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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주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우재룡의 한국형 은퇴준비

은퇴를 준비할 때 주택은 가장 큰 재산이자, 가장 중요한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잘 활용해야 한다.
우재룡 한국형 은퇴설계연구소 소장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복수응답)의 63%가 노후 소득원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꼽았다. 적금·보험과 같은 금융자산이 47%, 공적연금 45%, 개인연금과 같은 연금상품이 34%라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집을 이용해서 노후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사람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중장년 자산 중 75%가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면 당연하게 예상되는 것이었다.

선진국 국민들은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30~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처럼 높은 경우는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선 몇 년 전만해도 전체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80%를 넘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그 비중이 70%대로 약간 줄어들었다.

은퇴를 준비하는 중장년층에게 은퇴 후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한결같이 세계여행과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3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다. 더구나 서울과 경기도와 같은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9%가 살고 있다. 수도권의 면적은 우리나라 면적의 12%에 불과하다. 수도권의 인구밀도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세계여행과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강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실시한 여러 조사를 보더라도 우리의 중장년층들은 거의 60%가 전원생활이나 귀농귀촌을 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전원생활은 주거지를 멀리 옮기며 생활터전이 완전히 변화하는 것이므로 생각보다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그럼에도 은퇴 후 전원생활은 중장년들의 변치 않는 꿈인 것 같다.

주택을 이용해서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우리나라는 출산율(2012년 1.3명)이 세계에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5,000만 명 수준의 우리 인구는 2030년에 5,200만 명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60년에는 4,400만 명으로 줄어들고, 2100년에는 3,0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인구감소는 국가경제에 큰 재앙으로 다가 온다. 양질의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구매력도 줄어들게 되어 경제규모가 축소된다.

주택시장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주택수요부족으로 주택거래가 줄어들고, 주택가격의 하락은 피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주택가격은 최고치 대비 절반수준으로 하락해 있으며, 인구감소로 인해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전국에 800만 채의 빈집이 있으며, 이는 전체 가구의 약 14%나 된다. 주택소유자가 사망하거나 자녀들에게 상속을 했지만 주택거래가 되질 않아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장기적인 추세를 반영해서 은퇴 후 주택을 이용하는 방법을 잘 수립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주택 과소비를 줄여야 한다. 노후에는 자녀들이 독립해서 나가기 때문에 큰 집은 빈 둥지가 된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노인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클 필요가 없으며, 1인당 방 1개가 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은퇴생활을 시작한 부부가 3~4개 이상의 방이 있는 큰 집을 소유할 필요는 없다. 은퇴 후 서재나 작업실로 활용할 계획이 없다면 주택을 과감하게 줄이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두 번째는 주택을 연금화해서 노후생활비로 사용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주택연금제도를 도입해서 벌써 6년이 지났다. 하지만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1만7,000명에 불과하다. 주택연금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평균 72.3세에 달하며, 대부분 국민주택 이하의 서민층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퇴한 사람들이 주택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녀들이 독립해서 떠난 넓은 주택을 생활비가 부족한 은퇴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은퇴 후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거나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지 말고 주택을 연금화해서 사용하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잘되질 않는다.

나중에 자녀에게 집 한 채는 물려줘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부터는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는 기준이만 60세의 주택소유자로 완화된다. 주택연금을 지급하는 방법은 정액형, 정률증가형, 정률감소형, 전후후박형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자녀에게 팔리지도 않을 낡은 집을 물려주고 가기보다는 은퇴생활 중에 집의 규모를 줄이든지, 주택연금을 사용해서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 방법은 전원생활을 좀더 현명하게 하는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전원생활의 장점은 너무나 많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스트레스 없이 지내다 보면 수명이 증가되고 생활의 만족도는 높아지게 된다. 스스로 재배한 작물을 소비하니 생활비가 한 달에 70만~80만 원 선으로 하락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대단히 만족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단점 또한 만만치 않게 많다. 우선 음악당, 도서관, 영화관과 같은 문화시설에서 멀어지므로 여가활동이 어렵다. 병원도 멀기 때문에 아무래도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될 경우 관리하기가 어려우며, 친구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자신이 평생토록 익숙하게 적응해온 공동체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에 평소 좋아하던 사람들과 교류가 줄어들게 되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전원생활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자주 질문하곤 한다. 이때 전원생활에서 성공하려면 스캇 니어링을 본받으라고 말해준다. 스캇 니어링은 1983년에 태어나 미국 명문대학인 펜실베니아대학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한 학자이다.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립경제를 꿈꾸며 45세에 시골로 들어가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20살 연하인 부인 헬렌 니어링 역시 대단한 사상가로 함꼐 시골생활을 영위하였다. 스캇은 전원생활에서의 하루를 3등분했다. 4시간 노동, 4시간 자기계발, 4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류와 대화로 구성했다. 스캇은 100세가 될 때까지 55년간 이 생활방식을 고수했다. 그는 100세가 되자 스스로 음식을 끊고 생을 마감했다.

스캇 니어링이 전원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남긴 교훈은 상당히 많다. 수백 평이 넘는 밭만 하루 종일 가꾸는 노동중심의 전원생활이 결코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잘 강조하고 있다. 자기계발과 마음에 맞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가 삶의 의미를 더해 준다. 복잡한 일상을 피하는 식의 소극적인 생활보다는 좀더 적극적이며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전원생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전원생활을 잘 영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도심의 집을 처분하지 않고 시골에 별장을 만들어서 전원생활을 해보는 것이다. 도시에서 전원으로 완전히 이사하기보다는 두 가지 생활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전원생활에 필요한 땅이나 집은 임차를 통해 구입하여 투자를 최소화하면 된다. 다음으로는 철새형으로 지내는 전략도 있다. 건강할 때는 전원생활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부부 중 한 사람이 중병에 걸리거나 간병기가 시작되면 전원생활이 매우 어려워진다. 건강할 때 그리고 기후가 좋을 때는 전원생활을 하고, 추운 겨울이나 간병기가 열리면 도심의 집으로 돌아오는 방법이다. 나이가 들어서 이사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도심생활과 전원생활을 병행할 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에 사용하기 좋다.

마지막으로는 대도시나 중소도시의 외곽에 있는 전원형 주택을 이용하거나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임차하는 소위 ‘도시형 전원생활’을 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도시 속에서도 얼마든지 전원생활과 비슷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재룡 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펀드평가대표이사, 동양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한국형 은퇴설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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