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 기자 psr@sed.co.kr
연구주제: 사랑을 오래 하면 감정이 무뎌질까?
(Is Long-Term Love More Than A Rare Phenomenon?)
게재시기: 2011년 8월호
연구결과: 사랑의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진다고들 한다.
정말 그럴까. 미국 뉴욕주립대학 스토니브룩캠퍼스 다니엘 오리어리 교수팀이 내놓은 심리학적 결론은 전혀 다르다.
오랜 결혼을 유지한 부부들 역시 갓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 못지않게 강렬한 사랑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역의 기혼자 2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연구에서 결혼 10년차 이상의 40%가 현재 ‘매우 강렬한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것.
연구팀은 사랑의 정도를 ‘매우 강렬히 사랑한다’부터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까지 총 7가지로 구분했는데 ‘매우 강렬한 사랑’과 ‘강렬한 사랑’, ‘사랑’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를 모두 합하면 75%에 육박했다. 피실험자들의 평균 나이는 47세, 결혼 지속 기간은 21년이었다.
이들로 하여금 사랑을 느끼게 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응답자들은 대체로 포옹, 키스와 같은 스킨십과 마음이 통하는 정도 그리고 일상의 행복한 감정을 사랑과 연관시켰다.
특징적인 사실은 성별에 따라 사랑의 기준에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여성은 단지 열정적 감정과 강렬한 사랑을 연관시킨 반면 남성은 배우자와 떨어져 있을 때 그녀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감정을 강렬한 사랑이라 인식했다.
의미: 이 연구결과는 사랑의 유효기간을 생물학적 기준으로 판단한 그간의 세태에 반기를 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성충모 연구원은 “사람의 관계를 단지 화학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며 “관계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쌓인 유대감과 신뢰가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애 초기와 같은 열정이나 성적 충동은 줄어들 수 있지만 상호 유대감이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 심리학과 허성호 박사 역시 “우리는 흔히 열정만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데 열정은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라며 “중요한 것은 열정이 사라진 자리를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부부 등 오랜 관계를 지속하는 커플들에겐 헌신이 사랑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라면 사랑은 나이가 든 후 더욱 간절하다고 볼 수도 있다. 젊을 때는 연인과 헤어져도 곧바로 충격에서 회복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다르다.
배우자의 사망을 겪으면 여성은 평균 23년, 남성은 18년의 수명이 단축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지 않은가.
사랑의 유효기간? 2000년 미국 코넬대학 인간행동연구소 신시아 하잔 교수팀은 사랑에 빠진 성인남녀 5,000명의 호르몬 작용을 관찰한 결과, 도파민·페닐에틸아민·옥시토신 등 사랑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및 화학물질이 18~30개월 후부터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연구가 알려진 이후 사랑의 감정은 2년 정도 지나면 자연스레 변한다는 게 정설처럼 떠돌고 있다. 미국 인류학자 헬렌 피셔 박사도 이와 유사한 실험을 통해 사랑의 유효기간을 900일로 규정했으며 세계적인 성의학서 킨제이보고서는 2년 6개월로 못 박았다. 이와 관련 피셔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처음의 열정적 사랑이 평생 지속된다면 사람은 기력이 쇠해 결국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을 호르몬의 분비량으로 규정하지 않는 이상 영원한 사랑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냉동피자나 과자들과 달리 사랑에는 그 어떤 명문화된 유효기간도 없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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