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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원로 특별좌담<4>] "中 눈치 보지 말고 한미동맹 강화해야... 선택의 문제 아냐"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1.01.24 10:59:2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한미는 물론 남북·북미·한중·한일관계가 모두 변곡점을 맞았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기조를 벗어나 전체주의 진영에 대응한 자유민주주의 진영 간 연대·동맹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의 외교 안보 전략도 크게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경제는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을 통해 외교안보 원로 특별좌담회를 마련하고 각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숙 전 유엔대사(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설립추진단 공동단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권영세 국민의힘 국회의원(전 주중대사)의 포괄적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한중관계에 관한 이들의 견해다. △미중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요. ▶권영세: 이수혁 주미대사가 지난해 6월 “한국은 이제 선택을 강요받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매우 잘못된 발언입니다. 저는 과거 주중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께 “중국과의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미국과 관계가 돈독하다면 중국과 협상하는 것도 미국이 일부 용납할 겁니다.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협상할 때도 ‘북핵의 위협’을 명확히 중국에 전달하고,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조치를 취하도록 하지 않으면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면 명분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중국도 그런 식의 경제 보복을 하지 않았겠죠. 과거 독일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 말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 재임 당시 소련이 ‘SS20’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은 ‘퍼싱-2’ 미사일 배치를 논의했습니다. 이때 독일 헬무트 슈미트 총리는 소련이 미사일을 철거하지 않으면 퍼싱-2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협상 전략을 짜면 중국을 대할 때도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숙: 경제와 안보에 있어 중국의 중요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이 커졌고 앞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향후 남북통일 과정에서도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고요. 하지만 그건 원칙적인 얘기일 뿐입니다. 중국은 북한과 전략적으로 가까운데다 한국과 공유하는 근본적 가치가 없습니다.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 낮은 인권 수준, 1당 독재 등은 한국과 전혀 다릅니다. 주변국을 대하는 패권적 태도도 우리에게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고요. 일각에서는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적 모호성 유지 등을 말하는데 그건 일반론적인 담론이죠. 사드 배치, 대북 제재, 완전한 비핵화 추구, 미사일 방어(MD) 체계 등 구체적 현안에 들어가면 궁극적으로 선택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사드의 경우도 북한에 대해서만 운용하겠다고 했는데 롯데 등 한국 기업들에 제재를 가했잖아요. ▶신각수: 미중갈등에 따른 우리의 대응을 선택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미중갈등은 분야마다 대립의 정도, ‘제로 섬 게임’ 여부 등이 달라 포괄적으로 단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우리는 1953년 한미동맹을 맺으면서 미국을 선택했고 우리 평화와 번영의 기반을 제공했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물론 시장, 북한 문제 해결, 지정학 관점에서 중국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범주로 다루는 게 순리입니다. 한미동맹은 안보의 관점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의 기본가치에도 부합합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하고요. 동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압도적 존재감을 감안할 때 한미동맹과 자유로운 인도·태평양은 우리에게 전략적 공간을 만드는 데에도 필수입니다. 한미관계가 튼튼할 때 사드 사태와 같은 중국의 고압적 자세도 견제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보다 평평한 토대 위에서 관리해 갈 수 있고요. 중화질서의 수직적 관계를 재현하려는 중국몽 가능성을 방어하는 차원에서도 우리는 한미동맹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한미동맹 중시가 반드시 중국과 대립관계에 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원칙·가치·국익의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대응하면 단기적 손실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미중갈등에서 오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윤병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장기 투쟁을 강조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장기전을 경고한 상황입니다. 한국은 보수·진보 정부를 떠나 미중 간 장기 갈등을 상수로 삼고 외교 안보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 하는 큰 부담을 지게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 민주주의 발전이 한미동맹을 토대로 이뤄져 왔다는 점입니다. 또 앞으로 통일을 달성할 때까지 동맹이 중심축이 될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미동맹의 기조에 확고히 입각해 한중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대원칙을 견지해야 합니다. 균형외교나 등거리 외교는 이러한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미중 간 선택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도 적절치 않죠. 미중갈등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동맹의 핵심 이익·가치와 관련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는 잘 구분해야 합니다. 가급적 이해관계가 충돌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안이 생길 때마다 양측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선택을 요구할 경우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할 외교 원칙은 무엇입니까. ▶김숙: 우리는 원칙적으로 주권과 국익, 가치의 입장에 서야 합니다.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체제 참여, 한·미·일 안보협력을 하지 않는다는 한중 간 약속)’ 등 임기응변 식으로 빠져나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그러면 우리 입장만 더 약해집니다. 중국의 핵심이익을 해칠 의향이 없다는 걸 말하고 우리의 핵심이익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설득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과 미국은 동맹 관계라는 현실을 중국에 이해시키고 이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정정당당하게 말해야 합니다. 쿼드 플러스((미국·일본·호주·인도 다자 안보협력체(쿼드)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 등 국가들을 추가하려는 구상), D10(주요 민주주의 10개국)에 참여하는 데도 눈치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게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으니까요. 우리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참여 하잖아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중국이 그렇게 중시하는 보하우포럼에 이사장으로 헌신하고 있잖아요. 중국과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양국 인식을 확대해야 합니다. 중국이 좀 더 경청해야 돼요. ▶신각수: 미국이 민주주의 연합이나 쿼드 플러스를 확대해 가는 목적이 중국의 부당한 행위를 견제하려는 데 있다면 이를 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에게는 민주주의 확산이 평화와 번영의 관점에서 유리한 것이잖아요. 적극 참여해서 적절한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외교 자산을 풍부하게 할 겁니다. 중국에 대한 지렛대도 될 것이고요. 한국은 이미 1990년대 말 미국과 함께 민주주의공동체(CD)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민주주의 국가 연합체 결성에도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쿼드 플러스의 경우에도 중국 봉쇄나 완전한 탈동조화가 아니라 중국의 부당한 행위를 전환하려는 목적으로 참여하는 게 타당해요. 다른 중견국가들과 함께 바이든 정부가 실용적 현실주의에 입각한 대중정책을 구사하게 할 필요도 있어요. 동맹 결속을 강화하고 미중갈등도 완화하는 활동이지요. 중국의 반발과 미중관계의 파국을 막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중갈등에 따른 우리의 외교적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국론 분열 방지입니다. 결정에 따른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중장기적 국익을 확보하겠다는 국민의 결집된 의지가 중요하죠. 정부가 초당파적 소통에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권영세: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겁니다. 특히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비춰 볼 때, 미국과 동맹 국가인 우리는 쿼드 등 중국 견제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는 미국과는 가치·무기를 공유하고, 중국과는 지리·경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교역량은 우리 총 교역량의 25% 정도를 차지합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기본적인 원칙을 갖추고 한중 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을 견고하게 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발전도 공고하게 만든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윤병세: 중요한 건 (미중 간 선택 요구 때마다 그 사안이) 한미 동맹의 핵심가치나 이익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2015년 한국은 AIIB에 가입하는 게 우리 기업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설립 명분에 찬성하고 있었고요. 다만 미국이 민감해 한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 외교·재무 당국과 인내심 갖고 투명하게 협의했습니다. 호주 등 비슷한 입장을 가진 나라들과 공동 대응을 하면서 한국은 결국 AIIB 창립회원국이 됐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인정한 좋은 사례죠. 미국이 올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는 구체화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 회의는 중국만을 겨냥하기보다는 전세계 권위주의 인권 탄압 국가 전반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부담은 적을 것으로 봅니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도해 온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참여하지 않으면 불명예가 되는 것이죠. 반면 쿼드는 현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돼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합니다. 최근에는 공동군사훈련까지 하는 등 협력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참여하기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다만 비동맹 주도국인 인도는 쿼드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이것이 중국을 겨냥하는 건 아니라고 분명히 천명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개방된 협의체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호주·일본도 대외적으로는 쿼드가 중국 봉쇄라는 점을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도 한미동맹뿐 아니라, 한미일 3국 협력, 쿼드 등 다양한 수단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를 넘어 역내 평화와 번영에 대한 기여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포괄적 한미 전략동맹의 발전 방향과도 부합하는 길입니다. /윤경환·김인엽기자 ykh22@@sedaily.com <관련기사> -
[외교 원로 특별좌담<3>] "한일관계, 국내 정치 이용 않겠다는 신호 줘야 실마리"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1.01.24 10:59:1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한미는 물론 남북·북미·한중·한일관계가 모두 변곡점을 맞았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기조를 벗어나 전체주의 진영에 대응한 자유민주주의 진영 간 연대·동맹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의 외교 안보 전략도 크게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경제는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을 통해 외교안보 원로 특별좌담회를 마련하고 각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숙 전 유엔대사(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설립추진단 공동단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권영세 국민의힘 국회의원(전 주중대사)의 포괄적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한일관계에 관한 이들의 견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는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분리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직 반응이 없는데 우리가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요. ▶신각수: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과거사와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어요. 그러나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함으로써 한일 위안부합의를 사실상 무력화시켰고, 강제징용 피해자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외교적 해법을 내는 데도 소극적 태도를 보였죠. 여기에 일본이 반발하면서 사실상 ‘원트랙’으로 바뀐 실정입니다. 문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문제 관련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는 피하는 게 바람직하며 그 이전에 외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 정부의 실제 행동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그 이면에는 한국 정부가 도쿄 하계올림픽을 ‘평창 어게인’으로 만드는 데 목적을 둔 게 아닌가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결국 관계 회복 여부는 우리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피해자, 지원단체 등과 협의해 실효적 해결방안을 마련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일본 정부의 협조를 얻어 특별입법을 통해 외교적 타결을 보는 게 중요합니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한일 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발굴해 구체적 성과를 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악화된 양국 국민감정을 순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하고요. 그래야 우리가 당초 의도한 투트랙 접근을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권영세: 문재인 정부는 대부분 외교정책이 국내 선거용이에요. 최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일본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났지만, 눈에 뻔히 보이는 수법으로는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위안부 합의를 엎은 것부터 강제징용·위안부 판결,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다’라는 20대 총선 슬로건까지 전부 보여주기 식이었습니다. 국내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전략이었어요. 역사적 책임은 물론 일본에 있습니다. 그러나 미시적 차원에서의 한일관계 악화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걸 확실히 해야 합니다. 스가 정부도 현재 어려운 상황이고 우리 정부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가 어려울 겁니다. 한일 간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짚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김숙: 양국 관계가 오늘에 이르게 된 원인에는 먼 원인과 가까운 원인이 있습니다. 과거사, 독도 문제 등 먼 원인은 일본이 제공한 게 틀림없습니다. 반면 최근 현안에 대한 가까운 원인은 우리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고 봅니다. 현 상황에서 양국 정부 모두 책임감과 역사적 성찰을 결여한 채 옹졸한 국내 정치적 시각에 함몰돼 있습니다. 이걸 탈피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 기업 자산 강제집행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은 급한 위기 상황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적절했다고 평가합니다.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분리하겠다는 발언도 좋았습니다. 문제는 일본 내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미 극에 달한 상태라는 점입니다. 상호 신뢰 회복이 우선이에요. ‘현재와 과거가 싸우면 피해는 미래가 본다’는 격언처럼 양국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비정삭적인 상황을 벗어나겠다는 인식을 절박하게 가져야 합니다. 한일관계 악화 이후 엄청난 어려움 속에서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의 고통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윤병세: 1965년 수교 이래 한일관계가 일시적으로 불편한 적은 많이 있었지만 정부 임기 내내 불편하다가 최악까지 간 경우는 지금이 처음일 겁니다. 1965년 체제로 불리는 한일관계의 기둥이 무너지고 있다고 느끼는 게 가장 큰 이유죠.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가 연이어 국내 법률 문제로 치환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김영삼 정부 말기 악화됐던 한일관계를 회복시켰습니다. 양국 지도자의 미래를 보는 결단과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죠. 법률 문제가 아니라 외교를 통해 미래로 가는 대로를 만든 것이었어요. 대일 외교는 공통의 이해 영역을 발굴·확대하고 갈등 요인을 사전에 예방해야 합니다. 그것이 안 될 경우 사후 위기관리라도 과감하게 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출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양국관계기 루비콘 강을 건너면 과거사와 미래 관계를 분리해서 대응하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현 정부는 남은 기간에 양국 정부와 국민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실질 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후임 정부와 미래 세대에 한일 관계 파탄이라는 엄청난 부담을 유산으로 넘겨서는 안 돼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삼각 관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윤병세: 국내 일각에서는 한미관계와 한일관계를 별개의 양자 관계로 보려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미국은 6·25전쟁을 계기로 일본·한국과 양자 동맹을 맺은 뒤 두 동맹 간 상호 보완적 역할을 강화하는 ‘자전거 바퀴살’ 전략을 취해 왔습니다. 집단적 성격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는 다르죠. 이 전략은 탈냉전, 9·11 사태, 북한 핵위기, 최근 미중갈등을 거치면서 계속 현대화되고 있습니다. 양자 동맹 간 다자적 연계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진화해 왔어요. 궁극적으로는 통합하거나 상호 운용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요. 이 전략이 동아시아, 아시아·태평양, 인도·태평양으로 지역 범위를 넓혀갔어요. 오바마 정부 이후 일본은 지역 평화와 번영의 초석(코너스톤)의 역할로, 우리는 핵심축(린치핀)의 역할로 각각 자리매김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내정자,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아시아 차르) 내정자 등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적극 주도한 인사들입니다. 다자주의와 동맹 간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는 전략 동맹이자 가치동맹인 한일 양국이 수교 이후 최악의 관계로 후퇴한 것을 크게 우려할 겁니다. 양국이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도록 강하게 관여하고자 할 것이고요. 한일 양국은 북핵에 따른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는 당사자들로서 안보적으로 긴밀히 연계돼 있습니다. 양국 관계가 한미일 삼각 체제의 한 축이라는 외교 안보 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한미일 3자 협력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 핵심축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미국의 정책에 탈동조화되는 상황을 맞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스스로 외교 전략적 공간을 축소시키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죠. ▶신각수: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동맹을 통한 공동대응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의 동북아 정책의 핵심인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는 동맹경시와 한일관계 악화로 한미일 삼각협력이 정체된 상태였죠.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전략상 한미일 삼각 공조관계를 복원하는 데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악화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고요.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미일 삼각협력,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다자 안보협력체), 쿼드 플러스(쿼드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 등 국가들을 추가하려는 구상)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과거 오바마 정부 때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출장 경로에 일부러 한미일 차관급 협의를 넣고 참가자들을 격려한 적도 있습니다. 한일 양국은 북핵이나 중국 문제 등에 입장이 유사합니다. 따라서 양국은 미국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펴는데 협조할 경우 얻을 실익이 많죠. ▶김숙: 한미일 3국은 자유민주주의와 국제협력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중국의 패권화 방지, 동북아의 안전과 번영 과 같은 전략적 안보 목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한미·미일 간 양자 동맹을 삼각 간접 동맹이라고 합니다. 한일관계가 무너지면 삼각동맹 자체가 무너지게 되고 중국·러시아·북한에 대응하는데도 상당히 불리하게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2019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얘기한 것이고요. 상원 외교위원장과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지정학적·문화적·역사적 소양이 깊어 다행입니다. ▶권영세: 한미일 삼각동맹은 미국 입장에서 동북아시아 역내 평화 유지와 중국 견제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일관계가 회복돼야 효과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을 겁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한일관계 회복이 더디거나, 틀어지거나, 급박한 상황을 맞는다면 미국은 일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 쿼드 등 다른 방식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정리=윤경환·김인엽기자 ykh22@@sedaily.com <관련기사> -
[외교 원로 특별좌담<2>] "바이든, '北비핵화' 목표 안 바꿀 것... 한미훈련 양보 말아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1.01.24 10:58:48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한미는 물론 남북·북미·한중·한일관계가 모두 변곡점을 맞았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기조를 벗어나 전체주의 진영에 대응한 자유민주주의 진영 간 연대·동맹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의 외교 안보 전략도 크게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경제는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을 통해 외교안보 원로 특별좌담회를 마련하고 각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숙 전 유엔대사(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설립추진단 공동단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권영세 국민의힘 국회의원(전 주중대사)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북미관계에 관한 이들의 견해다. △북한이 최근 당대회에서 핵무력 강화 의지를 더욱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 현지에서는 북한이 결국은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김숙: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게 또 드러난 것입니다.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민주당 측 전문가 중에서도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므로 핵능력 증강 억제를 위한 소위 ‘중간 단계 합의(Interim agreement)’를 주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이에 동조하는 일부 보수 학자들도 있고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등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만든 용어를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목표를 완화하면 세계적인 핵 비확산 체제까지 완화될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동북아시아에 핵이 확산할 빌미를 주게 됩니다. 러시아와 중국을 놓아두고 겨우 60~80개 핵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만 핵 군축을 하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이란식 핵 합의가 거론되는데, 이란과 북한은 핵 개발 단계도 다를뿐더러 핵을 보유하려는 목적도 달라요. 이란은 ‘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의 다자회담을 했는데 우리도 6자 회담을 하지 않았습니까. 2008년 마지막 북핵 6자 회담 수석대표로 참석했을 때 저도 현장에서 느낀 한계가 있어요. 비핵화라는 목표는 못 바꿉니다. 비핵화에 대해 북미 양측이 이견이 없는 규정에 합의한 뒤 이걸 이행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만드는 게 바람직합니다. ▶신각수: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는 다른 대북 협상 방식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정부의 하향식 정상회담보다는 상향식 실무회담을 중시하고, 추상적 합의가 아니라 원칙에 입각한 구체적이고 집행 가능한 합의를 모색할 것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주요 외교 안보 정책 결정자들은 과거 북한과 협상을 해본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기 때문에 북한의 책략에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거예요. 바이든 정부 내에 핵 군축파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북핵이 거의 완성 단계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우선 동결을 추진하자는 것이지요. 북한을 그대로 둬 핵 무력을 완성하면 그것이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협상을 핵 군축으로 전환하면 제재 완화 대신에 동결과 비확산에 치중하게 됩니다. 완전한 비핵화는 물거품으로 끝날 위험이 큽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치밀한 외교적 노력을 펼쳐야 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가 하노이 교섭에서 제시한 선이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협상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핵화의 이행을 위한 전체적인 로드맵 작성, 보고·검증 체계 완비, 제재의 단계적 완화, 위반 시 스냅백(제재 복원) 조항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합니다. ▶윤병세: 북한은 그간 세계적 핵 대국, 동방의 핵 대국을 지향하면서도 ‘최소한의 억제력’에 입각한 핵 군축 협상을 오래전부터 염두에 둬 왔습니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36회나 핵을 언급하면서도 싱가포르 합의 사항인 완전한 비핵화를 한마디도 안 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죠. 바이든 정부의 북한 핵 문제 전략 방향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정강이나 바이든 대통령 인터뷰·기고 등에 큰 얼개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원칙 있는 외교, 북한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인 압박,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의, 다자간 협력 활용, 정상 주도 외교가 아닌 시스템 외교, 북한 핵능력 축소 시에만 정상회담 가능, 북한 핵 위협 봉쇄와 지역 도발 억제 등이죠.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2~3개월간 대북 정책을 검토해 전략적 기조와 정책 옵션들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일본과도 협의를 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과 협상을 하게 될 경우 새 외교 안보팀 대부분이 관여했던 이란식 모델을 한반도 상황에 맞춰 변형하는 방안을 일단 주로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은 다자 협상 틀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란 핵 협상과 북핵 6자 회담 때도 다자 협상의 틀 내에서 수시로 양자 회담을 가진 바 있습니다. 오바마 2기 행정부 때 한미 양국이 주도해 구축한 전례 없는 국제적 대북압박 공조는 북미정상회담과 북중러 밀착 관계 등으로 최근 2~3년간 구멍이 났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비핵화 진전이 없는 한 동맹 공조와 다자주의 강화 차원에서 압박의 틀을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권영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보여주기식 협상이 아닌 실효성이 있는 협상을 지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이 북미 재협상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방향을 잘못 잡은 겁니다.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추이를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당장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남북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을 추진할 경우 바이든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권영세: 최근 문 대통령과 국방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지속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의 2단계 검증 평가를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의 전술핵이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지시에는 입을 닫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외 외교는 북한에 치중된 대북정책밖에 없습니다. 변화에 대한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바이든 정부와 이런 식으로 북한 문제에 있어 이견을 보이면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봅니다. ▶신각수: 북한이 북핵 교섭에 응하지 않는 채 핵전력 증강에 몰두하는 상황에서는 연합훈련을 연기·축소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훈련 없는 군대는 전투력이 약화돼 방위 능력 손실로 이어지게 되지요. 주한미군도 이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연합훈련 문제는 기본적으로 동맹국인 미국과의 문제이며 한미 협의로 결정될 사항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남북관계나 북핵 교섭을 핑계로 한미동맹, 한미연합방위 체제에 간섭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북한은 핵과 재래식 전력을 마음대로 증강하면서 우리의 방위력에 대해 간섭하고 있습니다. 이를 방조할 경우 더욱 큰 간섭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 때 한미 양국은 북핵 교섭을 위해 연합훈련을 일시 보류한 적이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교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봐요. ▶김숙: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느닷없이 연합훈련을 ‘돈만 드는 워게임’이라고 얘기하면서 문제가 꼬였어요. 그건 한미동맹에 대한 모욕이었습니다. 반면 미 군부는 당시에도 훈련 재개가 아니면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로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남북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두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논의하자고 합의했다는 점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도 군사훈련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잖아요. 남북공동군사위원회에서 협의한다고 했지, 금지한다고도 안 했습니다. 더욱이 그 위원회는 가동된 적도 없어요. 만약 우리 정부가 별도로 바이든 정부에 연합훈련 중단·축소를 제안하면 바이든 정부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한미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신뢰를 깎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윤병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일본 자위대와 미군은 지난해 말 대규모 합동군사훈련 ‘킨소드’를 실시했습니다. 이달에는 미국·일본·호주·캐나다·인도가 우리만 불참한 가운데 다국적 대잠훈련까지 진행했고요. 북한이 핵과 첨단무력 강화를 천명한 엄중한 상황에서 정작 한미연합군사훈련만 중단하면 한미동맹의 군사적 준비태세에 큰 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합훈련 중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그 사이 북한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대시켰어요.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훈련 재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북한 문제는 후순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윤병세: 현 정부는 참여정부 말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을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계속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비판적 입장에 비춰 남북관계 진전을 추동할 수 있는 북미 관계 개선이나 비핵화 진전을 상당 기간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특히 ‘바텀업’ 방식을 취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입장이나 북한 문제가 현재까지 외교 안보 과제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지 않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는 남북 대화를 통해 북미 관계를 끌어올릴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어요. 다만 블링컨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인도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시사했습니다. 미국이 인도적 분야에서는 제재에 저촉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습니다. ▶권영세: 현재 미국은 한반도나 북한 문제가 최우선이 아닙니다. 대외적으로 패권경쟁을 하는 중국과의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한 상황입니다. 국내적으로도 코로나19 등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살아있다”고 말했듯 이란 핵 합의도 시급한 문제이고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나 싱가포르 회담 등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평화를 지향한다는 철학적 기조만 남겨둬야 합니다. 미국에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대북제재 완화,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중단) 등 지엽적인 면까지 우리의 생각을 고집해선 안 된다는 얘기예요. ▶신각수: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대응, 경제 회복, 분열된 사회 수습 등 산적한 국내 문제입니다. 대외문제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여유가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죠. 다만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시절 추락한 미국 위상 회복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고, 그 다음은 이란 핵 합의 복원과 북핵 문제가 서로 우선순위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바이든 정부의 대응도 빨라질 수 있지만, 이때는 오히려 제재를 강화하고 일종의 전략적 인내로 갈 위험도 있죠. 종전선언은 잘못된 정책 수단입니다. 미국도, 북한도 흥미가 없는 사안입니다.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남북관계를 북핵 문제에 앞세우는 전략상 오류 때문에 의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은 한국이 대미 접근이나 경제협력·지원을 얻는 데 활용할 가치가 있을 때만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왔습니다. 이후 상황이 바뀌면 합의를 뒤집고 성과를 되돌리는 행태를 반복해 왔죠.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는 행태에 상응하는 비용을 반드시 지불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선의만으로 대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거듭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김숙: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에 북한 문제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미국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보면 이상할 게 없습니다. 저는 정책 추진에 시간이 걸릴 수는 있어도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아요. 미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세계를 보는 관점에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응하는 데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아시아 차르) 내정자,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등은 한국을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평화프로세스는 2017년 7월 베를린 구상 이후 기본 원칙이 바뀌었어요. 당초 목표였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은 약화하고 정상회담에 중점을 둔 남북관계, 대북제재 완화 추구, 제재를 역행하는 대규모 경협 시도 등을 앞세워 미국의 의구심을 샀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지명도 남은 임기 내에 평화프로세스의 마지막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조치로 보여요. 바이든 정부는 ‘톱다운’ 식 정상회담에 명확히 선을 긋고 비핵화 진전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프로세스를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한미동맹에 기반해 공조를 중시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의미 있는 진전은 할 수 있겠죠. 뭔가 완성하지는 못해도요. 현실적으로 봐야지, 성급히 욕심을 부리면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어떤 북미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숙: 정부가 북한을 포용하고자 하고 남북·북미정상회담 추진에 모든 정성을 쏟느라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어요. 부작용도 있었고 외면을 당한 적도 있었고요. ‘기승전북’ ‘북바라기’ 등 아주 냉소적인 용어도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지나친 북한 위주, 이벤트성 위주에서 탈피해 건전하고 합리적인 상식에 입각한 상호주의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 비핵화 추구라는 우리 목표에도 부합하고 한미관계도 원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한미정상회담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너무 서두른 결과 실패의 쓴맛을 본 적이 있습니다. 보여주기 식 행사보다는 실무 접촉을 먼저 추진하고 국무·국방장관 방한을 조속히 끌어내는 게 더 의미가 있습니다. ▶권영세: 문재인 정부도 임기 종료 시점이 다가왔으니 급박하게 기존 기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친북·친중 기조로는 바이든 정부 아래에서 우리가 고립될 수밖에 없어요. 물론 문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은 더 공고히 해야 합니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모든 문제를 봐야 합니다. 북한 문제도 정의용 장관도 새로 지명됐으니 아마 그전과는 접근법이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윤병세: 현 시점은 우리 정부 임기가 1년여 남았고 바이든 정부는 4년 남았다는 점에서 과거 김대중 정부 말기, 부시 정부 초기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2001년 새로운 미국 지도자의 정책 방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첫 정상회담을 서둘러 가졌다가 햇볕정책과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협정 문제로 (한미 양국이) 삐걱거린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임기 말까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과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사례를 유념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각수: 바이든 정부가 진용을 갖추고 대북 정책을 마련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겁니다. 올 하반기나 돼야 교섭 재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죠. 국내적으로는 4월 보궐선거가 끝나면 내년 대선 정국을 향해 정치권이 움직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집행력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로서는 바이든 정부가 가급적 빠른 시기에 북핵 문제 해결에 착수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북 정책을 성안하는데 우리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한미 합의에 기초한 교섭 전략을 마련하는 일에도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도를 넘는 행동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거나 대북전단금지법과 같이 북한의 턱없는 주문에 곧바로 응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당분간 남북이 접촉조차 힘든 상황에서 일방적인 제안을 남발하는 것도 피해야 하고요.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자세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다만 북한이 원하면 대화하겠다는 여유 있는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북 정책은 서두를수록 북한 페이스에 말려들게 됩니다. /정리=윤경환·김인엽기자 ykh22@@sedaily.com <관련기사> -
[외교 원로 특별좌담<1>] "美민주연대 적극 참여하고 대북전단금지법 폐기해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1.01.24 10:58:39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한미는 물론 남북·북미·한중·한일관계가 모두 변곡점을 맞았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기조를 벗어나 전체주의 진영에 대응한 자유민주주의 진영 간 연대·동맹 중심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의 외교 안보 전략도 크게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경제는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을 통해 외교안보 원로 특별좌담회를 마련하고 각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숙 전 유엔대사(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설립추진단 공동단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권영세 국민의힘 국회의원(전 주중대사)의 포괄적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한미관계에 관한 이들의 견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계승해야 하며 싱가포르 선언이 북미 대화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방안에 현실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윤병세: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대폭 수정할 것을 이미 예고했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지명자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북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포괄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겁니다. 당연히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도 그 주요 재검토 대상이 될 것입니다. 싱가포르 공동 성명을 포함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과 유산에 대해 그간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팀은 다양한 계기를 통해 부정적인 입장을 강하게 표명해 왔습니다. 현재로서는 바이든 정부가 이를 계승하길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다만 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일부 요소들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수정돼 활용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마도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동맹국인 한국·일본 정부의 의견, 북한의 도발 여부, 중국의 협조 여부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숙: 저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표명했다고 느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에도 핵능력 축소와 비핵화에 북한이 동의해야만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블링컨 내정자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얘기했고요. 문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언급했는데 저는 그 성과가 뭔지 의문이 듭니다. 트럼프 정부와 아주 명확한 차별화를 시도하는 바이든 정부의 공식 입장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은 TV 리얼리티쇼와 같은 ‘톱다운’ 외교의 전형인데 이걸 모델로 삼자는 것은 비현실적이에요. 바이든 정부의 외교팀은 몇 달에 걸쳐 대북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고 이미 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아는 한 동맹 존중의 원칙 아래 한국·일본 등과 긴밀하게 협의할 예정입니다. 한미는 싱가포르 회담을 시작점으로 삼는 게 아니라 전문가·실무진 선에서 ‘바텀업’ 방식으로 협의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 됐든 지난 4년(트럼프 정부의 성과)은 배척될 것이에요. 노파심에 더 얘기하자면 ‘완전한 비핵화’ 추구 목표가 희석될 정도의 대북 유화정책이나 남북 간 독자적 행보 역시 미국은 수락하지 않을 겁니다. ▶신각수: 바이든 정부는 자신의 외교 안보 정책상 필요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취사선택해 이어받을 것입니다. 싱가포르 회담은 당시 훨씬 유리했던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회담입니다. 합의 내용 자체도 완전한 비핵화는 후순위로 밀려 있고 매우 추상적이죠. 바이든 정부가 이를 기준으로 출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북핵 교섭은 비핵화의 정의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예요.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정책을 재검토하지는 않더라도요. 다만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의 의도·취약점, 미국의 최저선이 드러난 만큼 바이든 정부가 이를 토대로 전략을 세울 수는 있을 겁니다. ▶권영세: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인선을 보니 오바마 정부 때 사람들이 대거 들어왔습니다. 이에 따라 ‘오바마 2.0’이 되는 게 아니냐, ‘전략적 인내’가 또 반복되며 북한의 도발수위가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차원에서 싱가포르 회담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일단 트럼프 정부의 접근법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정상끼리 보여주기 식으로 만나는 것보다는 과거 이란 핵 합의 때처럼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접근법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바이든 정부도 싱가포르 회담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정부 때와 같은 기조로 바이든 정부를 대한다면 처음부터 한미동맹 간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죠. 바이든 정부에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미중 갈등을 전제로 한 전통적 동맹 복원에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전시작전권 전환, 한미연합군사훈련, 반중연대 참여 등 갈등 위험 요소도 많은데 우리가 동맹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김숙: 동맹 복원에 주력한다는 것은 우리로서 아주 환영할 입장이라고 봅니다. 한미동맹 간 현안은 항상 존재했어요. 노무현 정부 때는 용산 주한미군 기지 반환, 이라크 파병, 미국 대사관 이전 등 9~10개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했죠. 한미 간에 현안이 많은 건 이상한 게 아닙니다. 바이든 정부는 너무 일방적으로 동맹을 훼손한 트럼프 정부와 달리 전통적 동맹의 ‘가치’도 복원하겠다는 입장이에요. 동맹 간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겁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경우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면서 3월에 실시는 하면서 한미 간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이해했습니다. 미 국방부나 주한미군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필수요소처럼 중요시합니다. 논의가 바람직하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군사적 성격을 띤 한미 현안에 미국의 요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중국이나 북한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은 물론 딜레마입니다. 그러나 이는 감수하고 가야죠. 한미동맹을 가치 동맹이라고 본다면 현안을 가치중립적, 전략적 모호성 전략으로 해결한다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민주주의 연대, 쿼드 플러스(미국·일본·호주·인도 다자 안보협력체(쿼드)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 등 국가들을 추가하려는 구상) 등에 적극 참여해 동맹의 외연을 넓혀야 합니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현 정권 내에 성급히 추진하면 커다란 실수가 될 겁니다. 물리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아요. 이미 시한을 몇 차례 연기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교훈에 따라 시한 기반이 아닌 조건 충족이라는 원칙에 양국이 합의했습니다. 한국군 핵심 군사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의 조건을 충족하기로 합의한 이상 시한을 못 박지 말고 그 조건에 맞춰야 합니다. ▶윤병세: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 중시 정책을 공언하는 것은 (한미관계가) 정상궤도로 향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동맹국의 의무와 역할도 합리적으로 늘리라는 요구이기도 하죠. 그런 측면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문제,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뿐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와 중거리 미사일 배치 여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와 주둔 형식, 쿼드와 대중 공동 전선 참여, 종전선언 추진, 대북 제재 해제 여부와 그 방식 등은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가장 커다란 도전이라고 보고 있으므로 현 정부 임기 중 북핵 관련 한미일 협력 강화, 대중국 공동전선 참여 등을 우리에게 강하게 기대할 거예요. 오바마 정부 때 한국 보수 정부와의 관계가 이례적으로 ‘한미동맹 역사상 가장 강력한 관계’ ‘빛 샐 틈 없는 동맹’ 등으로 불린 이유는 북핵, 동맹 현안 등 수많은 난제를 신뢰의 토대 위에서 행동으로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포괄적 전략 동맹의 일원으로서 북핵 대응 등 동맹의 핵심이익·가치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보의 핵심축(린치핀) 역할을 충실히 담당해야 합니다. 한미연합사령부 구호처럼 ‘같이 간다’는 자세를 행동으로 보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의 잠수함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를 추적·탐색하는 다국적 대잠훈련에 당사자인 우리 군이 불참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쳤을 겁니다. ▶신각수: 한미동맹은 당면한 혼돈의 전환기를 헤쳐나가는데 필수인 우리의 소중한 전략자산입니다. 미국이 트럼프 정부 4년이 남긴 부정적 문제를 상당히 안고 있지만 여전히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리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우리의 평화와 번영이 한미동맹과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기반으로 구축된 만큼 이를 잘 가꾸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의 출범으로 한미관계는 트럼프 정부 시절보다 좋은 여건으로 변하게 된 건 사실입니다. 방위비분담은 조기에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전시작전권은 (문 대통령) 임기에 얽매이지 말고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아직 충분한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양국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무리 없이 추진해야 합니다. 바이든 정부의 동맹 강조에는 동맹의 책임 분담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동맹은 기본적으로 쌍무적이라는 점에서 우리 능력에 부합하는 만큼 기여할 필요가 있지요.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중견 국가이고 개발도상국에서 산업화·민주화를 달성한 독특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중시하는 민주주의·인권·반부패·환경 등 가치중심 외교에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보다 능동적으로 미국에 대한 외교 지렛대를 늘려 가면 미중 대립 가운데서도 우리의 독자적 전략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권영세: 리더(이끄는 사람)와 레더(이끌리는 사람)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반면 바이든 시대에 맞춘 대미·대중·대일 등 다른 외교정책은 존재하는지 의문입니다. 거의 실종 상태죠. 그나마도 외교 정책 대부분은 국내 선거용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우리의 자유를 지켜주는 나라이고 가치와 무기를 공유하는 나라입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미국과의 관계가 공고해야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문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 관련 논의를 북한과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바이든 시대에 한미동맹의 첫 단추 잘못 끼운 거예요. 이런 점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초부터 대북전단금지법 문제가 양국간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권영세: 대북전단금지법은 우리 시민단체의 전단 살포 행위뿐 아니라 대북 정보 유입도 막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시민단체들은 그간 DVD나 여러 구호물품도 뿌려왔는데 이런 것마저 전부 금지한 법이거든요. 심지어 우리 시민단체가 전단을 살포하면 처벌하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각수: 바이든 정부의 가치 지향적인 외교 안보 정책의 주된 분야는 민주주의 확산과 인권 신장입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기본적 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대북 정보 유입은 북한의 변화를 추동할 주요 수단입니다. 우리 대북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막는 건 타당하지 않은 조치입니다. 한국은 민주화와 인권 면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앞섰던 나라입니다. 탈북 어부 강제송환, 북한의 공무원 사살 행위에 대한 침묵, 북한 인권 관련단체에 대한 압박 등 북한을 의식한 한국의 반인권적 정책은 현저한 국익 손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미관계에도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고요. 국제사회의 비판이 많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시정해야 합니다. 인권 문제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입니다. 다양한 수단을 통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문제를 직접 제기하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권문제가 개선되면 북핵 합의 이행 촉진, 북한 주민의 삶 개선, 북한 경제에 대한 외부 지원 장애 제거 등 제반 효과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죠. ▶김숙: 인권은 인류 보편적으로 확립된 규범입니다. 우리 헌법에도 국제법을 존중할 의무가 들어가 있어요. 이걸 일각에서 내정간섭이라고 말하는 건 ‘우물 안 개구리’ 식 생각입니다. 편의주의적이고 아주 잘못된 대응입니다. 북한 관련 사안은 보편적 가치로 대응해야 합니다. 우리는 남북관계를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최근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에도 불참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의구심과 비판도 받았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해서는 미국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청문회도 예고됐습니다. 한미동맹 호기인 바이든 정부 초기에 대북전단 문제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 국익 차원에서도 굉장히 잘못된 것입니다. 북한 주민에게 외부 세계의 정보를 제공해 인권을 증진한다는 건 바이든 정부의 기본 전략이에요. 대북전단금지법은 다소 무리하게 추진됐고 국제사회의 기본 방침에도 반합니다. 잠재적 갈등 요소로 심화되기 전에 법안을 폐기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만약 그게 어렵다면 신속하게 잘못된 부분을 수정·보완해야 돼요. ▶윤병세: 한국은 민주화 이래 국제 인권 외교를 주도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06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창설된 이후 현재까지 5회째 인권이사국을 역임하고 있어요. 2016년에는 이사회 의장까지 수임했습니다. 또 민주주의 공동체 운영이사회, 발리 민주주의 포럼, 유엔 민주주의 기금에 이사국·참여국으로 활동하며 전세계 인권과 민주주의 확산에 적극 기여해 온 모범 국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대북전단금지법 통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은) 아마도 한국 민주화 이후 최초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추이와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 하원 청문회가 예고된 대로 개최될 경우 북한이 아닌 한국 정부의 인권 정책이 40여 년 만에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 사실 자체가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을 내세운 바이든 정부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겁니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나 EU(유럽연합) 인권특별대표 등이 국제인권 무대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문제로 문재인 정부 마지막 임기 1년 동안 불필요하게 국가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어요. 외교력이 자칫 낭비될 수도 있고요.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의 우려를 잘 경청해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한국 정부가 우리 스스로의 안보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와 협력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윤병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8차 당대회에서 핵추진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 무기, 초대형 핵탄두 등을 개발·생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우리를 겨냥한 다양한 전술 핵무기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가 국방력 강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우리의 안보 전력 강화는 분명 시급한 문제입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한미 간 합의된 다양한 안보 전력 강화 계획, 확장억제력 강화 대책을 토대로 바이든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맹 현대화 작업은 오스틴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강조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실존적 안보 위협에 대한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확장 억제력 전진 배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식 핵협의 장치 고도화 등을 병행하는 전략을 조속히 협의해야 합니다. 앞으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안보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당대회에서 요구한 첨단군사장비 반입 중단,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에 응하는 것은 북한에 우리 안보 문제에 대한 거부권을 주는 셈이 됩니다. ▶신각수: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는 북한을 압도할 전력을 상당 부분 구비했으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비하는 데는 현저히 뒤처졌죠. 현재 우리가 추진 중인 3K(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 보복(KMPR)) 정책만으로는 시간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미 협력을 통해 전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억지 차원에서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강구돼야 합니다. 우선 한미 확장억지전략 고위급회의의 역할을 강화하고 임무·절차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한미 공동관리 아래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핵순항미사일을 구비한 핵잠수함을 한반도 연안에 배치하는 방안 등을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어 차원에서는 수도권 상층 방어가 부족한 점을 감안해 사드 구입·배치, 미사일방어 체제 운용에 필요한 한미 정보공유 체제 구축 등을 추진해야 하고요. ▶김숙: 지난해 10월과 올 1월 북한의 야간 열병식을 보니 북한은 핵·미사일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도 발전시켜 왔습니다. 핵무기를 장착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개발도 공식화했습니다. 무기 차원에서 볼 때 남북한 간 안보 환경이 우리한테 불리하게 변화하고 있어요. 비대칭 전력에서 열세인 데다 그동안 우리가 앞섰다는 재래식 무기의 간격도 줄고 있어서 안심할 수 없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추진 잠수함과 달리 무한에 가까운 잠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들을 이동시키는 데 유용해요. 북한 SSBN에 대처하는 관점에서 우리도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전세계 핵 비확산 체제에 위배될 수 있다는 문제는 있어요. 하지만 투명성을 유지하겠다는 쪽으로 국제 사회를 설득해야 해요. 꼭 고농축이 아니더라도 저농축 우라늄으로 잠수함 원자로를 가동할 수 있는 신규 기술도 프랑스 등 해외에 있어요. 50조원이 넘는 국방 예산을 전력 강화에 더 중점을 두고 쓰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됩니다. 자주국방 강화에 더 박차를 가하고 북한 무력도발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핵추진 잠수함 개발 추진이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아요. 우리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됩니다. ▶권영세: 지나친 군비경쟁은 지양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급속도로 부상하고 일본도 지속적으로 군비를 확장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 군도 장비의 정예화·현대화를 추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초토화된 상황에서 역내 군축을 했습니다. 이는 독일이 당시 NATO에 편입돼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NATO와 같은 틀이 없습니다. 우리도 전체적인 역내 흐름을 봐서 군사력을 증강해야 합니다. 물론 세밀한 부분에 있어서는 미국과 협의해야겠지요. /정리=윤경환·김인엽기자 ykh22@@sedaily.com <관련기사> -
“바이든 시대, CPTPP 가입 서둘러야… 미중갈등 지속할 것”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21.01.19 11:59:10바이든 미국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포괄적·경제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중국을 견제하고 미래 기술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강화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9일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중국경제의 재조정으로 내수 비중이 확대되고 자본재·중간재의 중국 내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며 “바이든 시대에도 중국과의 갈등이 지속해 중국의 수출입을 감소시키고 동아시아 GVC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특히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중·일 삼국이 긴밀히 연결된 동아시아 GVC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송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동아시아 GVC 내 중국 비중이 축소되는 반면 아세안 국가 등을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GVC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송 연구위원은 CPTPP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미중 갈등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CPTPP 가입은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촉진해 대중 수출의존도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이 CPTPP의 높은 시장개방 수준과 누적원산지 기준을 활용해 CPTPP 역내 GVC에 효과적으로 편입할 경우 특히 중소기업의 수출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송 연구위원은 미국과 CPTPP에 동시 가입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판단하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미국 민주당 지도부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CPTPP 옹호론자이기 때문에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CPTPP에 가입한다면 가장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과 비슷한 시기에 가입을 추진하는 순간 CPTPP 가입은 멀어진다”면서 “최소한 중국보다는 먼저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 진출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을 한국으로 유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5년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화 속도를 높여 한국에 진출한 외투 기업이 중국 시장에 수출할 기회를 단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외투 기업 설립 시 주재국의 법적 안정성이 중요하므로 이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연구위원은 “중국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중국 수출을 줄이기보다는 수출 다각화를 통해 의존을 해소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외투 기업이 많아지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마늘파동’과 같은 중국의 부당행위에 미국·유럽 기업과 공동 대응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윤건영 "바이든 정부, 하노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출발해야"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1.01.19 11:24:17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바이든 미국 정부가 하노이가 아닌 싱가포르에서 출발한다면 훗날 역사가 기억할 위대한 결과문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고 전망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대책회의에서 “바이든 정부의 출범으로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머무른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소중한 변화의 계기 마련을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은 “하루라도 빠른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한반도 평화는) 피로 맺어진 동맹국의 바람이자 숙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난 교훈을 되돌아봐야 한다”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조정과 타협을 통해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약속한 싱가포르 선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바이든 철학은 문재인 정부와 일치한다”며 “도움이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한미동맹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정착의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이혜인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 -
허창수 전경련 회장, 美 바이든에 서한 "자유무역 회복하고 일방적 무역 정책 개선해달라"
산업 기업 2021.01.19 11:00:00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미 동맹 강화와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19일 전경련에 따르면 허 회장은 바이든 신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양국에 있는 1,200여개 한미 기업들이 서로의 나라에서 일자리 창출과 혁신의 주체로서 상호 투자하며 적극 활동하고 있다"면서 "투자 활동을 저해하는 일방적인 무역 정책·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허 회장은 또 "지난 수년간 훼손되었던 자유무역·다자주의 질서를 회복하고,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한 상호 윈윈의 경제교류 원칙을 복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세계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인도태평양 비전 실현을 위해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핵심주체인 한국 경제계도 자유무역 확대와 역내 경제 부흥, 신흥국 경제발전 지원의 중추적인 파트너로서 활약할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역내 한미 경제협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 회장은 이달 초 제 117대 미 의회에 입성한 4명의 한국계 하원의원들에게도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과 한미 경제 관계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
바이든, ‘트럼프 지우기’ 해석은 1차원적…美, 일방주의 더 까다로워진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국제 경제·마켓 2021.01.18 06:42:00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 시간) 낮12시부터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됩니다. 예측 불허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서 바이든으로 대통령이 바뀌는 만큼 많은 것이 변할 것입니다. 바이든은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복귀하고 힘이 빠진 세계무역기구(WTO)를 되살릴 예정입니다. 이민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 때와는 다르겠죠. 대북 접근 방식 역시 하향식인 ‘톱다운(Top Down)’에서 상향식인 ‘바텀업(Bottom Up)’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정책을 줄줄이 뒤집는다고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1차원적인 접근이기 때문이죠. 큰 틀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다각적으로 봐야 합니다. 바이든 취임은 증시와 시장에 영향을 줍니다. 휴일이라 장이 없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어 특별히 외교·통상 전략을 짚어보겠습니다. 평소보다 글이 길지만 한 번 알아두면 바이든 정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통상 방향을 이해하려면 바이든 정부의 국정목표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더 나은 재건(빌드 백 배러·Build Back Better)’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바이든 당선인의 목표는 중산층 재건입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정책이 중산층 재건에서 출발합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현재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졌다고 봅니다. 그는 지난해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 3·4월호 기고에서 ‘중산층을 위한 외교(A Foreign Policy For The Middle Class)’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외교 방향은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고 다른 나라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없애 노동자에 이익이 되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미 외교협회(CFR)는 “중산층을 위한 외교는 세계화가 불평등을 증가시켰고 탈산업화를 가속화했지만 미국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는 데서 시작한다”며 “에너지와 교육, 인프라에 수조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기업에 유리하게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을 펴고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와 ‘메이드 인 올 오브 아메리카(Made in All of America)’ 전략도 여기에서 나온 겁니다.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과 공급망 재편도 같은 맥락인데요. 바이든 당선인은 “중산층을 위한 외교는 글로벌 경제의 규칙이 미국에 불리하게 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며 “미국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무역장벽을 허물고 보호무역주의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방향은 뚜렷합니다. 그는 불이익을 주는 무역장벽을 허물겠다고 콕 짚어서 얘기합니다. 바이든이 동맹과 국제기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지만 중산층 재건이라는 목표에 맞는지 따져볼 겁니다. 이는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인 캐서린 타이의 말을 들어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그는 지난 12일 “대통령 당선인의 비전은 노동자 중심의 무역정책을 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은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노동자, 임금 근로자”라고 했습니다. 타이 내정자의 발언을 뜯어보면 앞으로 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다른 나라의 시장을 개방할 때 단순히 관세 인하에만 주력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실질적으로 수출을 확대하거나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게 목표라는 겁니다. 거꾸로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는 나라의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민주당과 타이 내정자는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을 높게 평가합니다. USMCA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것인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시 무관세 적용을 받으려면 역내 생산 비중을 기존 62.5%에서 75%까지 높여야 합니다. 또 차 생산과정에서 주요 부품을 북미지역에서 더 많이 조달해야 합니다. 환율조작 금지 조항과 노동환경 개선 등도 들어갔습니다. 한국은 지난 2018년 미국과 한미FTA 재협상을 하면서 사실상 패키지로 환율조작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한미FTA에 직접 포함돼 있지는 않습니다. 독일과 한국, 대만, 중국 등 주요 대미 수출국 입장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통상 역시 중산층, 노동자를 기준으로 보면 됩니다. 이번엔 방향을 바꿔보겠습니다. 앞서 바이든이 트럼프 방식만 아니면 된다는 ‘애니씽 벗 트럼프(Anything But Trump)’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실제로 그럴까요? 국제기구 복귀와 이란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 이민정책 회귀는 과거와 큰 차이가 될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 강화와 국제기구 참여, 기후변화를 최우선 의제로 삼는 외교의 큰 원칙을 제시했다”며 “내부적으로는 이민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악명 높은 정책을 신속하게 뒤집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하지만 이는 겉만 살핀 결과입니다. 안을 들여다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부분이 많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의 주요 정책은 △대중 압박지속 △제조업 재건·노동자 보호 △아프가니스탄·중동 미군 철수 △이스라엘 안보지원 확약 등을 내세웠는데요. 중국과의 관계는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압박을 계속한다는 측면이 동일합니다. 바이든은 “중국을 그대로 둘 경우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과 기술을 계속 빼앗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경우 일자리와 노동자들에게도 직격탄이 되겠죠. 오히려 트럼프가 중국에 각종 제재를 해둔 덕에 그의 유산을 바탕으로 중국과 협상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명확히 바이든이 트럼프에 빚을 졌습니다. 제조업 재건과 노동자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에 먼저 써먹었던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이든 당선인 역시 끝없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중동 주둔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적이 있죠?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노래하던 겁니다. 이스라엘을 중요 시하는 것도(모든 미국 대통령이 그렇지만) 트럼프와 같습니다. 물론 동맹에 있어서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과 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에게도 동맹은 공짜가 아닙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요성을 거론하면서 독일 주둔 미군 철군에 반대하지만 “동맹은 분명히 공정한 몫을 다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트럼프 때처럼 거친 수사와 황당한 행동은 없겠지만 본래 점잖으면서 조곤조곤 말하는 게 더 무서운 법입니다. 이와 관련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는데요.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국들에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대놓고 압박하지는 않겠지만 이는 (미국 정부가) 포장을 어떻게 해 명분을 만드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미국은 동맹국들에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와 안보, 대북 문제 등을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말이 잘 통하면 쉽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화와 협력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제 바이든이 왜 트럼프의 유산을 일정 부분 이어갈 수밖에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브라이언 머큐리오 홍콩 중문대 교수는 “톤(어조)이 다를 뿐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역시 무역법 301조를 계속 사용할 것이며 미국의 일방주의도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는데요. 그러면서 “바이든은 경제 민족주의자이며 강화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과 국내 제조업 강화전략을 내세운다”며 “그는 중국이 지적재산권과 금융, 인권, 환경 분야에서 중국이 진전된 약속을 한다면 중국의 수입부담을 줄여주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미국 노동자에게 확실하게 도움이 되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관세 인하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라는 사람과 그의 정책은 시대의 산물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이미 100년 만의 최대치로 확대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 차이는 더 벌어졌죠. 미국의 공업지대는 쇠락했고 백인 노동자들의 불만은 커졌습니다. 갈수록 극우세력과 음모론자들의 판을 치는 것도 경제적, 구조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바이든 역시 이런 미국의 시대 상황 아래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인 필립 스티븐슨은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뒤로 빠지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 시작됐고 이후로도 계속할 수 있다. 이 생각의 뿌리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라는 생각에 대한 대중의 환멸에 있다”며 “미국이 해외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안에서부터 잘해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이어 “(의회 습격에서 보듯) 미국은 백인 노동자들이 극우·극단주의에 쏠리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내부적 수단인 경제에서 성공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때 이를 찬성하는 이는 49%, 반대는 44.2%였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각각 53%와 40%라고 하네요. 반대에서 4%포인트만큼 감소한 것이 찬성으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40%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은 지난달 말 미국 성인 1,115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39%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그의 낙선을 바라는 배후 세력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또 여전히 31%는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요. 그만큼 미국은 분열돼 있습니다. 경제도 그렇습니다.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로 더 많은 부를 일구고 있지만 약 1,8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실업 급여를 받고 있으며 약 40만 개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에게 주어진 임무는 결국 맨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중산층 재건과 일자리 창출. 이것이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때와 다르면서도 같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사설]바이든식 美우선주의...동맹 강화·초격차 기술이 답
오피니언 사설 2021.01.18 00:05:00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식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ABT(Anything But Trump·트럼프 빼고 전부)’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은 ‘탈(脫)트럼프’ 기조 속에서도 국익을 중시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식이 달라지겠지만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는 외려 더 강화될 수도 있다. 첨단산업·기술 분야의 중국 견제는 트럼프주의(Trumpism)를 계승하는 한편 ‘미국 내 제조(Made in America)’ 정책을 비롯한 가치 사슬 재편까지 새롭게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부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국가 연합’ 구축 작업에 본격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해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대통령으로서 나는 미국 민주주의와 동맹을 새롭게 하고 미국의 경제적 미래를 보호하며 다시 미국이 세계를 지도하도록 하는 즉각적인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反)중국 경제 블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경제 분야에서 연준 의장을 지낸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명자와 노동경제학자 출신인 세실리아 루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지명자에 의해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을 이끌 국무부 장관에 토니 블링컨, 부장관에 웬디 셔먼을 지명한 것도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빈틈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신호다.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활로를 찾으려면 첨단산업에서 초격차 기술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또 무역에서 대(對) 중국 비중을 줄이며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안보 문제에서는 튼튼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우리의 국방력도 키워야 한다.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핵 동결이 아닌 폐기를 이끌어내야 한반도의 평화 정착도 가능할 것이다. -
美 전문가들 "한일 관계 회복 실패하면 바이든이 직접 나설수도"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1.01.17 17:53:53새해 새롭게 들어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 한반도 안보를 조언할 현지 전문가들이 한국이 악화된 일본과의 관계를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 진영을 상대할 한미일 3각 동맹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수차례 강조한 만큼 이를 강화하는 게 우선순위라는 의견이다. 만약 한일 양국 스스로 관계 회복에 실패할 경우 버락 오바마 정부 때처럼 바이든 정부가 양국 관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미국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미국의 한반도 관련 주요 싱크탱크 전문가 4명은 17일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또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한국·일본과 3자 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안보 전략을 선회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사일과 핵무기를 계속 강화하고 미중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최대 협력을 필요로 한다”며 “바이든 정부는 한일 양국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고 역사적 차이를 해소·중단하고 한미일 3자 정보·안보 협력을 통해 전진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자보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바이든은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 촉진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개인적으로 직접 중재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북한 등 전체주의 진영을 경계하려는 목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와 달라진 게 없는 만큼 바이든 당선인의 한일 관계 회복 제안에 발을 맞추는 게 우리 국익에 부합할 것이라는 경고도 많았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49년까지 중국이 세계 패권국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그 과정은 잔인할 것”이라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지배에 대항하고 북한의 위협에 맞서 미국을 지지하기를 바란다”고 단언했다. 가우스 국장은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 중국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기 위해 3국 관계를 강화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동맹은 복구되겠지만 (한일) 내부에는 여전히 긴장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윤경환·김인엽기자 ykh22@@sedaily.com -
바이든도 '자국 우선주의'...美 공급망 재편에 보조 맞출 필요
경제 · 금융 정책 2021.01.17 17:44:21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저물고 조 바이든 시대로 바뀌어도 대외 불확실성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첨단 기술에서 환경·노동 등의 분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1대1로 압박에 나섰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는 동맹과 다자주의를 앞세울 것으로 보여 우리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양자택일 압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17일 관계부처와 연구기관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바이드노믹스의 다자주의 부활 기조가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지는 않다. 우방국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국제 무역 질서에 돌발 변수를 일으킬 확률은 확실히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유럽 등 아군·적군을 가리지 않고 ‘무역확장법 232조’ 같은 갑작스러운 폭탄을 꺼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압박에 나섰고 번번이 우리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골몰해야 했다. 미중 갈등 상시화...중국 의존도 높은 한국 고민 커져 그렇지만 ‘미국 우선 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 정책 역시 트럼프 정부와 크게 다르다고 보기 힘들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인에게 이익이 되는 노동자 기반의 통상 정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미국 내 제조’와 ‘미국산 구매’를 강조했다. 대중 무역 적자가 매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어 미 의회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당장은 미중 무역 합의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25% 관세 철회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나 미중 갈등은 우리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주요 연구 기관과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대중 견제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미중 간의 갈등이 상시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은 첨단 기술 산업 보호와 환경문제를 들면서 뜻이 맞는 국가들과 함께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미 무역대표부(USTR) 수장에 중국 통인 캐서린 타이가 최근 내정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다자 무역 기구 등의 제도로 중국 압박에 나선다면 한국은 이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대외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만 갖고 있다가는 트럼프 임기 내내 미국과 중국이 서로 자기편에 줄을 서라고 압박했던 일들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경제 회복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까닭에 미중 통상 마찰이 한국 수출에 직격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1,325억 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8%로 가장 높았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미국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명확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나 이 경우 중국의 즉각 반발을 부를 수 있어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다. 새로운 무역모델 출범할까...美와 양자 경제협력 모델도 발굴할 필요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 새로운 무역 모델 출범 가능성 등의 변수까지 고려하면 통상 환경 방정식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은 다자주의에 입각한 미국의 리더십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존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하기보다는 새로운 체제를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개편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월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우리나라나 일본·싱가포르 등의 국가에 참여를 요청하는 식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포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했고 CPTPP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미국의 행보를 주시하며 유연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통상 측면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중국에 초점을 맞춰 중국을 때리면 우리나라 등 다른 국가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첨단 기술 등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전략적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탄소 조정세’ 등의 환경 규제 강화는 우리 수출에 위험 요소로 꼽힌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자동차, 반도체, 의료 장비 등의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 참여하거나 협력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0)를 목표로 친환경 인프라와 관련한 연구개발(R&D) 등 그린 분야에 5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AI), 5세대(5G), 신소재, 보건 제약, 바이오 등의 R&D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 보건·방역, 디지털과 그린 뉴딜, 첨단 기술, 다자주의 등 5대 중점 분야를 중심으로 바이든 신정부와의 양자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바이든시대…韓 '자유·민주 가치동맹' 적극 참여해야
정치 통일·외교·안보 2021.01.17 17:36:00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하는 가운데 한국의 외교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지향하는 민주·자유주의, 인권 중시, 시장경제 등의 가치관을 올바로 직시하고 전통의 한미 안보 동맹을 비롯해 자유 진영과의 경제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 노선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외교전문가들은 17일 바이든 정부가 동맹들과 연대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고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할 것이라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동맹을 가치 대신 돈으로 판단해 고립을 자초했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와는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노선을 바이든 정부는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회복하고 북한의 눈치를 더 이상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라는 틀에 갇혀 동맹 문제를 바라볼 경우 국익에 어긋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은 주요 외교안보 참모들을 인선하면서 “미국은 동맹과 협력할 때 더 강하다는 핵심 신념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의 부활은 그간 한국의 ‘자주파’ 외교에 큰 전환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가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추진할 경우 한미 간에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미중 갈등의 와중에 모호한 입장을 취해온 우리 정부가 이제는 ‘미국 우선’ 노선을 명확히 하고 자유 진영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지목됐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한국은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협의체)’와 ‘포괄적·전략적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 빠지면서 소외된 반면 일본은 이를 주도해왔다”며 “한일 관계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핵심 이슈인 만큼 관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윤경환· 뉴욕=김영필특파원 ykh22@@sedaily.com -
[국제경제캘린더] 바이든 취임, 옐런 재무 인준 청문회 주목
국제 경제·마켓 2021.01.17 15:34:35이번 주(18~22일)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집중될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 심리가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 등에 따른 혼란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9일 진행될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전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신인 그가 재정 및 통화정책에 대해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상황에서 미 국채 금리 움직임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는 유럽중앙은행(BOE)과 일본은행(BOJ) 등 다른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다. - 1월 18일 월요일 중국: 4분기 GDP 6.2%(4.9%), 12월 소매판매 5.5%(5.0%). 12월 산업생산 6.9%(7.0%) 미국: ‘마틴 루터킹 데이’로 금융시장 휴장 유럽: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유로그룹) 회의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기자회견 - 1월 19일 화요일 유럽: EU 재무장관 회의 미국: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 인준 청문회 - 1월 20일 수요일 중국: 1년 만기 LPR 3.85%(3.85%) 유럽: 12월 CPI 0.3%(0.3%)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 1월 21일 목요일 일본: 12월 무역수지(예비치) 9,530억엔(3,668억엔), BOJ 기준금리 결정 (-0.1%) 유럽: ECB 기준금리 결정 (0.000%) 미국: 12월 주택착공건수 156만(154만7,000)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92만3,000(96만5,000) - 1월 22일 금요일 일본: 12월 CPI -1.3%(-0.9%) 미국: 1월마킷 종합 PMI (55.3), 12월 기존주택판매 -2.1%(-2.5%) -
코로나 극복에 인종 격차 해소까지…바이든 시대의 연준, 역할 커진다
국제 경제·마켓 2021.01.17 15:06:37‘바이든 시대’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존재감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당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정국으로 의회 내 갈등이 격화될 가운데 연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에 중심에 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7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사흘 앞두고 월가는 연준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연준 의장을 지냈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가 연준의 안정적인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회사 연방금융분석의 카렌 쇼 페트루 책임자는 옐런 지명자가 연준의 역할을 잘 이해해 “바이든 행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극복이라는 공통 목표하에서 바이든 차기 행정부와 연준도 적극 협력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바이든 당선인은 “지금 행동할 때”라며 1조 9,000억 달러(약 2,088조 원) 규모의 부양책을 발표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경제 상황이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며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 모두 긴축은 없다는 뚜렷한 메시지를 던지며 시장 안정에 힘쓰는 모습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과의 관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과를 올리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까지 요구하며 연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반면 파월 의장은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라며 금리 인하에 반대했었다. 파월 의장이 반기를 들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의 더 큰 적이 파월 연준 의장이냐 아니면 시진핑 중국 주석이냐”라고 올리며 시장에 불안을 일으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논란이 당분간 이어져 의회 내 갈등이 불가피한 가운데 연준이 경제 회복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바이든 당선인의 부양책을 두고 공화당에서 반대 의견이 많은 만큼 부양책의 신속한 처리가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권 초기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견 대립이 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연준이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며 의회에 방향을 제시하고 부양책 공백기 동안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연준은 소수인종 존중과 기후위기 대처라는 바이든 당선인의 주요 정책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일찌감치 “일자리, 임금, 부의 인종별 격차에 대응하고 책임성을 부여하는 쪽을 연준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백인 중심인 연준 이사진의 인종 구성도 다양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연준은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승리 가닥을 잡은 지난해 11월 9일 사상 처음으로 기후변화를 자산 변동의 위험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
바이든 "과학은 언제나 정부의 전면에 서 있을 것"…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장관급 격상
산업 IT 2021.01.16 22:47:33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을 처음으로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저명한 수학자이자 유전학자인 에릭 랜더(63)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를 지명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또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자문위원장에는 마리아 주버(62) MIT 연구부총장(지질학자)와 프랜시스 아널드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교수(2018년 노벨화학상 공동수상)를 공동으로 지명했다. 두 사람은 여성 과학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검토, 승인, 제조, 보급, 접종을 위한 ‘초고속작전’ 책임자로는 데이비드 케슬러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소아과 의사 겸 변호사)을 지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이들을 만나 미국의 보건복지, 기후 변화, 국가 안보, 경제적 번영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최대화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과 행동을 당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들이 우리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과학, 사실, 진실에 근거하도록 해줄 것”이라면서 “과학은 언제나 내 행정부의 전면에 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가 과학기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과학기술계에서 받아왔다. 현재 여성인 박수경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을 맡고 있으나 차관급으로 과학기술 정책 수립과정에서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OSTP 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인간 게놈(유전체) 프로젝트의 권위자인 랜더 교수를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랜더 교수는 MIT와 하버드 의대 교수를 겸직하며 보스턴에 있는 의생명공학 연구소인 브로드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자문했다. 이번에 대통령 과학고문을 겸임하게 되며 백악관에서 상근하게 된다. 상원 인준이 필요한 OSTP 실장 자리는 그동안 미국 대통령에게 핵무기를 비롯한 원자력·핵 관련 이슈를 조언하는 자리이기도 해 주로 물리학자들이 맡아왔다. 랜더 교수의 낙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생명과학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라파엘 레이프 MIT 총장은 “코로나19부터 기후 변화, 사이버 보안, 미국의 혁신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과학기술의 경계선에 대한 광범위하고 깊은 이해에 의존하는 해결책을 가진 시급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그런 맥락에서 과학이 처음으로 각료급으로 격상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오늘은 과학과 국가를 위한 축제일”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9개월이나 지나 OSTP 실장을 임명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보다 조직을 축소했다. 기상학자인 켈빈 드로지마이어 박사가 맡은 OSTP는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기술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처에서도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방역 수칙을 외면하는 등 과학을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오바마 정부 때인 2009년 임명된 뒤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임될 예정이다. 앞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4년부터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를 이끌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유임이 확정됐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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