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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배당주 시즌이 왔다…증권가 “은행·보험株가 뜬다”
증권 국내증시 2023.09.30 13:30:00글로벌 자본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이 추석 연휴 전후 안정적인 수익률을 가져다 줄 은행·보험 등 금융주를 투자 바구니에 담을 만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금융주 주가를 끌어내렸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미국 지역은행 파산 등의 위험 요소가 어느 정도 해소된 점, 연말 배당 매력이 큰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9월 1일부터 27일까지 우리금융지주를 677억 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은 우리금융지주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609억 원)와 DB손해보험(377억 원), 메리츠금융지주(250억 원), 한화생명(230억 원), 신한지주(200억 원), NH투자증권(172억 원) 등도 같은 기간 모조리 순매수했다. 이는 8월 한 달 간 하나금융, 우리금융, BNK금융 등 금융주 대다수를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최근 금융주를 대거 사들이는 것은 배당수익률은 높은 데 반해 현 주가 수준은 저점에 머물고 있어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주요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0.4배에 불과하다. 현 주가 수준이 장부상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DGB금융과 BNK금융·기업은행·우리금융 등의 연말 배당수익률이 9%를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하나금융과 JB금융도 각각 8.67%, 8.31%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문제 등 금융권을 둘러싼 악재들이 서서히 소멸되면서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금융지주에 주목할 주요 이유로 꼽았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많은 9조 1824억 원을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는 4분기에도 신한지주와 KB금융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93.0%, 65.4% 늘어난 1조 1650억 원, 1조 102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금융 당국이 배당 정책 자율화 방침을 시사하면서 금융사들이 배당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점도 호재로 지목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IR)에서 “당국은 배당과 주주친화 방침에 관해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그간 배당을 자제하고 충당금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던 당국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업계에 확산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내 은행주들 가운데 최근 수장을 교체한 KB금융이 실적 반등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최근 2주 연속 은행주만 3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올 초부터 꾸준히 나왔던 부동산 PF와 해외 대체투자 자산의 건전성 악화 우려도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금융주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종목을 고르는 데 자신이 없다면 금융주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권유했다. 한국펀드평가사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보험 ETF’는 지난해 9월 27일부터 이달 27일까지 30.6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ETF는 DB손해보험(21.03%)·삼성화재(19.28%)·삼성생명(18.32%)·현대해상(17.69%)·한화생명(8.92%)·코리안리(7.21%) 등을 높은 비중으로 편입한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금융 ETF’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은행 ETF’도 같은 기간 각각 14.49%, 12.18%씩 상승했다. TIGER 200 금융 ETF는 KB금융(17.04%)·신한지주(14.67%)·하나금융지주(10.12%) 등을, KODEX 은행 ETF는 KB금융(20.59%)·신한지주(19.48%)·하나금융지주(18.28%)·우리금융지주(13.72%) 등을 주로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테마주 장세가 계속된 탓에 시장 참여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어 금융주가 최근 투자 대안으로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느 때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은행주가 이제 관심받을 때”라고 진단했다. -
주도주 잃은 증시…ETF 수익률 승자는 ‘원·철·금’
증권 정책 2023.09.30 08:40:002차전지 관련주의 조정이 이어지며 국내 증시의 주도주 탐색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원유와 철강, 금융 관련 ETF들이 최근 양호한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유 관련 ETF는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전체 ETF 중 3개월 수익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섹터별 향후 전망을 꼼꼼히 따져 추가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30일 KG제로인에 따르면 26일 기준 전체 ETF 중 최근 3개월 사이 수익률 상위 섹터는 원유와 철강, 금융으로 집계됐다. 원유 관련 ETF들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이 28.92%로 전체 섹터 중 1위를 차지했고 철강(9.78%)과 금융(7.57%) 섹터가 뒤를 이었다. 원유 ETF의 성과가 특히 두드러졌다. ‘KODEX WTI 원유선물(H)’은 3개월새 31.5% 급등해 이 기간 중 전체 ETF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TIGER 원유선물 Enhanced(H)’가 31.17% 상승해 2위를 기록했다. 국내 대표 ETF로 꼽히는 두 상품은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을 추종한다. 같은 기간 원유 생산업체에 주로 투자하는 ‘KBSTAR 미국 S&P원유생산기업(합성H)’도 19.99% 상승해 수익률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건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시각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3.68달러로 전날 대비 3.64% 올랐다. 지난해 8월 29일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이달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여파와 중동 산유국의 냉방시즌(5~9월)이 맞물리면서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미국의 원유 재고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100달러까지도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3달러에서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계절적 이유가 큰 만큼 국제 유가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이슈가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9월 말은 중동 산유국들의 냉방시즌이 종료되면서 유가에 미치는 계절적 기여도가 사라지는 시기”라며 “유가 상승 속도는 장기간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 ETF 중 두번째로 수익률이 높은 섹터는 철강이다. ‘KODEX 철강’이 최근 3개월새 11.38% 상승했고 ‘TIGER 200 철강소재’와 ‘KBSTAR 200 철강소재’는 각각 6.32%, 6.38% 올랐다. 이들은 국내 대표 철강기업인 POSCO홀딩스(005490), 현대제철(004020), 고려아연(010130) 등을 담고 있다. 상반기만 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철강주는 중국의 철강 감산 계획 소식이 들려오면서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철강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주요 철강주 20개를 모아놓은 KRX철강지수는 같은 기간 9.08% 올라 보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수익률이 두드러진 마지막 섹터는 바로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 부문이다. ‘KODEX 보험’이 이 기간 동안 14.75% 올라 금융 관련 ETF 수익률 1위를 기록했고 ‘TIGER 200 금융’과 ‘KBSTAR 200 금융’은 같은 기간 각각 9.39%, 9.43% 상승했다. 은행주만 담은 ‘TIGER 은행’, ‘KODEX 은행’은 8%로 뒤를 이었다. 금융주의 상승은 대표적 배당주로서 연말 배당매력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상반기 주가를 끌어내렸던 부동산 시장 침체와 실리콘밸리뱅크(SVB)발 위험이 어느 정도 해소된 영향이다. 8~9%로 기대되는 금융주의 높은 배당수익률에 반해 현 주가 수준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요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빈율(PBR)은 장부상 가치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않는 0.3~0.4배에 달하는 만큼 저점 매수를 노려볼 만 하다. 실제 관련 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연초 2050억 원이었던 KODEX 은행 ETF의 순자산은 26일 3784억 원으로 한 달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1734억 원이 증가했다. 금융 관련 7개 ETF 전체 순자산은 같은 기간 2940억 원에서 4591억 원으로 56.1% 증가했다. 최근 3개월새 수익률 1, 2위를 기록한 원유, 철강 관련 ETF의 순자산은 되레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형은행들이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은행주의 PBR이 지나치게 낮다고 언급하며 배당 자율성을 언급한 만큼 호실적과 주주환원 기대에 당분간 금융 ETF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투자의 창] 유동성 풍선효과
증권 국내증시 2023.09.18 17:43:10올해 주식시장과 투자환경을 톺아보면 생소한 점이 참 많다. 극도의 비관 속에서 시작됐던 연초랠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침체됐던 만큼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국과 한국증시는 폭발적으로 반등했다. 미국 연준의 매파적 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랠리는 미국 지역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마저 극복하고 이어졌다. 현재 높은 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 등 기술산업 중심의 성장주가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는 과거 거시지표와 비교하더라도 생소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왜 이렇게 바뀐 것일까? 유동성의 흐름보다 규모와 수준이 더 중요해서다. 쉽게 말하면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중앙은행은 상반기 내내 금리인상을 이어갔는데도 이 기간동안 주식시장은 엄청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매그니피센트 7(애플·아마존·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가 연초부터 급등세를 이어갔고 국내에서도 2차전지, 반도체, 조선업종 등 설비투자(CAPEX)가 몰리는 자본재 산업 중심으로 상승했다. 과거 이들은 유동성 확장 국면, 즉 정책금리 인하 기간에 투자성과가 좋았는데 지금은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건 시장경제에 공급된 유동성이 ‘이미’ 넉넉하고 적절한 압력을 행사하며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정책금리가 인상되면서 시장 유동성 증가는 분명 위축됐다. 한국의 광의 유동성(M2) 변화율은 0% 수준에 수렴한다. 하지만 6월 말 기준 광의 유동성은 3803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3월 말 대비 감소했지만 지난해 연말 수준(3722조 원)과 비교해선 여전히 많다. 이렇게 시장 유동성이 수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자산시장에 가격 변동이 발생하면 유동성은 자연스럽게 가격 반응에 집중하는 현상을 보이게 되고 주식시장은 이런 풍선효과로 인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유동성이 더욱 풍부한 상태에서 이런 풍선효과가 벌어진다면 시장은 버블 국면에 빠르게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더욱 강도 높은 긴축정책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미국 연준은 아직 매파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 투자자는 정책금리 인상이 마무리돼 간다고 생각한다. 먼저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 안정이 선행할 것이고 주식시장에서는 성장가치를 강조하는 산업, 종목을 중심으로 유동성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을 너무 크게 보기보다는 다음 경기 확장 국면에 성장을 대표할 수 있는 산업과 종목으로 압축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수를 이길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게 현 시장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전략이다. -
경기도교육청, '찾아가는 학부모교육' 2차 특강 22일 부부청사서 개최
사회 전국 2023.09.18 10:27:12경기도교육청은 ‘지역으로 찾아가는 2023 온품 학부모교육 2차 특강’을 22일 오전 북부청사에서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교육공동체의 건강한 소통문화를 만들기 위한 이번 특강은 ‘학생 성장을 위한 학부모와 학교의 아름다운 동행’을 주제로 진행된다. 정책과 관계 두 개의 마당으로 구분해 조수연 교육부 교육연구사의 ‘학부모와 학교의 건강한 의사소통’, 곽금주 서울대 교수의 ‘좋은 학부모의 리더십과 의사소통’ 강연이 각각 진행된다. 참여를 원하는 학부모는 포스터 QR코드에 개별 접속해 사전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학부모참여지원센터 홈페이지 알림마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은지 도교육청 협력지원과장은 “학부모는 학생, 교직원과 함께 교육의 한 주체”라며 “학부모와 학교가 건강한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학부모교육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박종석 금융결제원장 "손바닥만 대면 항공탑승 가능…인증서비스 시장 선도할 것"
경제·금융 은행 2023.09.17 17:07:47지급결제·전자서명에 이어 국내선 항공기 탑승 수속까지.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얼굴, 지문, 손바닥 정맥 등을 이용한 바이오 인증 서비스가 금융은 물론 비금융업권까지 넘나들며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2020년 12월 전자서명법 개정과 함께 공인인증서 의무화가 폐지되면서 시중은행 등 금융권은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까지 간편인증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과거 공인인증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온 금융결제원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도전을 멈추지는 않았다. 금융결제원이 개발한 바이오 인증은 올해 국내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 금융 서비스 분야의 국제표준으로 승인받는 성과를 냈다. 박종석(사진) 금융결제원 원장이 “인증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제 금융결제원의 할 일”이라며 “새 시장을 뚫어나갈 인증 수단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금융결제원 본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박 원장은 신사업 발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활용해온 생체 정보를 통한 본인 인증을 생활 편의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신분증 대신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국내선 항공기 간편 탑승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한국공항공사 소속 전국 14개 공항에서 국내선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도입한 지 약 1년 만에 45만 명이 자신의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했고 월평균 1500명의 고객이 이를 이용해 공항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서비스 이용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고 국제선 도입 등에 한계가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의성을 인지한 고객들의 이용 빈도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원장은 “안면인식 같은 기술을 금융거래뿐 아니라 출입국 등 본인 확인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사업 기회를 잘 키워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결제원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도 잠재적인 사업 아이템 중 하나다. 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 다양한 신사업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박 원장은 “시장의 크기 등 불확실한 부분은 있지만 나중에 시장에 진입하려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만큼 그런 부분들도 미리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금융결제원의 금융 공동망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 개발은 물론 핀테크·플랫폼 기업과의 사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국내 금융 인증의 유일한 키였던 공인인증서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사업의 안정성은 흔들렸지만 디지털금융을 선도하고 신사업을 발굴·추진할 새로운 기회가 열린 셈이다. 해외시장으로도 점차 눈을 돌리면서 의미 있는 성과도 냈다.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 시스템이 캄보디아의 국가 전산망으로 채택된 것이다. 모바일뱅킹·인터넷뱅킹 등을 통한 실시간 자금 이체 시스템, 은행 간 차액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청산 시스템까지 국내 금융 시스템을 통째로 수출하는 실적을 올렸다. 특히 오픈뱅킹 등의 분야에 선도적인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금융결제원은 아시아·유럽 등에 금융 인프라를 수출하는 동시에 한국 금융 서비스의 선진화를 해외에 홍보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라오스·아르메니아·모로코 등 신흥국에 우리나라의 지급결제 시스템 기술을 전수하는 등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르메니아의 결제 시스템 등을 담당하는 아르메니아 중앙은행 측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지급결제 시스템 운영 현황 등을 살펴보고 컨설팅을 받고 돌아가기도 했다. 이 외에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에도 인력을 파견해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취득한 바이오 인증 국제표준도 금융 시스템 수출을 확대하고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발판이 될 수 있다. 박 원장은 “금융결제원이 약 5년 전부터 ISO 멤버 국가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갖는 등 워킹그룹을 주관해오면서 거둔 대단한 성과”라면서 “(우리가) 선도성을 가진 만큼 할 수 있는 일도 많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도입할 예정인 실시간총액결제(RTGS)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서는 금융결제원도 한은과 적극 협력하면서 국민의 경제생활에 편익을 제공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국내 은행 간 거래에서 한은이 거래 다음 날 은행 사이 차액을 정산해주던 것을 실시간으로 바꿔 신용 리스크를 없애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과 같이 은행이 갑작스럽게 파산할 경우 해당 은행과 거래한 은행들로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호주·캐나다·헝가리 등 ‘신속 자금 이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 원장은 “앞으로 국가 간 지급결제가 연계되면 우리도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다른 국가와의 지급결제 연계도 쉽게 가능해질 수 있는 흐름이 있다”고 전했다. 금융결제원이 제공 중인 오픈뱅킹 서비스 역시 순항 중이다. 도입 당시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환영받았던 오픈뱅킹은 이달 현재 135개 기관에서 활용되며 새로운 개방형 금융결제 인프라로서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 출금 이체 수수료 절감 효과에 서비스 이용 고객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뱅킹을 이용하는 순가입자 수는 올 6월 3476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오픈뱅킹을 통해 이체되는 자금 규모는 하루 평균 1조 6242억 원에 달한다. 하루 거래 건수는 591만 건, 조회만 한 경우도 2905만 건이나 됐다. 평소에도 오픈뱅킹 시스템을 주로 이용한다는 박 원장은 “오픈뱅킹 업권을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캐피털사까지 넓혀가고 있다”며 “참여 업권도 계속해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편 개인정보의 활용이 확대될수록 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오픈뱅킹 등을 이용한 간편결제가 편리함과 속도를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범죄 피해에 대한 노출이 커졌다는 민원 사례도 급증한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에서 한 계좌에 접속할 경우 다른 계좌에까지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은 유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본인 계좌 일괄 지급 정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한 은행에서 오픈뱅킹 계좌 정보가 유출돼 보이스피싱 등 피해가 우려될 경우 해당 은행에만 신고해도 전 금융권 계좌가 모두 지급 정지되도록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한 것이다. 박 원장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오픈뱅킹 등록을 하고 나서 얼마간 (이체) 금액을 제한하는 등의 제도가 도입되며 안전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금융결제원은 금융위원회·금융회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비대면 인증 시 제출된 신분증의 위조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신분증 안면인식 공동 시스템을 구축해 연내 서비스하는 등 보호 장치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신분증과 고객이 직접 찍은 사진의 특징 등을 비교해 제출한 사진이 실제 사람인지, 사진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해당 서비스는 안면인식 도입 대상 57개 금융회사 중 28곳이 먼저 참여할 예정이다. 박 원장은 국내 개인 인증 기술력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핵심 업무인 금융 전산망의 안정적 운영과 관련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의 데이터센터(IDC)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으면서 재난 상황에서의 정상적인 인프라 운영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은 이에 대비해 분당에 위치한 주센터와 서울의 재해복구센터를 비롯해 지난해 12월부터는 100㎞ 이상 떨어진 곳에 비상운영센터를 두고 다중 체계로 업무 지속성 확보 및 위기 대응 능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구축·운영하는 금융 전산망은 5대 국가 기간 전산망 중 하나로, 국가 보안 시설로 분류되는데 전 금융회사의 전산 시스템을 연결해놓은 만큼 운영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규모 금융 대란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박 원장은 “올 10월부터는 전자어음 관리 시스템이나 타행환 공동망 등이 추가되면서 비상운영센터에서 대부분의 중요 결제 시스템을 커버하게 된다. 장애 가능성에 상당한 대비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e is… △1963년 충북 청주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석사 △1992년 한국은행 입행 △2015년 한은 총재 정책보좌관 △2016년 한은 통화정책국장 △2019년 한은 부총재보 △2022년~ 금융결제원장 -
'9%대 고배당' 매력…은행주에 꽂힌 외인
증권 국내증시 2023.09.12 17:40:47국내 증시가 불안한 테마 장세를 이어가자 외국인투자가들이 안정적 배당수익이 기대되는 은행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상반기 은행주 주가를 끌어내렸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미국 지역은행 파산 등의 위험 요소가 어느 정도 해소된 데다 연말 배당 매력도 크다고 평가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들어 외국인은 이날까지 신한지주(055550)를 227억 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은 우리금융지주(316140)(229억 원)와 하나금융지주(086790)(188억 원), BNK금융지주(138930)(101억 원), 메리츠금융지주(138040)(88억 원) 등도 이달 순매수하고 있다. 앞서 8월 한 달간 외국인이 하나금융(-1107억 원), 우리금융(-450억 원), BNK금융(-4억 원) 등 대부분의 은행주를 순매도한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외국인은 KB금융(105560)에 대해서는 8월 한 달 동안 806억 원을 사들인 뒤 이달 들어서는 10억 원 규모 팔았는데 주가가 이 기간 7.45% 오르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9346억 원 규모 순매도한 뒤 이달 들어 2393억 원을 사들였는데 은행주 위주로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린 셈이다. 코스피지수가 9월 들어 이날까지 0.77% 하락하는 동안 KRX은행지수와 KRX300금융지수는 각각 0.53%, 1.33% 올랐다. 외국인이 은행주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증시에 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시중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방어주로서 투자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2차전지와 로봇, 초전도체 등 테마주 위주의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자 피로감을 느낀 외국인이 안정적 수익이 기대되는 은행주를 일찍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주가 저점을 찍으면서 시가배당률 대비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GB금융과 BNK금융·기업은행·우리금융 등의 연말 배당수익률은 9%를 웃돌 것으로 추정됐다. 하나금융과 JB금융도 각각 8.67%, 8.31%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문제 등 은행권을 둘러싼 악재들이 서서히 소멸되면서 금융지주의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상반기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9조 182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3.8% 성장했다. 에프앤가이드는 신한지주와 KB금융의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조1650억 원, 1조1025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93.0%, 65.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최근 2주 연속 은행주만 3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올 초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부동산 PF와 해외 대체투자 자산의 건전성 악화 우려도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데다 특별 대손준비금 규모와 스트레스 완충 자본 도입 등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금융주의 초과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국내 은행주들 중 최근 수장 교체가 순조롭게 확정된 KB금융이 실적 반등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주목할 만한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
KRX금 가격, 0.03% 하락한 1g당 8만2670원 (9월 7일)
증권 국내증시 2023.09.07 15:36:327일 KRX금 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이날 금 가격은 전일대비 30원(0.03%) 내린 1g당 8만 2670원으로 장을 끝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2만 1889g, 18억 685만원을 기록했다. 국제금 가격이 하락했다. 미국의 고금리가 더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금 가격을 끌어내렸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전일대비 840달러(0.43%) 하락한 온스당 1944.20달러에 마감했다. 금 가격은 지난 달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
美중견·중소은행 수익성 악화에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
국제 국제일반 2023.09.07 11:30:05미국 중견·중소은행들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르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예금 조달 비용이 불어나면서 경영 전반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올 8월 들어 미국 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5곳의 등급을 떨어뜨렸다. 두 곳의 강등 대상에는 올 6월 말 기준 총자산이 미국 내 16위인 M&T 뱅크와 20위인 키코프, 50위인 UMB파이낸셜코프 등이 포함됐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피치 역시 대형 은행을 포함해 70곳 이상의 강등 가능성을 밝힌 상태다. 미국 중견·중소은행들의 신용 등급 줄 강등 사태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급속한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올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예금을 빼 대형 은행으로 대거 옮겨가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고객 유지를 위해 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익(예대금리차) 압박도 심화했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트렙이 무디스의 조정 대상인 은행 10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말~올 1분기를 정점으로 점점 떨어지고 있다. 웹스터파이낸셜의 올 2분기 기준 예대금리차는 3.35%로, 정점이던 6개월 전과 비교해 0.39% 축소됐다. 반면, 대형사인 JP모건은 같은 기간 예대금리차가 0.15% 확대되며 대조를 보였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대차대조표 악화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금융당국은 SVB 파산 후 자본 규제를 강화해 총자산 1000억 달러 이상인 중형은행의 경우 자본 적정성 비율 산정 시 ‘매도 가능’으로 분류된 채권의 미실현 손실도 반영하도록 했다. 변경된 규제가 적용되면 다수 은행이 쥐고 있는 대출 채권이 반영돼 자본 적정성 비율이 낮아진다. 이에 JP모건과 M&T 등 중대형 은행들이 최근 상업용부동산(CRE) 담보 채권 매각에 나섰지만, 매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S&P에 의해 하향 조정된 은행 중에는 CRE 대출이 많은 곳들이 포함됐다. 미국 중견 은행들의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제러드 쇼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연말로 갈수록 더욱 침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렙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 수익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유>극동유화, 장중 신고가 돌파.. 4,985→5,160(▲175)
증권 News봇 2023.09.07 09:00:45오전 9시 0분 현재 극동유화(014530)가 5.52% 오른 5,160원(▲270)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175원 경신했다. 기존 52주 최고가는 2023년 09월 06일 기록한 4,985원이다. 체결강도는 198%로 강세 반전했다. 총매수체결량은 97,487주, 총매도체결량은 49,242주를 각각 기록했다. (※ 체결강도(%) = (총매수체결량/총매도체결량)*100)이 시각 현재 거래대금은 7억5,344만, 거래량은 14만9,250주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급측면으로는 34(매도):66(매수)의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다.거래일을 기준으로 최근 3일간 평균 거래량은 1백5십8만주, 60일 평균 거래량 4십3만9천주로 최근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이 기사는 증시분석 전문기자 서경뉴스봇(newsbot@@sedaily.com)이 실시간으로 작성했습니다.] -
[톡톡 금융인] "반도체 경기 되살아날것…주식 투자 비중 더 늘려야"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3.09.06 17:47:12“반도체 경기의 저점은 올해 2분기로 이미 지나갔습니다. 연초 계획보다 주식 투자 비중을 더 늘릴 때입니다.” 박순현(사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총괄 이사대우는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반기 투자 전략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대우는 2010년부터 SC제일은행 프라이빗뱅크 투자 자문과 투자 전략, 투자 상품 분석 부문 등 고객의 투자 방향을 설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우리 경기는 수출 실적에 좌우되는데 핵심 품목인 반도체의 재고는 점점 줄고 출하량은 반등하고 있다”면서 “연말로 갈수록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고 내년이면 전체 수출도 확실히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이사대우는 경기 반등 시점을 앞둔 만큼 주식 투자를 보다 늘릴 것을 제안했다. 그는 “중립적 투자 성향의 투자자라면 자산의 48%는 채권에, 29%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채권 투자는 회사채보다 미국 국채를 비롯한 우량채 투자가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에는 채권과 주식 투자 비중을 각각 55%, 21%로 뒀는데 이를 조정한 것이다. 다만 박 이사대우는 포트폴리오가 특정 자산에 쏠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이 돌발 사태가 벌어져 경기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를테면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시적으로 급등할 경우에 대비해 금 등 다른 자산도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박 이사대우는 채권과 주식 외 현금(10%)과 금(5%)에도 자산을 배분할 것을 조언했다. 박 이사대우가 투자 전략을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고 언급한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경기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SVB 사태 이후 미국 지역은행들의 대출 성향이 보수적으로 변해 돈줄을 죄고 있다”면서 “기업이 돈을 빌려 투자하고 고용이 늘어나는 순작용이 일어나야 하는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마저 지금의 금리 기조를 이어간다면 한계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SC제일은행의 모회사인 스탠더드차타드(SC)그룹 차원에서 경기 침체를 보는 지표가 여럿 있는데 대부분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며 “70% 정도의 확률로 미국 경제는 내년 상반기 침체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金보다 빛나는 銀…“中부양 기대감에 투자매력 상승”
증권 국내증시 2023.08.28 17:03:11고금리 국면에서 한동안 맥을 못 췄던 은값이 최근 1주일 동안 반등하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6%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실질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용 수요가 커 금보다 경기 상황에 민감한 은의 투자 매력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최근 은값이 단기 상승했지만 여전히 연초와 비교하면 값이 싼 만큼 저점 매수도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은선물’은 최근 1주일(8월 18~25일)간 6.34% 올라 레버리지·인버스를 포함한 전체 ETF 가운데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 ETF는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12월 인도분 은 선물에 95%가량을 투자한다. 같은 기간 0.03% 뒷걸음질한 코스피는 물론 ‘KODEX 골드선물(H)(1.07%)’ ‘TIGER 골드선물(H)(1.00%)’ 등 금 ETF의 수익률도 크게 웃돌았다. 금·은·백금·팔라듐으로 구성된 귀금속 섹터는 지난주 일제히 1~4%대 올랐다. 시장의 눈이 잭슨홀미팅에 쏠린 가운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해만큼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며 국채 수익률과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채권 수익률(시장금리)이 하락하면 귀금속을 보유할 때의 기회비용이 감소해 귀금속 가격은 상승한다. 특히 은 가격은 4%가량 상승하면서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마감해 귀금속 섹터에서도 유난히 상승 폭이 컸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은은 절반 이상이 산업용으로 소비돼 금보다 경기 상황에 더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한창 무르익던 1월 말 기준 은 선물 가격은 지난해 11월 대비 25% 뛰기도 했다. 덴마크계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올 한슨 파생상품전략 부문 대표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통화 개입에 나선 후 은값이 급등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인식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낮추고 현금 51조 원을 시장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금보다 은의 투자 매력이 더 높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높은 금리 부담에도 미국 경기의 연착륙 기대감에 실질금리가 하락하면 산업용 수요 비중이 더 높은 은의 가격이 금보다 더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실질금리가 하락할 경우 금·은 교환 비율도 하락해 은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결과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도 기준금리를 밑도는 상황”이라며 “이는 향후 연준의 추가 긴축보다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여 실질금리의 추가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점 매수를 하기에도 매력적인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 가격은 올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급등했다가 이후 달러 강세 등으로 열기가 한풀 꺾였다. 지난 한 달간은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상승하며 급격히 조정을 받았다. 실제 은 가격은 온스당 24.575달러에 거래돼 여전히 연초(25.115달러) 대비 낮은 수준이다. 황 부장은 “은 가격은 장기적으로 27.5달러와 30달러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달러 초반대에서는 저가 매수 전략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
[여명]금융에 '멀티플레이'를 許하라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3.08.28 06:00:00윤석열 대통령이 올 2월 ‘은행 돈 잔치’를 비판하고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를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경쟁 시스템 강화를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를 강조했다. 금융회사들은 이에 대해 한편으로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의 비이자이익 확대에 걸림돌이 됐던 각종 규제를 금융 당국이 풀어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은 비이자이익을 확대해보려 해도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나 금융업 관련 인허가 규제 등에 가로막혀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곧바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권·학계 등과 함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하지만 4개월 동안 열다섯 차례 회의를 연 후 지난달 내놓은 종합 개선안에서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허용 정도가 눈에 띄었을 뿐 이렇다 할 결과물은 보이지 않았다. TF에 참여했던 카드·증권·보험 등 비은행 업권에서 지급결제업 허용을 요청했으나 시스템 안전성 문제가 크다는 이유로 개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은행권에서는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투자일임업 도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이 역시 제외됐다. 당초 관심을 모았던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이나 스몰라이선스(인가 세분화) 등도 개선안에서 빠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특화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커졌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차일피일 미뤄지던 금산분리 완화 방안 발표도 재차 연기됐다. 금융 당국은 이달 말 예정된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실물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서 금산분리 완화로 금융회사가 비금융 영역으로 무분별하게 진출할 경우 골목상권이 침해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영향을 더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당국이 금융 산업 육성, 금융회사의 해외 경쟁력 강화 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는 소극적이라며 답답해 하고 있다. 이달 초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CEO들은 정부가 비이자이익 확대를 주문하면서도 이를 위한 토대 마련에는 적극적이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자 장사를 하지 말라’는 정부가 되레 금융회사들이 이자 장사밖에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연내에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등 금산분리 완화 방안이라도 발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회사 지분을 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가 도래하고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접목이 필요해졌지만 규제로 인해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이에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이나 보험에 허용된 15% 수준까지 투자 범위를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핀테크 등 신산업 투자를 늘릴 수 있고 전략적 제휴를 통한 수익원 다각화로 금융의 ‘멀티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일일이 혁신금융 서비스를 신청해 심사를 받아야 했던 금융과 비금융 융·복합 상품 및 서비스도 쉽게 선보일 수 있게 된다. 물론 규제 완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서비스로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 및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를 통한 신뢰 제고도 필요하다.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미뤄지고 있는 데는 최근 국민은행과 경남은행·대구은행 등에서 횡령, 내부자 정보 이용, 불법 계좌 개설 등 대형 금융 사고가 잇따른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동양그룹이 자회사 동양증권을 통해 계열사의 회사채·기업어음(CP)을 불완전판매해 4만여 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1조 5000억 원의 피해를 입힌 이른바 동양그룹 사태로 금산분리 강화 목소리가 커졌던 상황이 재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S&P도 美중소은행 신용강등… 고금리發 경고음 커진다
국제 경제·마켓 2023.08.22 17:59:59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지역은행 5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고금리의 여파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상승하는 가운데 무디스에 이어 S&P까지 지역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면서 고금리발(發) 경고음이 커지는 분위기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S&P는 이날 키코퍼레이션과 코메리카뱅크·밸리내셔널뱅코프·UMB파이낸셜코퍼레이션·어소시에이티드뱅코프 등 5개 은행의 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S&P는 “고객 예금을 유치하기 위한 이자율이 높아지고 유동성 문제로 은행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용등급이 내려간 코메리카뱅크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이후 예금이 140억 달러나 감소했다. S&P는 또 S&T은행과 리버시티은행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상업용부동산(CRE)에 대한 대출 등 관여 비중이 높다는 이유다. 이날 S&P의 조치는 7일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CRE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 등을 이유로 M&T뱅크·피나클파이낸셜·프로스페리티은행 등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지 약 2주일 만에 나왔다. 이는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불거진 1차 혼란은 수습했지만 근본 원인인 고금리가 여전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 규모가 커지고 예금 유치 비용이 늘어난다. 대출 고객 입장에서도 상환 부담이 커져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진다. S&P는 “자산 건전성에 대한 많은 지표가 여전히 양호해 보이지만 더 높은 금리가 차주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특히 사무실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은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시중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34%로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은행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시장은 24~25일 열리는 잭슨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을 앞두고 연준이 얼마나 오래 고금리를 유지할지 주시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장기국채 수익률의 고공 행진을 용인하는 언급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매슈 루체티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너무 강하기 때문에 연준은 더 높은 국채금리를 환영할 것”이라고 봤다. 잭슨홀에서 이 같은 언급이 나올 경우 추후 금리 인하 시기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매파적 신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연준은 (수익률이라는) 불에 기름을 붓는 매파적 메시지를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폐업 속출…2분기 펀딩자금 50% 급감
산업 IT 2023.08.14 15:47:39“사방에 자본이 넘쳐 나지만 스타트업 투자로는 흐르지 않습니다. 투자 유치를 모색하는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친화적이지 않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창업자)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내 스타트업 펀딩이 50%가량 줄어든 100억 달러에 그치면서 자금이 바닥난 스타트업들이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펀딩 생태계가 마지막으로 호황이었던 2021년 하반기에 투자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이 올 하반기부터 줄줄이 자금 고갈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스타트업 펀딩은 2년가량의 런웨이(생존 가능 기간)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이뤄진다. 가장 먼저 쓰러진 것은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 직후 펀딩을 진행하던 스타트업들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6월 결제 서비스 스타트업인 팬서가 폐업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2000만 달러(약 270억 원)의 투자금을 모집하기로 약속됐지만 이후 상황이 급변하자 투자자들이 이탈했다. 맷 리들러 팬서 창업자는 사업 모델을 변경하고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현금 소진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후 투자가 줄줄이 불발되면서 결국 사업을 접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지면서 스타트업 대출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한 달 앞선 5월 또 다른 결제 스타트업인 플라스티크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인수합병(M&A)이 물거품이 되면서 파산 신청을 했다. 다음으로 줄폐업 가능성이 커지는 곳은 직전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지 2년이 돼가는 곳들이다. 대부분 ‘생존 모드’로 돌입해 비용을 줄이며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후속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몇 달간의 생존도 불투명하다. 제니 필딩 에브리웨어벤처스 대표는 “앞으로 12개월 내에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호황기에는 사업이 지속되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이 성장성보다 수익성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초기 단계 스타트업까지 투자의 수익성을 중요한 잣대로 평가하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실리콘밸리 굴지의 VC인 NEA(New Enterprise Asoociates)의 스콧 샌델 최고경영자(CEO)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의 게임 주제가 ‘최대한 빨리 성장하라’에서 ‘가진 돈의 한도에서 효과적으로 성장하라’로 바뀌었다”며 “이전에는 수익 없이 성장하는 것으로 창업자들이 페널티를 받지 않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짚었다. 그러다 보니 사업 모델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결합해 피벗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는 “이제 투자자들도 당장 매출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 AI를 결합해 B2B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며 “일단 생존을 위해 사업 방향을 피벗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글·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
270곳 나스닥 보낸 전설의 VC "기술 대신 이것 봤다…정해둔 원칙조차 깨야”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증권 해외증시 2023.08.11 06:30:00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먼로파크 샌드힐로드 2855번지. 간판조차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한 2층짜리 건물이지만 4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스타트업들이 ‘넥스트 구글’ ‘넥스트 테슬라’를 꿈꾸며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곳이다. 이곳에는 지난달 기준 총투자운용금액(AUM)이 240억 달러(약 31조원)에 달하는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털(VC)인 NEA(New Enterprise Associate)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VC 업계의 전체 AUM 규모가 갓 50조 원을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VC 한 곳이 우리나라 전체 VC 업계의 60%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는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의 앤드리슨호로위츠·세쿼이아캐피털과 함께 3대 VC로 꼽히는 NEA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시초라 할 세일즈포스에 초기 투자했고 화상회의 솔루션으로 시스코에 32억 달러에 인수된 웹엑스도 일찍이 가능성을 알아보며 신기술 감별사로 명성을 굳혔다. 이 외에 미국 최대 증권 앱 로빈후드(2015년),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클라우드플레어(2010년), 소셜커머스 그루폰(2008년) 등에도 투자했다. 스콧 샌델 NEA 최고경영자(CEO)는 서울경제신문과 창간 인터뷰를 통해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이 주는 가치를 가려낸 것이 성공의 노하우”라며 “강력한 가치를 줄 때 소비자들이 반응하는데 생성형 AI는 소비자 측면에서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샌델 CEO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활용 면에서 진짜 가치를 줄 수 있으려면 정교한 데이터셋이 필요한데 나날이 데이터셋이 좋아지고 있다”며 “처음에는 ‘기성품 AI’를 쓰다가도 저마다의 기술과 데이터셋으로 맞춤형으로 발전하면 생성형 AI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짚었다. 샌델 CEO는 ‘강력한 가치 제안(strong value proposition)’이라는 말을 16번이나 반복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는 앞선 대단한 기술인데도 이용자들에게 강력한 가치를 주지 못하는 것이 많다”며 “생산성을 10% 높이는 소프트웨어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는 10배·100배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품을 본다”고 강조했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무한한 상승세(unbounded upside)’로 간주하고 이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 그의 일이다. 난독증으로 서류 대신 사람 팠다 기업을 볼 때 기술 너머의 본질을 파고든 데는 평생의 결핍이 큰 동력이 됐다. 샌델 CEO는 다트머스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 입사해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PC 운영체제 윈도95의 프로덕트매니저를 맡았다. 이후 1996년 NEA에서 VC심사역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다른 VC들이 일하는 방식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학습 장애의 하나인 난독증(읽기 장애)을 심하게 겪었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다. 샌델 CEO는 “포기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읽어서 공부하는 대신 질문을 던져 배우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며 “사업 모델 요약(executive summary)과 창업자들의 이력 단 두 가지만 팠다”고 전했다. 질문이 달라야 했다. ‘당신이 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는 그의 첫 질문이었다. 뛰어난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기존의 삶을 버리고 창업에 뛰어든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고 그곳에 해결할 문제와 기회 요인이 존재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어떻게 제품이나 기술로 문제를 풀 것인가’에 이어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이 제품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샌델 CEO는 “이 질문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이용자들이 이 제품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창업자들이 그 사업에 얼마나 리스크를 베팅할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본이 투입되는지는 그다음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후 2016년 CEO에 취임해 16~18VGE펀드를 연달아 출범시켰고 전체 AUM 규모를 80% 가까이 키웠다. 달라진 실리콘밸리 게임 상 실리콘밸리는 올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가 크게 위축되는 경험을 했다. 이를 두고 샌델 CEO는 “실리콘밸리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주제가 ‘최대한 빨리 성장하라’에서 ‘가지고 있는 돈의 한도에서 효과적으로 성장하라’로 바뀌었다”고 짚었다. 그는 “이전에는 수익 없이 성장하는 것으로 창업자들이 페널티를 받지 않았지만 금리 인상과 벤처펀딩 위축으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출혈 경쟁의 대표 주자였던 우버가 2분기 2009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황일 때는 기업가치가 인플레이션되고 그렇지 않으면 투자 생태계가 위축되는 딜레마 간의 균형을 묻자 적정한 기업가치를 가진 성장주를 찾아낸다는 의미의 ‘GARP(Growth at a Reasonable Price) 전략’을 언급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무한한 상승세’를 보이는 기업인 경우 당시의 기업가치 평가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3~5배 성장이 아닌 50배·100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줄 그런 기업이다. 하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율은 철저히 50대50으로 가져간다. 그는 “리스크가 큰 초기 단계에 50%를 투자하지만 이들 중 후기 시리즈까지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오직 5~10%가량의 기업만 후기 단계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7년차 셰르파” 본사 출입문 옆 복도에서는 별다른 장식품 없이 빨강·노랑·초록·파랑 등의 색이 무한하게 반복되는 사진이 눈에 띄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하던 샌델 CEO는 기자가 동양적인 느낌의 2m 정도 되는 사진에 시선을 돌리자 이 사진의 의미를 대답하기 전에는 이 건물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농담을 던졌다. ‘인피니트 비트윈스(Infinite Beteweens)’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네팔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앞의 ‘소원 깃발’을 찍은 것이다. 히말라야 등정을 앞둔 이들이 무사히 귀환하게 해달라는 염원을 담은 것으로 창업 여정에 나서는 창업자들을 빗댔다. 샌델 CEO는 “수많은 창업자들이 탐험가의 마음으로 에베레스트에 오를 때 우리도 역할이 있다”며 자신의 역할을 이름 없는 셰르파(등반 안내인)라고 힘줘 말하며 미소 지었다. 40년 역사 동안 NEA가 발굴하고 투자한 스타트업 중 270곳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오프닝벨을 울렸다. 화상회의 솔루션 웹엑스나 클라우드서비스 타블로처럼 다른 기업에 인수된 사례도 450건에 달한다. 역사와 업적이 나란히 성장하는 NEA의 성공 이유로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클라우드플레어'의 최고경영자(CEO)인 매슈 프린스는 ‘NEA는 커다란 도전을 무릅쓰고 창업자들이 대담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한다’는 점을 꼽았다. 270곳 상장에도 유튜브, 넷플릭스 투자 실패 뼈아파 27년간 셰르파로 나섰던 그에게 잊지 못할 투자의 순간을 묻고 싶었다. 이 질문에 그는 실패의 순간들을 꼽았다. 2005년 그가 휴가 중이었을 때 절친한 지인이자 연쇄 창업자인 짐 클라크 넷스케이프 창업자가 연락을 해왔다. 사위(채드 헐리)가 창업을 했는데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비서에게 창업자와 미팅을 잡으라고 했지만 휴가 뒤에 이를 깜빡했다. 이후 경쟁사인 세쿼이아캐피털이 유튜브라는 서비스에 투자했다는 기사가 떴다. 이후 2007년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되자 세쿼이아캐피털은 1100만 달러의 투자금으로 44배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그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뼈아픈 실수였다”며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실패는 더 아팠다. 1998년 한 친구가 “투자를 받고 싶은데 이왕이면 당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친구가 내건 기업가치는 5500만 달러에 달했다. 샌델 CEO는 “너무 괜찮은 사업 모델이었고 온라인으로 갈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면서도 우리가 생각한 금액의 두 배였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당시 투자를 접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 친구는 현재 시가총액이 1940억 달러에 달하는 넷플릭스를 창업한 리드 헤이스팅스였다. 기업가치가 3880배나 성장한 것이다. 샌델 CEO는 “아주 특별한 사업 모델이라면 기존의 가치 책정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후 실패로 배운 교훈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2002년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가 투자 의향을 타진하면서 ‘절대로 VC들 앞에서 피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조건을 내걸자 항상 파트너가 입회한 가운데 피칭으로 투자를 결정한다는 원칙을 깼다. 그는 “이틀 안에 모든 파트너를 일대일로 피칭하면서 설득했다”며 “회사가 아주 특별하다는 믿음이 있다면 때로는 정해둔 원칙을 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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