샌더스!”를 너무 크게 외쳐대 주변 얘기가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의 행사장에 가보면 열정적인 2030을 중심으로 흑인과 백인, 중장년까지 지지층이 다양합니다. AP통신이 코커스 직전 한 여론조사를 보면 아이오와의 2030 절반가량이 버니를 지지했다고 합니다. “미국을 바꿔보자”는 젊은층의 열망이 강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그는 좌파입니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면 월가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듯한, 때로는 섬뜩한 느낌이 드는데 현장에서는 분위기에 취하게 됩니다. 외국인인 기자조차 우리가 함께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버니는 마력을 갖춘 정치인이었습니다. 부티지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지지층의 열정도 버니와 비교하면 뒤처지지 않습니다.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얼마나 긴지 부티지지가 몇 번이나 “땡큐”를 외쳐야 합니다. 뉴저지 뉴왁공항에서 아이오와의 주도 디모인으로 가는 비행기가 부티지지 지지자들로 꽉 찼습니다. 부티지지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38세의 나이에도 관록이 있고 그의 연설도 힘이 있습니다. 코커스 전날 2,000명을 끌어모은 게 그냥 되는 일이 아닙니다. 부티지지 지지층도 코커스 당일 밤 3~4시간씩 그의 연설을 기다릴 정도입니다. 아이오와의 한 주민은 “그는 스마트하다”며 “군대도 갔다 오지 않았느냐”고 칭찬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군복무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부티지지 지지층도 “바꿔보자”는 생각이 강합니다. 따지고 보면 이때부터 이미 코커스 결과는 나와 있던 것입니다. 득표율이 15% 미만인 후보 지지층의 경우 다른 후보로 바꾸거나 포기해야 한다는 규정에 부티지지가 이득을 봤지만 애초부터 최대 동원인원 기준 샌더스 3,000명, 부티지지 2,000명으로 1·2위였습니다. 졸린 바이든…2% 부족한 워런 당초 샌더스 의원과 함께 ‘빅2’로 꼽혔던 바이든 전 부통령의 유세는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2일 디모인의 하이어트 중학교에서 열린 바이든 전 부통령의 행사도 사람들이 꽤 모였습니다. 체육관이 꽉 찰 정도였는데 나중에 보니 언론이 30~40%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행사가 시작된 후 1시간 넘게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나오지 않고 지지자들의 지지연설만 이어지자 외국 기자들 사이에서 “이게 뭐야” 같은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나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연설은 느리고 임팩트가 없었습니다.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을 경우가 많았습니다. 웅얼웅얼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졸린 조(sleepy Joe)”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샌더스 의원의 연설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겠다”는 메시지는 좋지만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사장도 상대적으로 조용합니다. 그의 연설이 지루해지자 기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습니다. 처음에는 발 디딜 틈 없던 행사장도 후반부에는 비기 시작했습니다. 1,100명을 모은 행사였지만 바이든의 몰락은 예정돼 있던 겁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힘이 있었습니다. 2일 인디애놀라 심슨칼리지에서 열린 행사에는 한 350명이 모였습니다. 상대적으로 가장 적었지만 그래도 분위기만큼은 열정적이었습니다. 워런 의원은 2층 행사장에 올라가기 전 1층에 모인 지지자 및 기자들과 만나 즉석에서 질의응답을 받았습니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습니다. 이날도 “자산 5,000만달러 이상에게 부유세를 적용할 때가 됐다. 이 돈으로 4,300만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자”고 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행사장에 있는 아이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개인적으로는 보기 좋았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미국의 미래인 아이들을 배려하고 정치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다만, 샌더스 같은 후보에 비해 2%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나름의 카리스마는 있지만 무언가 부족한 듯한 느낌.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트럼프를 꺾을 수 있다”는 워런 지지자 앤드루 던의 얘기에 공감이 갔던 날이었습니다. 한반도·이란? 큰 관심 없어…향후 경선 뉴햄프셔 득표율 중요 유세장을 다니면서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민주당 경선, 혹은 대선에 참여하는 지지자들이나 국민들이 우리의 생각과 달리 한반도나 이란 같은 국제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죠. 국내에서는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꼭 대선용으로 북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같은 업적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신의 치적을 자랑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미중 무역합의처럼 미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가는 게 아닌 이상 미국민들은 큰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맞는 듯합니다. 샌더스 의원의 연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의 연설에는 △트럼프 타도 △월가·보험사·군수기업 공격 △학자금 부채탕감 △건강보험 문제 △미국의 빈부격차 등이 거론됩니다. 국제문제에 있어서는 유일하게 기후변화 문제를 중요하게 다룹니다. 기후변화는 실제이며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른 후보도 비슷합니다. 미국 내부의 문제가 우선입니다. 후보들은 미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 그리고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합니다. 물론 언론 인터뷰나 토론회에서는 외교정책에 대한 부분이 들어갑니다. 주요 후보의 정체성을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치열한 전투의 현장인 코커스 유세에서는 이 같은 내용은 보기 힘듭니다. 우리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지만 미국민들에게는 자신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한 것이죠. 미국민들이 한반도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대선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얘기입니다. 착각하면 안 됩니다. 지난해 만난 대선 여론조사 전문가인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교수가 “북핵이나 이란 문제는 미 대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 말이 떠오른 날이었습니다. 이제 관심은 11일 있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입니다. 현재로서는 샌더스 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부티지지가 얼마나 득표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즉 얼마나 잘 지느냐에 따라 부티지지 대세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급하게 됐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이후 기세를 몰아간다는 전략이지만 뉴햄프셔에서도 대패할 경우 앞날을 예측하기 힘듭니다. 민주 경선도 중도 vs 좌파, 2030 vs 중장년층 싸움으로 가는 모양새입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디모인·인디애놀라·시더래피즈=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30대 성소수자' 부티지지, 첫 경선부터 돌풍…바이든은 추락
국제 정치·사회 2020.02.05 17:32:45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를 뽑는 첫 장소인 아이오와에서 30대 동성애자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중간 개표에서 깜짝 1위를 차지했다. 당초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대역전극을 이뤄낸 것이다. 반면 대세론을 내세우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위로 처져 향후 민주당 경선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전0시 현재 71%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부티지지 시장이 26.8%의 득표율(대의원 배정기준)로 1위를 기록했다. NYT는 “지금으로서는 부티지지가 승리할 확률이 81%”라고 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25.2%로 2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이 18.4%로 뒤를 이었다. 샌더스 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봤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15.6%로 4위에 그쳤다. 3~4위권으로 평가받던 부티지지가 돌풍을 일으킨 데는 중도 지지층이 컸다. ‘메디케어 포 올(국가운용 단일보험체제)’ 같은 급진적 공약을 주장하는 워런이나 샌더스 의원과 달리 그는 원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메디케어 포 올 후 원트 잇’을 내세웠다. 또 부자 자녀들에게는 학비보조를 하지 않겠다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했다. 복잡한 ‘15% 룰’도 한몫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선거구별로 1차 투표를 해 15%가 나오지 못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다른 후보로 옮겨가거나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최초 투표 때는 샌더스 의원이 24.4%를 얻어 부티지지(21.4%)를 앞섰다. 이후 군소후보의 표가 이동해 코커스 승리의 기준인 대의원 배정 득표율에서 부티지지가 1위가 됐다.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부티지지의 폭발력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부티지지는 중장년층 백인으로부터 “옛 존 F 케네디 같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하버드대를 최우등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한 데다 미국인들이 중요시하는 군복무까지 마쳤다.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아랍어 등 7개국어를 구사하는 엘리트 백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38세의 나이로 70대 후반인 샌더스나 바이든 전 부통령과 대비되기도 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같은 중도 성향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추락한 반면 부티지지가 좌파 후보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는 점을 주목한다. 샌더스 의원의 텃밭인 뉴햄프셔에서 그가 선전할 경우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바람을 재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궁지에 몰렸다. 그는 유색인종이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시작으로 다음달 3일 수퍼화요일을 거치면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지만 뉴햄프셔에도 참패할 경우 대세론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또 다른 중도 후보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경선에 참여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표를 갉아 먹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부티지지는 시장 재직 중 있었던 흑인 차별 논란과 동성애자라는 점 때문에 흑인 지지율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다. 그는 2018년 채팅앱으로 만난 중학교 남자교사 체스턴 글래즈먼과 결혼했다. 부티지지와 새로운 2강을 형성한 샌더스 의원은 사회주의 논란에 뉴햄프셔 이후에도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워런 의원의 경우 아이오와에서 3위를 유지하면서 경선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아 당분간은 뚜렷한 대선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아이오와 코커스를 분석하면서 “승리자는 부티지지와 샌더스 의원,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워런과 에이미 클로부차 의원은 반반이다. 패자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이오와 코커스, 민주당”이라고 꼽았다. 이와 별도로 발표 지연사태를 계기로 소규모 주인 아이오와가 대선 풍향계로서 적절하냐는 의문과 당원들만의 행사방식인 코커스의 폐쇄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이오와의 인구통계와 작은 규모에 비춰볼 때 이 주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기세 오른 샌더스 "아이오와서 트럼프 종말 시작"
국제 정치·사회 2020.02.03 17:27:57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커뮤니티 행사가 열리는 디모인의 하이어트중학교에는 행사 시작 30여분 전부터 300~400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낮 최고기온이 섭씨 12도까지 오르면서 지지자들도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연단이 마련된 하이어트중학교 체육관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꽉 들어찼다. 1,100명가량 모였다는 게 바이든 캠프의 추정이다. 아내 질 바이든으로부터 “차기 미국 대통령”이라는 소개를 받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과 공화당·무소속 의원을 함께 끌어모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다른 후보가)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포용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은 “(차기 대통령은) 업무교육(OJT)을 할 시간이 없다”며 사실상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NBC방송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위해 뛰고 있는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샌더스 의원의 지지도가 오르면서 그가 최종 후보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경선에 뒤늦게 참여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케리 전 장관은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검토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바이든 후보 캠프 차원에서 샌더스 의원을 조직적으로 견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자인 20대 여성 니키는 “샌더스 의원은 분열주의자”라며 “바이든 전 부통령만이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강한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샌더스 의원을 향해 “나는 그가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의 기세는 이어졌다. 이날 오후 맥줏집 잉거솔에 모인 지지자들은 샌더스 후보를 기다리면서 함께 행동하자는 취지의 슬로건인 ‘낫 미 어스(Not me us)’와 ‘버니~샌더스!’ 구호를 번갈아 외쳐댔다. 행사 시작시간 기준 1시간30분여가 지난 뒤 나타난 샌더스 의원이 “내일(3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말의 시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참석자들도 덩달아 환호했다. 79세의 나이와 연이은 스케줄이 무색할 정도로 샌더스 의원의 말은 힘이 있고 또박또박했다. 이를 반영하듯 뉴욕타임스(NYT)의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샌더스 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22%로 공동 1위다. NYT는 “샌더스 후보의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아이오와 코커스의 복잡성 때문에 다른 후보들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은 디모인 링컨고등학교에 2,000명을 끌어모으며 뒷심을 발휘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자들을 앞서는 숫자다. 최근 군중 동원 수만 따지면 △샌더스 약 3,000명 △부티지지 약 2,000명 △바이든 약 1,100명 △엘리자베스 워런 약 350명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지지율 15%가 되지 않는 후보의 지지자들은 다른 후보를 밀거나 투표를 포기해야 한다. 합종연횡 시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아이오와에서는 최소 3위를 해야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탄력을 받는다. 인디애놀라 심슨칼리지를 찾은 워런 상원의원도 총력전을 벌였다. 워런 의원은 2층에 위치한 행사장이 꽉 차자 1층 로비에 내려와 즉석에서 질의응답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워런 의원이 “자산 5,000만달러 이상에게 부유세를 적용할 때가 됐다. 이 돈으로 4,300만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자”고 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워런 의원 지지자인 앤드루 던은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본선에서 트럼프를 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디모인·인디애놀라=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아이오와 왜 중요한가] 1위 했던 9명 중 7명, 민주당 대선후보로
국제 정치·사회 2020.02.03 17:27:55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는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아이오와에서 1위를 했다고 각 당의 최종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초반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고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핵심 승부처가 돼왔다. 특히 아이오와는 민주당에 큰 의미가 있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후보가 사실상 확정된데다 민주당의 경우 전통적으로 ‘아이오와 1위=최종 후보’가 많았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지난 1976년의 지미 카터 대통령 사례를 포함해 최근 9명(현직 대통령 재선 도전 제외)의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 1위 후보자 중 7명이 최종 대선후보가 됐다. 2000년부터는 4번 연속이다. 인구 316만명으로 대의원 수가 전체의 1%에 불과한 41명(일반 대의원 기준)인 아이오와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NPR은 “아이오와는 누가 잘하고 못 하는지, 또 계속 갈 수 있는지를 정하는 모멘텀”이라며 “90% 이상이 백인인 지역에서 후보자들이 광고에 5,000만달러를 쏟아 부은 까닭”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과도한 스킨십으로 수차례 논란이 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도 더뷰크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19세짜리 손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여성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인디애놀라 행사장에서 “아이들은 앞으로 나오라”며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격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NBC방송 관계자에게 사적 대화를 들킨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두고 “초보나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디모인·인디애놀라=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트럼프·블룸버그, 130억원 규모 슈퍼볼 대선 광고전 나서
국제 정치·사회 2020.02.03 08:34:29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TV광고에 천문학적 규모의 광고비를 투입하며 광고전에 나서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저녁 NFL 결승전 TV 광고에 각각 1,100만달러(130억원)가 소요되는 60초짜리 광고를 구매했다. 초당 2억원이 넘는 광고에 선거자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30초짜리 광고 2개를 구입했다. 취임 이후 흑인과 히스패닉의 임금 상승, 낮은 실업률을 포함해 경제적 성과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나머지 한 광고는 실제 방송 때까지 비공개로 했다. 60초 분량인 블룸버그 전 시장의 광고는 풋볼 선수가 되려 했지만 2013년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 20대 남성의 어머니를 등장 시켜 총기 문제를 다뤘다. 총기규제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려는 의도도 담긴 광고다. 한 광고 분석업체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달 29일 기준 방송 광고 2억2,600만달러를 포함해 모두 2억8,900만달러를 광고에 써 광고 지출액 기준으로 대선 주자 중 1위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400대 미국 부자 순위’에서 재산이 약 534억달러로 8위에 오른 갑부로, 후원금 모금 없이 자비로 선거운동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억달러로 공동 275위에 올랐다. 공격적 광고 덕분인지 블룸버그 전 시장은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9~30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 공동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성향 등록 유권자들 사이에서 12%의 지지율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당 주자 중 3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특히 그의 광고에는 자신의 과거 업적을 소개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 시키며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는 2,580만달러를 광고에 지출했고, 그를 지지하는 공동모금위원회는 별도로 2,470만달러를 디지털 광고에 썼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블룸버그 전 시장에 대한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 블룸버그 전 시장이 ‘가짜 뉴스’와 협력해 자신을 공격하는 광고에만 돈을 쓰고 있다면서 “그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돈만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블룸버그가 민주당 경선의 유력 주자로 부상한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선거를 조작하도록 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DNC가 대선 주자들의 TV토론 참여 자격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는데, 샌더스 의원 측을 비롯해 민주당 일부 주자들로부터 블룸버그 전 시장의 참여를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상황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블룸버그 전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나처럼 여론조사에서 갑자기 상승할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특파원 칼럼]트럼프의 승리와 아이오와
경제 · 금융 정책 2020.02.02 17:31:12그제 미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 새 증인과 증거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표결에서 반대가 51표, 찬성이 49표가 나왔다. 민주당은 크게 실망했고 탄식했다. 근거가 있다. 이 두 표가 트럼프와 민주당의 운명을 갈랐기 때문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언이 무산됐다. 앞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증인과 서류가 없으면 재판 받을 수 없다. 재판이 없으면 (트럼프 대통령도) 무죄가 될 수 없다”며 반발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볼턴 전 보좌관이다. 한때 미 외교·안보를 총괄했던 볼턴 전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원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의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다. 스모킹건이다. 이를 바탕으로 막판 뒤집기를 하려던 민주당의 꿈이 꺾인 셈이다. 트럼프의 완승이다. 둘째, 상원의 최종 탄핵투표 결과다. 증인 추가 표결에서는 밋 롬니와 수전 콜린스 공화당 의원이 반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상원에서 탄핵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절대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당론 투표를 한다는 게 다시 확인됐다. 민주당이 막판에 어떻게 나올지가 변수지만 지금으로서는 탄핵표결이 5일(현지시간) 예정돼 있다. 보지 않아도 부결이다. 셋째, 트럼프가 힘을 받게 됐다. 탄핵표결 하루 전인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한다. 미국의 외교안보, 경제정책을 설명하면서 지금까지의 업적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형식적으로라도 탄핵의 굴레를 벗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는 탄력을 받게 된다. 중요한 것은 연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으로부터 2년간 2,000억달러 수출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건 숫자(2,000억달러)와 언론 보도다. 실제 수출 2,000억달러를 하는 것보다 자신이 미국에 엄청난 일을 했고 국민들이 아는 게 핵심이다. 맨해튼에서 빌딩 개발을 할 때부터 몸에 밴 트럼프의 전략이다. 전 세계적 재앙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이해득실만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처음부터 2,000억달러는 가능하지 않은 목표였다. 미중 합의 때도 세부적 시기는 시장 여건을 감안해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행 항공편은 끊겼고 최근 2주 새 중국에 머물렀던 이들은 입국이 금지됐다. 대중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태로 중국이 합의를 못 지키거나 늦출 수 있는 구실이 생겼다.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영향도 지금은 제한적이다.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리처드 클래리다의 강연을 들은 적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중 무역갈등과 그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에 “미국은 수출 의존도가 12%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에도 미국은 한 발 떨어져 생각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심상치 않지만 대선 때까지는 추가 감세와 금리인하 카드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기운을 꺾을 수 있는 게 3일 열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다. 민주당의 경우 파죽지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대세론을 주장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롯해 누가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국민적 관심이 달라질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08년 아이오와에서의 돌풍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됐다. 민주당이 아이오와에서 반격의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 결과가 궁금하다. susopa@@sedaily.com -
[사진] 아이오와서 美민주 대선주자 토론
국제 정치·사회 2020.01.15 17:27:25 -
"美, 대선까지 기존 대중 관세 유지”
국제 경제·마켓 2020.01.15 08:17:02미중이 오는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최소 11월 대선까지 기존 대중 관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추가적인 관세 인하는 앞으로 최소 10개월간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 이후에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제매체 CNBC 방송도 당국자를 인용해 “대중 관세는 2020년 대선기간 내내 유지될 것”이라며 “미·중 합의사항에 추가적인 관세 인하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1단계 무역 합의가 시행되더라도 3,700억달러어치에 대한 25% 또는 7.5% 관세는 최소한 11월 대선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의미다. 재선 행보를 본격화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시장의 우려를 완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합의이행을 강제하는 지렛대로서 기존 ‘관세장벽’을 활용하겠다는 이중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번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라 미국은 1,600억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보류하고, 1,2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는 기존 15%에서 7.5%로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2,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로이터통신은 1단계 무역합의문에 추가관세 인하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추가적인 관세 인하에 대해선 어떤 합의도 없었다”면서 “이에 어긋나는 소문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하루 앞두고 공식 성명을 내놓은 것은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추가적인 관세인하론에 명확하게 쐐기를 박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무력 대신 살인적 경제제재”…트럼프, 이란 보복 수위조절
국제 정치·사회 2020.01.09 17:46:02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격과 관련해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과 새 핵합의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표한 대국민성명을 통해 “이란이 미군기지를 공격했지만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내 임기 동안 이란은 핵무기를 절대로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이란이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상자가 없음을 근거로 확전보다 수위조절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대신 미국은 이란에 이전보다 더 강력한 경제제재를 즉각 부과하기로 했다. 이란의 제재회피를 돕는 회사와 은행·선박에 대한 금융·무역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주요국들이 이란과 새로운 핵합의를 맺어야 하며 이란 국민이 평화를 받아들이면 번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물러서고 있다고 했지만 자신도 빠져나갈 방법을 원했다”며 올해 대선이 이번 결정에 변수가 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미사일 공격과 이후 전개과정을 보면 전면전을 부담스러워 한 이란과 미국이 대응수위를 치밀하게 조절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 모두 적정 수준의 행동을 통해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는 얘기다. 당장 미국은 사상자를 내지 않으면서 미사일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와 함께 추가 군사행동을 피할 명분을 확보했다. 미 국방부는 미사일 공격으로 텐트와 주차장·헬리콥터 등이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즉각 보복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중동 개입을 원치 않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최악의 수다. 중동 철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며 그는 “(미군이) 중동에 들어간 것은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라고 했을 정도다. 이란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미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복 미사일 공격으로 일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이란 내에서의 전면전은 피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직접 보복을 가해 체면을 차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번 보복 작전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아미르알리 하지자데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은 9일 성명에서 “미군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자랑하지만 우리의 공격에 총알 한 방도 쏘지 못했다”며 “최고지도자께서 말씀하셨듯 적절한 보복은 미군을 중동에서 내쫓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작전의 목적은 미국인의 인명을 살상하려는 게 아니라 미군의 군사 장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사상자가 없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은 미국을 건드릴 수 없다’는 언급과 함께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출구를 제공한다”며 “동시에 이란도 미국을 공격해 명예를 지켰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석했다. 다만 중동지역의 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중동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향후 미국의 공백을 유럽이 메우라는 압박의 뜻이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앞으로 나토에 이란 문제를 맡기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2015년의 핵협약을 폐기하고 이란과 전쟁을 선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이란 국영 IRNA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이란과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며 “이란은 이란을 전례없이 제재하면서 ‘협력’을 제안한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타크트-라반치 대표의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뒤 이란 측에서 나온 첫 공식 반응이다. 한 번씩 주고받은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8일 밤에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그린존에 로켓 2발이 떨어졌다. 그린존은 미국대사관 같은 각국 공관이 밀집한 곳이다. 그린존 로켓 폭격의 배경과 배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란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은 남아 있다. NYT는 “이란에는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대리 단체가 많다”며 “전문가들은 이란의 사이버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2020 신년기획] 샤피로 교수는 누구 - 美 정치학 대가...대선 여론 파악 등 정통
국제 정치·사회 2020.01.02 17:39:11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론과 정책 결정, 대중매체 그리고 응용통계의 전문가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시카고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땄다. 지난 1982년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가 된 뒤 정치학과 학과장, 사회경제조사정책연구(ISERP)소장 대행, 정치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과학진흥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2012년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낸 교수에게 주는 컬럼비아대 교직원 상을 타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선거 같은 대중 여론의 정치적 흐름에 정통하다. 1992년 공저 ‘합리적 대중’을 통해 대중의 생각이 엘리트 이상으로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2011년에는 ‘미국 공공여론과 미디어를 위한 옥스퍼드 핸드북’을 내기도 했다. 그의 연구는 여론조사 활성화로 이어져 미 정치학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인 2017년 6월에는 ‘테드(Ted) x’ 강연을 통해 정치학 역사에서 가장 크게 실패한 여론조사 사례로 꼽히는 1936년과 1948년, 그리고 2016년 미 대통령선거를 분석하고 대안을 짚었다. 현재는 미국의 당파적 양극화와 정치의 이념화, 여론 및 정책입안 관련 주제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북미관계보다 경제 성적이 트럼프 재선에 결정적"
국제 정치·사회 2020.01.02 17:39:07대통령선거 전문가인 로버트 샤피로 미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2일(현지시간) “지금 시점에서 누가 대선에서 이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리와 흑인 유권자의 지지를 전제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로 유력하다고 점쳤다.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 연구실에서 만난 샤피로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신년 특별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대선을 이같이 예상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대선 전망을 조심스러워했다. 아직 선거까지 11개월가량 남은데다 여론조사 결과가 끊임없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주류 언론과 전문가의 예상이 모두 틀렸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이번 대선 정국도 탄핵 탓에 시작부터 어수선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 샤피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선거에 이어 올해도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반드시 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를 하는데 일반 유권자로부터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가 해당 주 선거인단 전체를 가져간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반 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난번보다 더 확실하게 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2016년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300만표 가까이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 수에 밀려 패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샤피로 교수는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미시간주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은 민주당이 가져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서 4만4,000표, 위스콘신에서 2만8,000표, 미시간에서 1만1,000표 차로 힐러리 전 국무장관을 아슬아슬하게 이겨 이들 주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했다. 그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된) 2018년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이들 주를 석권할 수 있었던 득표율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최근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는 민주당이 더 유리해 보인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 대선 때 공화당에 빼앗긴 플로리다까지 되찾으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게 샤피로 교수의 말이다. 플로리다는 대표적인 경합주로 뉴욕과 함께 세 번째로 많은 선거인단(29명)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55명)가 1위, 텍사스(38명)가 2위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리한 데는 경제 덕이 크다. 그는 경제성적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엄청난(tremendous)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게 이것”이라며 “여전히 충분히 강해 보이는 경제는 사람들이 임금 같은 것에 만족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적은 표차로 승리가 결정되는 경합주에서는 경제가 좋은 것이 효과를 발휘한다. 샤피로 교수는 현시점을 전제로 “선거인단이라는 숫자게임을 고려하면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가까워진 듯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해 경기침체 우려가 컸던 미국 경제는 소비가 굳건히 버티면서 연말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같은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도 우여곡절 끝에 1단계 합의를 이뤄냈다. 지난해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소비자들의 재정상황 평가와 증시 상승률, 실업률을 근거로 따졌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것으로 봤다. 샤피로 교수는 “다만 올해 미국 경기가 어느 정도 둔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며 “(사람들이) 경제불안이나 불확실성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겠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 상황도 변수다. 최종 대선후보 확정을 위해 다음달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11일 뉴햄프셔 코커스, 15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22일 네바다 코커스가 잇달아 치러지는데 아직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앞서 좌파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중도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이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최근에는 다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대선 풍향계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지지도 1위에 오르면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샤피로 교수는 “민주당 경선이 이뤄지는 초반 4개 주를 바이든 전 부통령과 워런·샌더스 상원의원, 부티지지 시장이 하나씩 나눠 가질 가능성이 있다”며 “7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까지 대의원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는 초반 4개 주를 거치면서 유력 후보군이 드러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2016년에 이어 또다시 민주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민주당 후보의 나이 문제뿐 아니라 무상교육·메디케어 등의 정책에서 민주당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샌더스 지지자들은 최종 후보였던 힐러리 전 국무장관을 위해 투표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이중 워런과 샌더스 의원이 내세우는 좌파 성향의 공약은 민주당의 표를 갉아먹는 요인이다. 샤피로 교수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 중에서는 트럼프를 싫어하지만 민주당을 더 싫어하기 때문에 트럼프를 찍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을 꼽았다. 그는 현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당 대선후보가 누군지를 묻자 “바이든이 사우스캐롤라이나를 가져오고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여전히 가장 강력한 후보로 보인다”며 “만약 그가 예상을 깨고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에서 이길 수 있다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발언 이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북미관계는 대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다. 샤피로 교수는 “북한이나 이란이 하는 일이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선거전선은 다른 문제들로 그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권자인 미국민들이 외부 문제보다는 국내 이슈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더 많다는 게 샤피로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또 하원이 통과시킨 탄핵결의안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샤피로 교수는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탄핵을 위해 탄핵을 제안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상원에서 트럼프 탄핵안이 통과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했다. 이어 “탄핵에 대해서는 대중의 의견이 분열돼 있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현재로서는 탄핵이 어떻게 선거 이슈로 부각될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탄핵 여론조사에서는 찬반이 엇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샤피로 교수는 여론조사 수치를 볼 때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대학 학위를 받지 않은 백인 유권자들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며 “작은 마을과 시골에 사는 이들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특정한 여론조사를 추천하기는 어렵고 여러 개의 조사를 평균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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