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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챗GPT發 훈풍에 감산 맞물려…"메모리 바닥신호 더 뚜렷"
산업 기업 2023.03.27 17:00:00반도체 업계에서 하반기 D램 시장의 수요 역전을 예측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메모리반도체 회사들의 감산 작업에 따른 공급량 감축과 챗GPT 등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의 출현으로 인한 수요 반등이다. 저점을 찍은 세계 거시경제지표 등도 메모리 수요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추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강해져 4분기에는 반도체 D램 수요가 공급을 5.81%나 앞설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바닥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D램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이 맞춰지고 있는 데는 메모리 회사들의 생산량 조절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주요 메모리 회사들의 재고 일수는 20~23주 수준이다. 각 회사들이 수요 부진으로 팔지 못해 쌓아둔 제품을 약 5개월이 지나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메모리 회사들은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설비투자 예산을 깎으며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까지 줄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의 저가형 제품을 감산했고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전체 D램 생산량의 20%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단행한 감산의 효과는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3분기 동안 재고 조정으로 생기는 비용이 적어지고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신규 수요 발생으로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이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AI 생태계가 D램 시장의 활황을 앞당길 새로운 수요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 시스템을 가동하는 고사양 서버용 D램의 4분기 공급 부족 비율은 6.59%에 달한다. 세계 4대 메모리 시장인 서버·PC·모바일·그래픽 시장 중 가장 눈에 띄는 공급 부족 신호다. 메모리 업계도 생성형AI 시장을 주목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2월 한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해 “AI 챗봇이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반기 각종 전방 산업의 회복세도 D램 시장 활황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서버용 D램은 물론 스마트폰·그래픽용 D램 모두 3분기부터 수요가 공급을 2% 이상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PC 시장 역시 D램 시황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PC 회사들이 ‘DDR5’라는 새로운 규격의 D램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고사양 PC를 찾는 소비자들이 신규 기기로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D램 공급과 수요량이 균형을 맞춰가면서 D램 가격 전망치 낙폭도 둔화하는 추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범용 제품인 DDR4 8Gb D램의 고정 거래 가격은 이달 1.81달러에서 올해 12월 1.50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12월 말 2.21달러로 크게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줄었다. 하반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방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D램 수요와 동행하는 주요 경기선행지표들도 잇달아 낙관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BNP파리바가 발표하는 글로벌유동성지수를 보면 3월 초 기준 0.21까지 떨어져 지난해 1월 이후 약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자금흐름은 0에 가까울수록 원활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경기 전망도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달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에 따르면 2월 기준 98.5로 전월 대비 보합세를 나타내며 2021년 6월 이후 19개월 동안 이어진 하락세가 멈췄다. 이주호 국제금융센터 외환분석부장은 “3월 초까지는 각종 지표들이 예상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서 추세적으로 경기가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이 몰고 온 공포 심리다.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유동성을 흡수하게 돼 자금 흐름은 둔화된다. 동시에 실물경기에 대한 낙관 심리도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 침체 공포가 다시 커지면 당연히 D램과 같은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줄어든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급 측면에서만 보면 일단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향후 경기 흐름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MBS·예금·사모펀드 ‘뱅크데믹’ 3대 뇌관… “최악땐 글로벌 경제성장률 -2%”
국제 국제일반 2023.03.27 16:10:32미국과 유럽 은행권의 위기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부동산, 비보호 예금, 사모펀드 등을 향후 시장을 흔들 수 있는 3대 ‘약한 고리’로 지목했다. 이번 위기의 ‘진앙’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미국의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이 인수하기로 했지만 은행 혼란으로 최악의 경우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2%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등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우선 미국 30위 은행인 퍼스트시티즌스는 이날 SVB의 예금 1190억 달러와 대출 채권 720억 달러를 165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우선 부동산은 상업용과 주거용 모두 위험하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높은 대출금리와 공실률로 이미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5%나 폭락한 상태다. 미국 중소 은행들은 이 같은 상업용 부동산에 2조 3000억 달러(약 2989조 원)를 대출해줬는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규 대출은 물론 차환도 거부해 빌딩 가격의 추가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채권을 묶어서 만든 상업용 주택저당증권(MBS)도 지난해 말 기준 4440억 달러어치나 보유, 최근 상업용 MBS 가격이 급락하면서 430억 달러의 미실현 손실도 보는 상황이다. 당국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틴 그룬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상업용 부동산의 운용 수익이 낮아지고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현상이 계속되면 시차를 두고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며 “우리가 계속 주의를 갖고 감독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주거용 부동산도 문제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국 주택 가격은 급등했고 은행들도 주거용MBS를 지난해 말 2조 8000억 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택 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이 MBS 가치도 하락, 미실현 손실이 3680억 달러에 달한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는 예금 규모가 막대한 것도 뇌관이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돈이 풀리면서 지난해 말 기준 예금 보호 한도(25만 달러)를 넘는 미국인의 예금 규모는 8조 달러(약 1경 397조원)에 달해 2019년 말보다 41%나 증가했다. 스탠퍼드대 등의 경제학자들이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자의 절반이 예금을 인출할 경우 파산 위기에 처할 미국 은행은 약 200개에 달한다. 사모펀드도 위험한 분야로 꼽혔다.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로 수익에 굶주린 돈은 사모펀드로 이동했고 이들 사모펀드는 리스크가 높은 기업이나 자산에 투자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여왔다. 컨설팅 기업 어니스트앤영(EY)에 따르면 사모펀드 회사들이 여러 자산에 투자한 금액은 7300억 달러에 달한다. WSJ는 “사모펀드는 금융 시스템의 ‘블랙홀’과 같다”고 전했다. 사모펀드는 일반 금융 상품보다 헐거운 규제를 적용받아 운용이 ‘깜깜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품으로 리스크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이에 글로벌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WSJ는 “미국 은행의 혼란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위험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 은행들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더 깐깐하게 할 것이고 이는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의 수요를 감소시켜 결국 세계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전 세계에서의 달러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글로벌 무역을 둔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주 씨티그룹은 은행권 혼란이 올해 봄까지 일단락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2%, 내년은 2.5%로 전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2년 성장률 추정치(3.2%)보다 크게 둔화한 것이다. 씨티는 은행들이 위험자산을 팔아치울 경우 올해 성장률이 1.5%까지 둔화할 수 있고 미국과 유럽의 여러 개의 은행이 도산하는 전면적인 위기 때는 -2%로 추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중국발전포럼에서 “세계 금융의 안정성에 위험이 커졌으며 올해는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한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확실히 침체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추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은행 수석 경제고문인 에릭 닐슨은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최소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추가 금리 인상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장 불안이 커지자 갈 곳을 잃은 시중 유동성은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려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들어 미국 MMF에 2860억 달러(371조 8000억 원)가 유입돼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뭉칫돈이 몰렸다고 전했다. -
실리콘밸리은행, 중소은행 퍼스트 시티즌스에 인수
블록체인 블록체인 2023.03.27 15:58:41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를 둔 미국 중소은행 퍼스트 시티즌스(First Citizens)가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한다. 26일(현지 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연금예금보험공사(FDIC)는 퍼스트 시티즌스가 SVB의 예금 전액과 대출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구매 및 인수 계약에 따라 일전에 운영되던 SVB의 17개 지점이 퍼스트 시티즌스의 신탁 회사로 개장해 운영된다. 또 SVB의 모든 예금자는 자동으로 퍼스트 시티즌스의 예금자가 된다. FDIC는 “퍼스트 시티즌스는 SVB를 165억 달러 할인된 720억 달러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SVB 파산 직후 FDIC이 압류한 900억 달러의 SVB 일부 자산은 퍼스트 시티즌스에 넘어가지 않고 법정 관리 상태가 유지될 예정이다. 퍼스트 시티즌스는 작년 말 기준 미국 상업은행 중 30위 수준인 중소은행으로 분류된다. SVB 파산 직후 FDIC이 2주간 인수자를 모색했는데 퍼스트 시티즌스와 밸리 내셔널 뱅코프(Valley National Bancorp)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이후 두 은행이 SVB 인수를 두고 경합을 벌였다. 퍼스트 시티즌스의 시장 가치는 84억 달러로 밸리 내셔널 뱅코프보다 37억 달러 높다. -
[마감 시황] SVB 충격·美 CPI 경계감에 코스피 2.5%↓
증권 국내증시 2023.03.14 15:57:07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확대되면서 코스피지수가 2.5% 넘게 떨어졌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충격 여파로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점도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1.63포인트(2.56%) 내린 2348.97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20.24포인트(0.84%) 내린 2390.36에 출발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5677억 원, 218억 원씩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6381억 원 내다팔았다. 코스피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약세로 마감했다. 삼성전자(005930)(-1.67%), LG에너지솔루션(373220)(-2.66%), SK하이닉스(000660)(-3.8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0.77%), 삼성SDI(006400)(-1.76%), LG화학(051910)(-1.81%), 삼성전자우(005935)(-2.07%), 현대차(005380)(-2.84%), NAVER(035420)(-3.21%), 기아(000270)(-3.17%)는 주가가 하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일간으로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며 "미 금융주 급락, 유럽 증시 급락 등 불안한 심리를 후행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늘 밤 발표될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를 앞둔 경계심리 역시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반대매매 물량도 쏟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10일 기준 반대매매 금액은 230억 원으로 올해 1월 초 이후로 가장 큰 금액 기록했다.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의 합산 신용잔고금액은 18조 원에 육박했으며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잔고 비율은 37.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월간으로 10% 이상 급락세를 기록했던 6월, 9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0.84포인트(3.91%) 내린 758.05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0.45포인트(0.06%) 떨어진 788.44에 출발했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홀로 5104억 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442억 원, 2612억 원씩 내다팔았다. 코스피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 에코프로(086520)(2.63%)와 에스엠(041510)(1.86%)은 강세로 마감했다. 반면 에코프로비엠(247540)(-3.20%),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2.89%), 엘앤에프(066970)(-3.81%), HLB(028300)(-5.90%), 카카오게임즈(293490)(-0.81%), 셀트리온제약(068760)(-4.99%), 펄어비스(263750)(-2.03%)는 하락했다. -
HSBC, 1파운드에 SVB 영국법인 인수…‘헐값 매각’ 평가도
블록체인 블록체인 2023.03.14 13:42:46홍콩상하이은행(HSBC)이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영국법인을 1파운드(약 1580원)에 인수한다. 13일(현지 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인 HSBC는 SBV의 파산에 따른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법인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10일 기준 SVB 영국법인은 약 55억 파운드(약 8조6700억 원)의 대출과 약 67억 파운드(약 10조5700억 원)의 예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HSBC는 “인수로 얻게 되는 이익의 최종 산출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며 “SVB 본사의 자산과 부채는 거래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HSBC는 이번 인수가 영국에서의 지분 확대, 브랜드 강화 등 여러 방면에서 이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HSBC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노엘 퀸은 “영국에서의 사업을 생각하면 분명 탁월한 전략”이라며 “상업 은행 영업망을 강화해 혁신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SVB 영국법인 고객은 우리의 보호 아래 평소와 같이 은행 업무를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HSBC의 1파운드 인수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보기 드문 ‘헐값 매각’이라고 평가가 나온다. -
‘예측불가’ 연준에 밤잠 설치던 한은…SVB 덕에 금리 인상 부담 덜까 [조지원의 BOK리포트]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3.14 13:07:03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통화정책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올해 초 미국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월 초 ‘디스인플레이션’을 처음 언급했을 때까지만 해도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기대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후 고용·물가 지표가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긴축 우려가 다시 커졌고 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이후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3월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게 확대됐다. 예측할 수 없는 연준의 행보에 한국은행도 복잡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금융통화위원들은 2월 금통위서 기준금리를 1년 만에 동결하면서도 최종금리는 3.75%까지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도 “파월 의장 발언이나 미국 지표가 공개되면서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다”면서도 “셈범은 복잡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14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CPI)를 포함해 미국 경제 지표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귀를 곤두세우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SVB발 금융시장 불안이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빅스텝 가능성을 없애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 금융당국의 개입 조치로 시스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줄자 연준의 통화정책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에 반영된 정책금리 기대를 보면 50bp 인상은 0%대로 축소되고 25bp 인상은 95% 수준으로 확대됐다. 노무라와 JP모건은 SVB 사태를 감안하면 3월 FOMC에서 50bp보다는 25bp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아예 3월 동결을 전망했다. 13일 SVB 파산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불안이 예상됐던 금융시장은 연준 속도 조절 가능성에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전일 대비 0.7%, 0.0% 상승했고 국고채 3년물 금리도 3.44%로 26bp(1bp는 0.01%포인트) 급락했다. 미 금융당국의 예금 보호조치와 함께 미 연준의 통화 긴축 가속화 기대가 약화된 영향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1301.8원으로 하루 만에 22.4원 급락했다. 다만 하루가 지난 14일 오전 시장 경계감이 되살아나면서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도 상승 전환한 상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됐다고 하면서도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불안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SVB가 연준의 금리 인상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이번 사태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있음이 드러난 사례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해 2월 0.00~0.25%에서 올해 2월 4.50~4.75%까지 1년 만에 450bp(1bp는 0.01%포인트) 올렸다. 시장에서는 가파른 금리 상승의 부작용이 반드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마침 이번 사태가 터져 나온 것이다. SVB는 주된 거래처인 벤처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예금인출을 늘리자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18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채권매각손실이 발생했다. 손실이 발생한 직접적인 이유는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한 영향이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3실장은 “이번 SVB 사태는 가파른 금리 상승의 부작용이 금융시장에 스트레스 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연준 입장에서 향후 정책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이 SVB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도 향후 행보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파월 의장은 SVB 사태 발생 3일 전 의회에 출석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던 만큼 이번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SVB 사태로 미국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역시 추가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을 줄이는 요인이다. 미국 내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대규모 해고에 나선다면 미국 경제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1984년 미국 내 자산 기준으로 7위였던 콘티넨탈 일리노이 은행의 파산 사태도 거론되고 있다. 당시 연준은 콘티넨탈 일리노이 은행이 파산하자 긴축을 중단하고 이후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금리 추가 인상에 부담을 느껴온 한은 입장에서 연준의 속도 조절은 바라던 바다. 2월 금통위 이후 이창용 총재 간담회 등을 보면 기준금리를 3.75%까지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것보다 현 수준인 3.50%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내 물가와 성장만 보더라도 통화정책 판단이 어려운데 미국 긴축 등 대외 변수 영향이 줄어드는 것은 호재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안팎으로 내려온 점도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150bp 이상으로 벌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격차를 줄일 여지도 생겼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발표 예정인 미국 CPI가 시장 예상에 부합해야 연준이 긴축 강도를 높이지 않을 명분이 된다. 2월 CPI 컨센서스는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6.0%로 형성돼 있다. 결과적으로 이달 FOMC에서 연준의 금리 결정과 점도표를 확인해야 한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
[SEN]HLB글로벌, 작년 볼리비아 최대 금광 개발 진출…SVB 시테 ‘금’ 부각
증권 종목·투자전략 2023.03.14 10:44:43[서울경제TV=김혜영기자]HLB글로벌(003580)이 강세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붕괴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HLB글로벌 지난해 볼리비아 최대 금광 개발 사업에 진출한 점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오전 10시 43분 현재 HLB글로벌은 전 거래일 대비 4.94 % 오른 6,3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우려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금 관련주들이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엘컴텍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HLB글로벌의 볼리비아 금 광산도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VB의 파산으로 인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에 투자자 들은 채권과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는 분위기다. 대표적 안전자산 중 하나인 금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8%(32.60달러) 오른 1,867.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hyk@@seadaily.com -
[오전 시황] 美 SVB 파산 충격 지속…코스피 2360선 위태
증권 국내증시 2023.03.14 10:33:34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국내 증시가 장 초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10시 16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7.59포인트(1.97%) 내린 2362.36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0.24포인트(0.84%) 내린 2390.36에 출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3193억 원 순매수 중이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496억 원, 836억 원씩 내다팔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약세다. 삼성전자(005930)(-1.33%), LG에너지솔루션(373220)(-2.31%), SK하이닉스(000660)(-3.44%),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0.51%), LG화학(051910)(-2.23%), 삼성SDI(006400)(-3.12%), 삼성전자우(005935)(-1.32%), 현대차(005380)(-1.53%), NAVER(035420)(-1.98%), 기아(000270)(-0.89%)는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 본부장은 “미국 증시가 SVB 사태에 대한 미 정부 당국의 해법 발표에도 약세를 보이는 등 여전히 변동성이 확대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며 “특히 채권시장에서 패닉 바이(BUY) 사태가 발생하는 등 금리 변동성이 확대된 점은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 여진, 안전자산선호심리 강화, 2월 미 CPI 경계심리 등으로 국내 증시는 변동성 장세를 전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증시에서 역시 단기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인 만큼 관망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우선으로 보이지만, 장중 지수 급락 혹은 변동성 증폭 시 테마, 업종 보다는 시가총액 관점에서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분할 매수 대응하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조언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9.03포인트(2.41%) 내린 769.99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전일 대비 0.45포인트(0.06%) 내린 788.44에 출발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3502억 원 순매수 중이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423억 원, 1022억 원씩 내다팔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에코프로비엠(247540)(-1.72%),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0.80%), 엘앤에프(066970)(-4.45%), HLB(028300)(-2.53%), 카카오게임즈(293490)(-0.35%), 셀트리온제약(068760)(-1.70%)은 약세다. 반면 에코프로(086520)(3.73%)는 주가가 오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90.50포인트(0.28%) 하락한 3만1819.14에 장을 마감했다. S&P 500지수도 전장보다 5.83포인트(0.15%) 떨어진 3855.76을 기록했다. 반면 나스닥지수는 49.96포인트(0.45%) 오른 1만1188.84로 장을 마감했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현시점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3.14 09:46:1914일 서울 중구 은행엽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금융 수장들이 국민적 관심을 보여주 듯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이승헌(왼쪽부터) 한국은행 부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경제수석. 이날 회의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대한 국내외 금융시장의 반응과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 오승현 기자 2023.03.14 -
SVB 사태에 무거운 경제·금융 당국 수장들의 표정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3.14 09:44:30최상목(왼쪽부터) 경제수석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추경호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경제·금융 수장들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대한 국내외 금융시장의 반응과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 오승현 기자 2023.03.14 -
SVB 사태 논의하기 위해 모인 경제·금융 당국 수장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3.03.14 09:43:43최상목(왼쪽부터) 경제수석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등 경제·금융 수장들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대한 국내외 금융시장의 반응과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 오승현 기자 2023.03.14 -
SVB발 전염은 없다…더퍼스트리퍼블릭은행 예금인출 고객 없이 '차분'
증권 해외증시 2023.03.14 08:25:451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토알토 캘리포니아 애비뉴에 있는 더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이날 객장을 찾은 고객들이 예금 인출 없이 발길을 돌렸다.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0일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여파로 주말간 인터넷 뱅킹 거래 인출 예약건이 폭주하면서 월요일인 이날 객장에 예금 인출 고객들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 VC 관계자는 “테크 업계의 특성상 정보 공유도 빠르고 후속 조치도 빠르다”며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도 위험하다는 신호가 나타나면서 다들 모바일 앱으로 인출 시도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날 미 재무부가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명의로 “SVB에 맡긴 전체 예금 자산을 지급 보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날 팔로알토의 더퍼스트리퍼블릭은행 지점에는고객이 여섯명 가량 있었다. 대기 인파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고객들은 직원들에게 차분히 설명을 듣고 별도의 예금 인출이나 계좌 해약 없이 객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예금 인출을 하지 않고 객장을 나온 안젤라 위씨는 "원래 주변에서 더퍼스트리퍼블릭도 위험하다고 들어서 오늘 문의를 하러 왔다"며 "직원 안내도 듣고 상황도 파악하고 나니 한 시름 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더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날 주가가 61%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시간외 거래에서 16% 상승했다. -
새벽부터 SVB 지점 달려온 고객들 웃게 한 한마디
증권 해외증시 2023.03.14 07:55:2913일(현지 시간) 실리콘밸리뱅크(SVB)의 예금 자산이 거래가 재개된 첫 날 미국 실리콘밸리의 심장인 팔로알토 핸오버가의 SVB 지점. 이십여명의 기업 고객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대부분 이날 새벽부터 온라인 뱅킹으로 접속을 시도했다가 허탕을 치고 지점을 직접 찾은 이들이었다. 이들은 밖에서 안내를 맡은 직원으로부터 예금 인출 서류와 계좌 폐쇄 서류 두 가지를 받아들었다. 대부분 한 손에는 서류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쥔 채 상황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었다. 직원 80여명의 스타트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한 창업자는 "새벽부터 온라인 뱅킹에 접속했지만 두 번째 인증 단계부터 먹통이 돼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지 않았다"며 "마음이 급해서 직원 두 명을 다른 SVB 지점으로 보내 대기줄이 빠른 곳으로 이동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말을 마치자 대기줄에 서있던 다른 고객들도 “비슷하게 2단계에서 인증이 안 넘어가 지점에 오게 됐다”며 “눈 앞에서 확인하는 게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긴장이 역력한 표정을 풀어준 건 직원의 한 마디였다. 원래 SVB 본사에 근무하고 있으나 전날 급히 은행을 닫는 업무에 투입됐다는 한 직원은 고객들이 빠른 발걸음으로 대기열에 합류할 때마다 "당신의 모든 예금 자산은 안전할 것입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 저희가 처리해드릴 예정입니다"라고 전했다. 이에 고객들의 긴장된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고객들은 직원에게 "긴 주말을 보냈겠다"며 위로를 건넸다. 이에 직원이 "주말 오전 6시에 지점 업무에 투입 연락을 받은 뒤로 잠을 거의 못 잤다"고 대답하자 모두 연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무사히 예금을 인출한 고객이 나오면서 대기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굿 럭(행운을 빈다)"며 인사하자 다들 이에 화답했다. 다음 행선지로 기자가 찾은 곳은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인 세콰이어캐피털을 비롯해 많은 VC 본사가 모여 있는 샌드힐로드의 SVB 지점. 대기 인파는 더욱 많았다. 혹시나 모를 돌발 상황을 대비해 보안요원 세 명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출입구 계단으로 쓰이는 곳에서 각자 노트북을 꺼내 웹사이트로 접속을 시도하며 대기하는 인파가 삼십명에 달했다. 고객 업무가 처리될 때마다 나이가 지긋한 직원이 직접 나와 밖에서 대기 번호를 호명했다. 오후 2시께가 되자 68번이 불렸다. 이날 무사히 예금을 찾은 헤더 린드씨는 "15일까지 직원 월급이 나가야 하는데 급한 불을 끄게 됐다"며 "일단은 당장 필요한 여유자금만 인출했고 나머지는 인터넷 뱅킹이 정상화되면 추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십여명의 고객들은 인출 업무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기 번호가 80번이라는 한 고객은 “지점이 3시까지만 여는데 내 순번까지는 차례가 오지 않았다”며 “일단 웹사이트로 계속해서 인출 시도를 해야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체적으로 정부가 예금 자산 전액 보호하기로 한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실리콘밸리 한국계 창업자 커뮤니티인 82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김광록 프라이머사제 공동 대표는 "주말 사이만 해도 일부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월급 지급과 대금 결제 등을 걱정하며 한두달 이상 못 버틸 수 있다고 각오를 했다"며 "자칫 SVB 파산처럼 스타트업도 예금을 갖고도 유동성이 없어 파산하는 상황이 나올 뻔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실리콘밸리 산업 전체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데미지를 입을 상황으로 발전할 뻔했는데 구사일생이 됐다"고 짚었다. 앞서 SVB 파산 여파를 가장 크게 받게 될 은행으로 지목됐던 더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날 주가가 61%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주말 동안 개장 전 매도세가 크게 이어진 탓이다. 하지만 막상 은행이 문을 열자 우려헀던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팔로알토 캘리포니아 애비뉴에 있는 더퍼스트리퍼블릭은행 지점은 객장에 고객이 여섯명 가량 있었다. 객장의 직원은 지점을 찾은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이날 예금 인출을 하지 않고 객장을 나온 안젤라 위씨는 "원래 주변에서 더퍼스트리퍼블릭도 위험하다고 들어서 오늘 문의를 하러 왔다"며 "직원 안내도 듣고 상황도 파악하고 나니 한 시름 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더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6% 상승했다. -
추경호 "SVB 사태 여파 예측불허…상황 예의주시"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3.14 07:51:36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현시점에서 SVB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높은 경각심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금융 시스템의 불안까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추 경제부총리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고강도 금융 긴축이 지속되며 취약 부문의 금융 불안이 불거져 나온 사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라며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상이해 일시 충격에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요 금융기관 및 4대 공적연금, 한국투자공사(KIC), 우정사업본부 등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현 단계에서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다만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 통제를 못한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의 불안 요인까지 겹치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만큼 정부와 관계 기관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관계 기관 합동 점검 체계를 24시간 가동해 모니터링하고 금융 시스템 취약 요인도 지속 점검해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
美'SVB' 발빠른 대응에 한숨 돌렸지만…'레고랜드'사태 재발시 '아찔'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3.03.14 07:38:3813일 국내 금융시장은 우려했던 ‘검은 월요일’을 피했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67%, 0.04%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22.4원 내린 1301.8원에 마감했다. 자산 규모 2090억 달러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러운 붕괴가 오히려 미 통화 당국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긴축 스탠스를 누그러뜨릴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덕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전광석화 같은 정책 대응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 시간) 곧바로 공동 성명을 통해 “SVB와 (이날 폐쇄된) 시그니처은행에 고객이 예금한 돈은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10일 SVB가 파산한 후 이틀 사이에 대책을 마련해 아시아 증시 개장 전에 발표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차단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연준은 새로운 기금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사가 보유한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이들 금융사에 1년간 자금을 대출해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해도 고객에게 예금을 원활하게 되돌려줄 수 있게 했다. 특히 금융사가 보유한 채권의 현재가치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크게 하락한 가운데 현재가치가 아닌 액면가치를 기준으로 담보를 인정해주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회사채 시장 경색, 흥국생명의 영구채 콜옵션 연기 사태 등에서 보여줬던 우리 당국의 잇따른 정책 실기와는 확연히 대조된다. 이종훈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혁신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전방위 대책을 내놓은 미 정부의 행보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SVB 파산의 요인, 사태 진행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하라”며 발 빠른 대응을 지시했다. 116조 원(2022년 3분기 기준)에 이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1749조 원(2022년 말 기준)의 가계부채 등이 잠재적인 폭탄으로 꼽힌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국내의 부실 PF와 관련한 종합대책을 내놓고 시장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초긴축 폭탄' 韓도 안전지대 아냐…"美처럼 정책 대응력 키워야" 국내 금융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큰 동요 없이 안정적 모습으로 마무리되자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인 빠른 정책 대응을 호평했다. 외생변수에 취약한 우리 입장에서는 SVB와 같은 돌발 변수에 시장 불안감이 커질 수 있었지만 한 시름 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약한 고리가 터지지 않도록 시장의 불안을 달래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잠재 폭탄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가상화폐 등의 시장에서 선제 정책 대응을 주문했다. 김창규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핀테크가 발달한 현 시점에서 뱅크런이 하나 터지면 번지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곧바로 SVB 예금을 전액 지급 보증하도록 해 위기의 불씨를 빨리 제거한 것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일단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장(전 금융위원장)은 “고금리 장기화로 SVB 파산이 불거졌지만 대형 은행으로 위기가 확산되는 식의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며 “그래서 초장에 위기를 확실히 잡는 게 중요한데 미국 정부의 정책 판단이 좋았다”고 진단했다. 전 원장은 그러면서 “SVB 사태가 우리에게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가 불쑥 튀어나올 가능성에 (정부가) 항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동산 PF 문제뿐만 아니라 한계기업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차입 비중이 큰 스타트업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우리 경제의 약점과 강하게 연결된 저축은행·지방은행 등 재무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금융기관에서 탈이 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혁신 생태계 붕괴 우려 커지자 美, 빠른 개입으로 위기전이 막아 아직 안심하기보다는 경계의 날을 바짝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이번에는 벤처 생태계가 미국의 핵심 성장동력이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른 지원에 나섰지만 가상화폐 전문 특수은행들이 파산과 부도가 났을 때 똑같이 연준이 지원해줄지는 회의적”이라며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게 정책 당국의 판단 미스다. 지난해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 흥국생명의 영구채 콜옵션 연기 사태 등은 정부가 ‘뒷북 대응’으로 위기를 키운 사례들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결국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와 부동산 PF를 연착륙해야 한다”며 “이들 대출의 부실화가 또다시 불거져 증권회사들이 흔들릴 경우 레고랜드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국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한계기업 부담↑ 약한 고리 저축銀 등 면밀 관리를 SVB 사태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둘러싼 압박은 줄었지만 외환시장의 급격한 쏠림은 여전하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22.4원이나 빠졌다. 이달에 미 통화 당국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으로 환율이 하락했지만 외환시장은 미국 움직임에 따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현재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시장 역시 금리와 환율을 두고 악재와 호재가 뒤섞여 혼란스럽다”며 “유언비어 하나에도 시장 전체가 뒤집힐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시장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이날 수출투자책임관회의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 최소화 등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2% 부족하다는 평가다. 벤처시장에서는 SVB 폐쇄로 이 은행에 자금이 묶인 국내 기업과 벤처캐피털 등에 대한 대책 등 손에 잡히는 실질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직 국책연구기관장은 “경기 부진으로 우리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위축된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로 관련 기업이 자금 경색과 도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VB 파산에 놀란 당국…은행 '몰빵대출 규제' 유지 금융 당국이 은행에 대한 거액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한도 규제를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채권시장 불안에 따라 지난해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금융권의 유동성 규제 완화 조치도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바젤 기준에 따라 단일한 거래 상대방에 대한 익스포저를 기본 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거액 익스포저 한도 관리 기준을 내년 3월 말까지 1년 연장하는 행정지도를 최근 예고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바젤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거래 상대방의 부도로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거액 익스포저 규제를 운영하되 1년간 연장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액 익스포저 규제는 특정 기업에 대출이 편중됐다가 부도가 나서 은행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익스포저에는 대출 등 자금 지원 성격의 신용공여와 주식·채권 등 금융 상품, 보증 제공자의 보증 금액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금융 당국은 지난해 10월 회사채, 단기 금융시장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뿐 아니라 보험, 저축은행, 여신 전문 금융, 금융투자에 대해 유동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한 조치를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동성 규제 완화 조치에는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유예, 예대율 한시적 완화, 보험 퇴직연금 차입 한도 한시적 완화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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