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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을 예언하는 남자


25년간 최고의 실적을 자랑해온 뮤추얼펀드 매니저 밥 로드리게즈 BOB RODRIGUEZ는 지난 두 차례의 증시 폭락을 정확히 예측했다. 그런데도 또 한 번의 참사가 다가오고 있다는 그의 경고에 왜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을까?
BY Mina Kimes

밥 로드리게즈의 견해에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불어오는 폭풍우를 두 번이나 예견하고 세상에 경고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그의 이야기는 묵살당했고 투자자들은 그가 운용하는 두 뮤추얼펀드를 떠나갔다. 그는 위기를 앞두고 두 번 다 고객 보호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두 번 (1990년대 IT 버블과 2008년 금융 위기) 모두 로드리게즈가 옳았다.

2008년 금융 위기 사태가 발발하자 한때 일생일대의 강세장을 놓치고 있다고 조롱받던 그는 예언자로 칭송받게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를 "예언이 들어맞은 비관론자"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주간 금융 지 배런즈 Barron's는 그를 "선지자"라 칭했다. 금융 전문 뉴스 사이트 마켓워치 MarketWatch는 그를 "시장의 네 기사(騎士) four horsemen of the market *역주: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질병, 전쟁, 기근, 죽음의 4가지 상징"로 꼽았다.

"로드리게즈는 냉혹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있는 듯하다. 무서운 예지력을 타고났기 때문에 재앙이 다가오면 세상에 이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160억 달러를 굴리는 자산운용사 퍼스트 퍼시픽 어드바이저스 First Pacific Advisors의 CEO인 로드리게즈는 자신이 옳았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할 성격은 아니다(물론 기분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는 냉혹한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있는 듯하다. 마치 무서운 예지력을 타고났기 때문에 재앙이 닥쳐오면 세상에 이를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드리게스는 (금융 위기가 마침내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였던) 2009년 5월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 Morningstar가 주최한 회의에서 뮤추얼펀드 매니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달라는 초청을 받았을 때, 자기 자랑은 잠깐으로 그쳤다.

그러곤 곧장 증시 붕괴 사태에 관여한 모든 당사자들을 신랄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펀드 매니저들은 썩었다"고 그는 잘라 말했다. 미 연방 정부의 경기 진작책은 어리석었고 단기적이었으며 규제 당국은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미 정부의 채무 급증을 가장 최악으로 꼽은 그는 무책임하고 재정적으로 무능한 정부로부터 장기 채권을 더 이상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한 시간 동안 이와 같은 열변을 토했다. 마침내 말을 마치자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러곤 그가 방금 비난을 퍼부은 대상인 펀드 매니저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늘 낙관적인 펀드 매니저들이 항상 더 많은 투자자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햇살 가득한 뮤추얼펀드 세계에서 로드리게즈는 이례적인 인물이다. 공매도자 short-seller의 완강하고 냉철한 비관주의로 무장한 장기 투자자인 그의 성향은 심지어 모순적이라고까지 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펀드 매니저들이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로드리게즈는 오늘날도 종종 그렇듯이 기회가 없다고 판단하면 펀드에 신규 투자자를 받지 않는다.

유행을 좇지 않는 그의 투자 방법은 장기간에 걸쳐 화려한 성과를 거두었다. 뮤추얼펀드 평가사 리퍼 Lipper에 의하면 로드리게즈의 주식형 펀드인 FPA 캐피털은 지난 25년 동안 연평균 15%의 수익률을 올려 다른 모든 분산 주식 펀드를 제쳤다. 그의 채권형 펀드 FPA 뉴인컴 FPA New Income은 연간 수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가 단 한 번도 없다. "그는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할 바에는 차라리 고객을 잃는 편을 선택할 것"이라고 기관 리서치 회사 매크로매 이븐스 MacroMavens의 창업자 스테파니 폼보이 Stephanie Pomboy는 말한다. "이런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 한 손가락에 그치리라는 것은 슬픈 사실이다."

인습 타파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보통 그렇듯 로드리게즈는 절벽에 대고 소리지르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2009년 봄 그는 사람들이 드디어 귀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합리성이 되돌아왔고 차입금을 이용하는 레버 리지 투자 또한 한물 지나고 있었다. 절제가 다시 미덕으로 꼽히게 되었다. 세상이 이제야 리스크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로드리게즈는 수년간 꿈꿔온 휴식을 취할 때가 되었다고 결정했다. 당시 만 61세였던 그는 두 뮤추얼펀드의 수장직에서 물러나 1년 간의 안식년을 가졌다. 부인과 남미의 파타고니아 Patagonia 지방을 트레킹 하고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도 탔다. 하루하루의 뉴스에 집착하지 않으며 책을 한 더미 쌓아놓고 독파했고 (그중 마크 트웨인의 '고난을 넘어 Roughing It'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북미 지역 르망 Le Mans 서킷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에 열번이나 참가했으며 체중도 9kg 감량했다. 그에게 안식년은 성찰의 시간이었고, 최근 금융 위기를 돌아보고 변화하는 세상에 회사를 어떻게 대비시킬 수 있을지 고민 하는 기회였다.

그러나 올 1월 (CEO로) FPA로 돌아온 로드리게즈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음을 깨닫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리스크 테이킹이 다시 유행했고, 그가 오늘날 투자자들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 보는 미국의 국가 부채는 급증해 있었다. 현재 로드리게즈는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는 정부가 재정 상태를 조속히 바로잡지 않는다면 경제에 대참사가 닥칠 것이라고 새롭게 예언한다. "앞으로 2~5년 내에 지금 막 지나간 위기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본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연방 정부 수준에서 비롯될 것이다."

비관주의자치고 밥 로드리게즈는 놀랄 만큼 명랑하다. 금융업계의 대공황부터 체크무늬 셔츠를 좋아하는 이유까지 (무늬 덕에 음식물을 흘려도 티가 나지 않아 거의 매일 즐겨 입는다고 한다) 어떤 대화의 주제를 막론하고 일단 흥분하면 자주 있는 일이다. 숨을 몰아 쉴 정도로 한바탕 폭소를 터트린다. 종말론적 경고를 하는 그의 뒤를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데려온 애완동물 세 마리(잡종견 리글리와 두 고양이 퍼시아와 캘리)가 졸졸 따라다닌다.

이쯤 되면 로드리게즈를 괴짜 아니면 원칙주의자, 또는 그 두 가지 모두라 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그는 부자들의 세금을 인상시키고자 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시도를 반대해왔다. 이 논란이 한창 뜨거웠던 2006년에는 세금 인상이 부유층을 캘리포니아로부터 이탈시킬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LA타임스 기사에 인용되었다. 백만장자 중 실명 보도에 응한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마치 자신의 예측이 옳았음을 증명하듯 기사가 실린지 며칠 후 그는 LA를 떠나 네바다 주 쪽에 걸쳐있는 레이크 타호 Lake Tahoe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사실 레이크 타호를 선택한 데에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고립이다. 같은 업계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은 독립적인 사고를 돕는다고 그는 말한다. 처음 금융업에 발을 내디뎠을 때에도 비슷한 생각에서 캘리포니아에 있는 보헤미안풍 지역 베니스를 주거지로 삼았었다. 자동차 레이싱에 대해 이야기할 때조차 (그는 포르셰 7대를 소유하고 있다) 로드리게즈는 속도가 아니라 고독을 격찬한다. "자동차 경주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세상 사람들 아무도 날 간섭할 수 없다."

로드리게즈는 매달 3주간을 호숫가에 위치한 자택에서 일하며 보낸다. 작은 사무실 공간에는 T-1 케이블로 연결한 블룸버그 단말기를 설치해두었다. 워낙 전원적인 곳이라 반짝이는 호숫가와 눈 덮인 산봉우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을 처음 설치했을 때 야생동물들이 잘근잘근 씹어버렸다고 한다. 얼마 전 로드리게즈는 자택 거실에서 부인 수 Sue가 차려준 프렌치 토스트와 베이컨 아침식사를 들며 자신의 인생역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민자의 아들이 대성공을 거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그는 LA의 서민 지역에서 자랐다. 아버지 조셉 Joseph은 멕시코에서 건너온 이민 1세로 귀금속 도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그들의 집은 전반적으로 검소했지만 문고리는 도금되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대학은 나오지 않았지만 로드리게즈와 형 딕 Dick에게 역사와 윤리관을 가르쳐 주었다. 조셉은 주머니에 미 헌법 사본을 넣어가지고 다니며 아들들에게 내용을 테스트하곤 했다.

조셉은 아이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치길 거부했다. "우리가 미국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셨다"고 로드리게즈는 말한다. "형이나 내가 이상한 억양의 영어를 하길 바라지 않으셨다. 당시는 멕시코나 스페인 혈통을 자랑할 만한 시절이 아니었다." 로드리게즈의 아버지는 응접실 '영예의 자리'에 미국 시민권 증명서를 자랑스럽게 걸어두었다.

로드리게즈는 집착이 강한 소년이었다. 특히 돈과 관련해서 그랬다. 그는 만 6세 때부터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느 해 10센트, 5센트, 1센트 동전이 각각 가장 가치 있는지 외운 후 주유소 매니저들을 설득해 자기 동전과 바꿨다(우표도 수집했던 그는 자신의 우표를 만지는 친구들에게 족집게를 사용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중요한 인물에게 편지를 쓰라는 과제를 받은 10살의 로드리게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을 대상으로 선택했다. 심지어 (매우) 소규모의 은행 사업도 벌여 용돈을 조금씩 저축한 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형이 데이트 비용이 필요할 때 고리대금업자 뺨치는 이율로 돈을 빌려주었다.

12세 때 대대적으로 치아 수술을 받은 그는 그로부터 2 년간 심각한 발음 장애를 겪었다. 학교 친구들이 놀려대자 자신 스스로를 희화화할 MBA 학위를 취득한 후 금융업계에 취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그는 결국 트랜스아메리카의 증권 트레이더가 되었다. 그리고 산림 상품 등 동료들이 포기한 분야를 하나씩 맡아가며 애널리스트 자리까지 올랐다. 로드리게즈의 FPA 동료 스티븐 로믹 Steven Romick은 "그 당시 업계엔 '에즈 ez'로 끝나는 라틴계 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한다. "밥은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입증해내야 했다."

지금도 로드리게즈는 미국에서 몇 안되는 라틴 아메리카계 뮤추얼펀드 매니저다. 열렬한 개인 능력 신봉주의자인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차별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면이 전혀 없지는 않았음을 그의 사고에서 감지할 수 있다. 그는 애초에 (초기에 관심을 가졌던 또 다른 분야인 건축업 대신) 금융투자업에 매료된 이유로 성공이 주관적 의견에 좌우되지 않는 업종임을 들었다."'아이구, 매일 시험을 보는군. 그리고 잘하거나 못하거나 남들과 아무 관계 없네'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한다. "남들이 '그건 형편없는 아이디어'라 말해도 결과가 좋다면 그것은 그들이 아니라 시장이 판단한 것이다."

로드리게즈의 투자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경험은 1970년대 초 증시 버블 때 일어났다. 그 당시 다른 많은 이들처럼 그도 연수익률 25%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면 바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1974년 시장은 붕괴했다. 로드리게즈가 보유하고 있던 RV 제조업체 이그제큐티브 인더스트 리스 Executive Industries의 주가는 22달러에서 1달러도 채 안되는 수준으로 폭락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는 USC 도서관을 찾았고, 그곳에서 자신의 투자관을 영원히 바꾸어놓을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벤저민 그래이엄 Benjamin Graham과 데이비드 도드 David Dodd의 '증권분석 Security Analysis'이었다. "그 책을 읽고 내가 보유한 주식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대차대조표상 현금 가치의 50% 미만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회사의 펀더멘털 가치를 계산해 본 그는 이그제큐티브 인더스트리스가 근거 없이 저평가되었다고 확신했고,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한 결과 결국 22달러 이상까지 가져갈 수 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확고한 가치 투자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3년 로드리게즈는 당시 막 사업을 키우기 시작한 자산 규모 16억 달러짜리 자산운용사 퍼스트 퍼시픽 어드바이저스에 들어가 주식형 펀드 FPA 캐피털과 채권형 펀드 FPA 뉴인컴을 설립했다. 그때부터 그의 투자 방식은 변함이 없다. 주식형 펀드에선 약 3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여러 해 동안 보유하며 주가의 오름세와 하락세에 따라 사고 팔기를 반복했다. 과감한 행동을 취하기 전에는 몇 개월 동안 철저히 사전 조사를 했다. 90년대 공예용품 공급 체인인 마이클스 Michaels 주식 매입을 고민하던 그는 회사의 회생 전략이 실현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매장 관리자 수십 명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했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1996년 취득한 마이클스 주식은 그 후 가치가 세 배로 뛰었다.)



90년대 중반 로드리게즈는 펀드 매니저로서 세운 목표 한 가지를 이뤄냈다. 그의 주식형 펀드가 10년 수익률 기준으로 유형별 상위 10위 안에 든 것이다 (그의 채권형 펀드는 11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목표는? "단순한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고 그는 웃으며 회고한다. "그냥 전국 최고 펀드 매니저가 되고 싶을 뿐이다."

밥 로드리게즈는 원래부터 IT주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 그는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들의 주식이 꾸준히 수익을 내는 기업들의 몇 배 가격에 거래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1999년 그는 이 기현상을 "투자로 가장한 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거품이 곧 꺼질 것을 두려워한 그는 IT 주 보유 비율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결정으로 그의 펀드는 단기적으론 손해를 보았다. 로드리게즈의 주식형 펀드는 업계 평균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고 투자자들도 떠나갔다. 펀드 자산은 8억 달러에서 3억 5,0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그는 10년 전에 받은 익명의 편지 내용을 지금도 외우고 있다. "'로드리게즈, 당신은 양쪽이 다 열린 종이가방에서도 못 빠져나올 인간이다. 난 떠난다'는 편지였다." 모닝스타의 펀드리서치 부문장 돈 필립스 Don Phillip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90년대 후반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압력이 점차 거세지고 있었다. '밥 로드리게즈는 한물 갔나 보다. 캘리포니아에 살면서도 IT주를 이해 못하나?'"

그러나 닷컴 버블이 마침내 터진 후 로드리게즈는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FPA 캐피털은 29%의 수익을 올렸는데, 같은 기간 S&P 500 지수의 수익률은 -38%였다. 버블 붕괴 후 로드리게즈는 투자업계에서 최고 주가를 달렸고 그가 운용하는 두 펀드는 그로부 터 몇 년간 꾸준히 자산 규모를 늘려갔다.

그리고 2005년, 그는 다시 한번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로드리게즈와 FPA 뉴인컴의 공동 매니저 톰 애트베리 Tom Atteberry는 다들 안전하다고 말하는 모기지 풀에 채무불이행 건수가 이상할 정도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둘은 해당 상품에 대한 투자금을 재빨리 회수하고 포트폴리오 신용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2006년 로드 리게즈는 불안에 휩싸였다. 어느 날 밤 유난히 생생했던 악몽을 꾼 후 그는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패니매(연방저당협회)와 프레디맥(연방주택대출 저당회사) 채권을 모조리 팔아 치웠다. 꿈에서 그는 재판정에 서서 재무제표를 감사받지도 않는 회사 두 곳에 왜 투자를 했는지 검사로부터 호되게 다그침을 당하고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2007년에도 대부분의 증권 매니저들은 여전히 모기지 비중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와 대조적으로 로드리게즈는 FPA 캐피털 자산의 40%를 현금화하고 나머지를 재무 상태가 건전한 석유 및 가스 기업에 투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의 주기가 저점에 도달했거나 근접했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적어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믿고 있다"고 그는 그해 여름 강연회에서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우리가 옳다는 편에 우리 회사와 명성 모두를 기꺼이 걸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투자자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2007년과 2008년 동안 그의 주식형 펀드에선 7 억1,1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거의 모든 펀드가 그랬듯이 FPA 캐피털도 2008년에는 휘청거렸다. 그러나 다른 펀드들과는 달리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가가 폭락하자 로드리게즈는 물타기를 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2009년 FPA 캐피털은 무려 54%의 수익률을 올려 (S&P500) 지수를 27%P나 상회했다.

로드리게즈의 자신감은 특히 인상적이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점이 5개월 뒤인지 5년 뒤인지 개의치 않고 전력 투구한다. 일례로 그의 채권형 펀드는 지난 몇 년 동안 오직 신용 등급이 높은 단기 채권만 매입했다. 그의 이런 결정은 2008년 좋은 성적으로 나타났지만, 2009년과 2010년의 강세장에선 다소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로드리게즈가 때때로 채권 시장이 마땅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실제로 시장이 진행되는 상황을 혼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만들었다. 2009~2010년 동안 성과에 대해 모닝스타 애널리스트 크리스 데이비스 Chris Davis는 "밥은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에 많은 것을 걸었었다"고 말한다. 데이비스는 주택 시장에 대한 맹신을 로드리게즈가 정확히 짚어냈다는 점을 칭찬했지만 "그 관점을 너무 고집한 나머지 눈앞의 기회를 보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는 말도 덧 붙였다.

로드리게즈는 이 같은 견해에 코웃음을 치며, FPA 캐피털이 2009년 시장이 바닥을 친 후 다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FPA 뉴인컴에서도 같은 일을 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정부 개입으로 왜곡되었다고 판단하는 채권시장에 투자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만약 주사위를 던져 매입하기로 결정한 투기등급 채권 가격이 미친 듯이 상승한다면 나는 스타가 된다"고 그는 말한다. "반면 주사위를 굴려서 산 채권이 폭락한다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그의 펀드가 견지하는 위험회피 성향으로 2009년과 2010년엔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FPA는 여전히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드리게즈는 곧 그 열매를 거둘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S&P가 미국 국채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한 지금 밥 로드리게즈는 더 이상 기분이 좋을 수 없다. 그는 이것이 적어도 일부에서 점차 다가오는 채권시장의 폭락 가능성에 눈뜨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따뜻한 봄날 산타모니카의 FPA 사무실 안을 걸어 다니며 그는 얼룩진 녹색 플라스틱 머그잔의 커피를 홀짝거린다. 그 잔은 그린트리 파이낸셜 Green Tree Financial이라는 회사에서 받은 20년된 기념품이다. 로드리게즈는 최악의 투자 실패를 기록했던 그때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이 잔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1월 1일 자로 회사에 복귀해 주위 상황을 둘러본 그는 다시 한번 울컥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마어마한 이익을 낸 후 자신만만해진 펀드 매니저들은 너도나도 리스크를 찾아 나서고 있었다. 정크 본드의 인기는 여전히 대단했다. 그보다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할 사실은 정부의 부채 조절 실패라고 로드리게즈는 말했다. "사업을 하며 배운 것이 하나 있다"는 그는 언성을 높이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이미 벌어진 문제와 기존의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레버리지를 새로 확대하선 안되고 빚을 더 내서도 안 된다! 안 그러면 배를 가라앉게 만 들 뿐이다!"

로드리게즈는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현재 64%)은 메디케어 Medicare등 대차대조표 차원에서 누락된 복지 비용이나 국영 기업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무 등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보다 대폭 축소된 수치라 주장한다. 이런 채무를 반영하면 실제 비율은 500%를 이미 넘었고,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2012년 이전에 미국 정부가 이를 줄여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선이 열리는 해에는 아무 일도 해결하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미 정부 재정의 부채 비중을 우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대출 기관들이 미 국채 매입에 난색을 표하면서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금융 제도 전반에 걸쳐 대출 이자가 급등하게 된다는 얘기다. "금융 시스템은 신뢰라는 매우 가는 실타래로 연결되어 있다"고 로드리게즈는 말한다. "이 실이 끊어지면 모두 다 끝장이다."

상황 복구는 불가능하지 않다. 로드리게즈는 미 정부가 매년 지출을 3,500억~5000억 달러 정도 줄이기 시작한다면 채권 금리의 과도한 상승을 방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는 정부에게 그럴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마음대로 할 수만 있다면 로드리게즈는 대대적인 세제 개혁을 실시해 (모기지 이자를 포함해) 모든 세금 공제를 수술대에 올릴 것이다. 과거 공화당을 지지했던 그는 자신을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 모두에 환멸을 느끼게 된 "재정적으로는 보수파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온건 파"라고 묘사했다. "두 정당 다 저주나 받으라지!"

그래서 FPA의 펀드 매니저들은 로드리게즈의 지휘에 따라 리스크를 줄이고 또 한번 비상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FPA 캐피털은 포트폴리오의 30%를 현금화하고 38%를 에너지주에 투자했다. 세계의 석유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로드리게즈의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 분야에서조차 이미 기회가 많지 않다고 본다(다른 분야는 고려할 가치도 없다). 그는 대부분의 채권이나 장기 국채의 매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절제는 일부 투자자들의 불만을 초래했고, FPA 뉴인컴의 자산 규모를 다시 축소시키기 시작했다. 일부 FPA 캐피털 고객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투덜거리고 있다.

남들과 반대로 투자를 하려면 두꺼운 얼굴은 필수다. 로드리게즈는 고객의 믿음을 잃는데 익숙하지만 이에 넌더리가 난듯하다. "이 업계에선 옳은 일을 해도 보답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애증 관계다. 씁쓸해 하다가도 '그럼 달리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자문한다.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에게 그건 쉬운 일이다. 다만 남들을 설득하는 게 어려울 뿐이다.

FPA의 세 가지 제안 : 밥 로드리게즈는 지난 25년 동안 최고 성과를 거둔 분산 주식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신규 투자자를 받지 않고 있다. 리스크 회피와 현금흐름 중시,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 등 로드리게즈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탁원한 장기적 성과와 신규 자금 도입에서 실력을 자랑하는 3가지 펀드를 소개한다. - Scott Medintz

젠슨 포트폴리오 The Jensen Portfolio
10년 간 연평균 수익률: 4.2% (S&P 500은 2.3%)

젠슨 포트폴리오의 투자 대상이 되기 위해선 10년 동안 자기자본수익률 ROE이 최소 15%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 기준을 통과하는 미국 회사는 약 150개 남짓으로 이들은 모두 "시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주주들에게 이익을 안겨준다"고 공동 매니저 롭 맥이버 Rob McIver는 말한다. 이 펀드는 그중 다시 잉여 현금흐름이 증가하는 회사를 골라 28개 종목을 추려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시장에 큰 비중을 둔 대기업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자기자본수익율 40%를 자랑하는 과학 기기 제조업체 워터스 코포레이션 Waters Corp., 맥이버가 "글로벌 도시화와 인프라 확충의 일환"이라 부르는 거대 산업 기업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United Technologies, 그리고 매출의 64%를 미국 외에서 올리는 나이키 등이 이에 포함된다.

야크먼 포커스드 펀드 Yacktman Focused Fund
10년 간 연평균 수익률: 12.9%

공동 매니저 돈 야크먼 Don Yacktman은 주식을 거의 채권처럼 본다. 예상 수익률을 계산하고 리스크에 따라 이를 조정한다. 그는 "안전성이 떨어지면 수익률을 완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와 같은 위험회피 접근법에 따라 높은 자본 요건을 충족시키거나 경기 변동에 민감한 기업을 선택하지만 두 가지 다 해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결과 "공업주는 피하고 은행주는 블랙 박스라 생각해 꺼린다"고 야크먼은 말한다. 현재 33개 종목을 보유한 이 펀드는 뉴스 코포레이션 News Corp.펩시코 PepsiCo.에 각각 자산의 10%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뉴스 코포레이션은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최근 주가 상승폭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그는 펩시 주식을 "탄탄한 AAA급"이라 평가한다.

세콰이어 펀드 Sequoia Fund
10년 간 연평균 수익률: 6.4%

"역사적으로 방어는 우리의 강점이었다"고 세콰이어의 공동 매니저 로버트 골드파브 Robert Goldfarb는 말한다. "세콰이어 펀드는 경제적 해자 economic moat로 둘러싸인 종목을 추구한다"고 설명한 워런 버핏의 말은 유명하다. 즉 시장 내 자신의 위치를 보호하는 진입 장벽과 경쟁 우위를 갖추고 있는 기업을 의미한다. 세콰이어는 현재 37개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최대 비중을 가진 기업은 자산의 10%를 차지하는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다. 최근 매입한 종목으로는 어드밴스 오토 파트 Advance Auto Parts, 제약 업체 밸리언트 파머슈티컬 Valeant Pharmaceuticals, 산업 부품 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트 Precision Castparts 등이 있다. 세 곳 모두 잉여 현금흐름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유능한 CEO가 진두지휘하는 회사들이다. "우리는 이전보다 CEO 중심적이 되었다"고 골드파브는 말한다. "(경마로 치면) 말보다 기수를 보고 돈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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