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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3명의 DNA를 가진 아이

올여름 영국 보건당국은 3명의 DNA로 1명의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혀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여성이 유전질환, 구체적으로 난자 속 미토콘드리아에 결함이 있을 때 건강한 여성의 난자와 합쳐서 결함을 없애는 방식의 시험관아기시술(IVF)을 허용하겠다는 것. 의학계에 의하면 5,000명당 1명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결함을 갖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교환술로 알려진 이 기술을 활용하면 모계의 유전질환이 아이에게 대물림되지 않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향후 영국 국회의 승인이 떨어지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부모 3명의 DNA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부 생명윤리학자들은 이 기술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명한다. 아직까지 실험실에서만 성공했을 뿐 단 1명의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이 기술이 DNA 선별을 통한 맞춤형 ‘슈퍼 베이비’의 출현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며 두려움을 제기한다.

사실 IVF는 35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미숙아나 저체중 아기의 출산 가능성이 높고,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만든 다수의 수정된 배아 중 사용하고 남은 것을 폐기해야하는 등 윤리적 문제 탓이다.

그러나 이는 IVF가 지닌 엄청난 장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내할 만한 리스크다. IVF 덕분에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수백만 쌍의 부부가 귀중한 자녀를 낳았다. 덧붙여 영국은 엄선된 소수의 클리닉에서만 미토콘드리아 교환술을 실시토록 할 방침이며, 엄격한 관리과 감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시험 등에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당연히 시술이 금지된다.



특히 이 시술로 태어난 아이와 부모 2명의 DNA만으로 태어난 아이는 전혀 다르지 않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람의 게놈은 각 세포의 핵에 들어있다. 이 세포는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DNA를 절반씩 물려받은 산물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 게놈 이외에 모계로부터 100%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게놈’이라는 또 다른 게놈을 갖고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해주는 37개의 유전자도 있다. 만일 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에 문제가 있으면 근육성 이영양증, 심장병, 간질, 지적장애 등 치명적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즉 미토콘드리아 교환술은 세포핵의 DNA가 아닌 미토콘드리아 고유의 DNA를 바꾸는 것이며, 세포핵 유전자와 달리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인간의 외모와 인성을 포함한 거의 모든 유전적 특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3명의 DNA를 가진 아이의 탄생이 아니라 유전병의 대물림을 끊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데 더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생식과 관련된 모든 기술은 잠재적으로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문제를 막는 쪽에 훨씬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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