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아름다운 말도 간혹 뉘우침이 있음을 면치 못한다. 착한 행실도 때로 허물이 있을 수가 있다. 독서는 1년 내내 해도 뉘우칠 일이 없다. 명분과 법이 비록 훌륭해도 오래되면 폐단이 생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맛이 좋아도 많이 먹으면 해가 생긴다. 많을수록 유익하고 오래되어도 폐단이 없는 것은 독서뿐이다." <박지원의 '원사(原士)' 중에서>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학자로 보스턴에 머물고 있는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학자)가 박지원을 비롯해 허균, 이익, 안정복, 홍대용, 이덕무 등 조선 시대 지식인들의 유별난 책 사랑과 독서 전략을 그들의 글과 함께 풀어낸다.
허균의 글은 중국 명대 청언(淸言)에서 골라낸 내용으로 문인의 아취(고아한 정취)가 느껴진다. 양응수의 글은 '성리대전'에서 독서에 관한 격언만 골라 편집했다. 이익의 글은 독서하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과 위험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안정복의 글은 생생하고 구체적이어서 실감난다. 홍대용은 독서의 단계를 꼼꼼하게 설정해서 친절하게 설명했다. 박지원의 글은 맛난 비유와 핵심을 찌르는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이덕무는 따뜻하면서도 엄격하고, 친절하지만 매섭다. 홍석주의 글은 공부하는 사람이 명심해야 할 말이 많다.
책의 핵심을 파악해야 하는 중요성도 강조한다. 책이 처음부터 핵심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만큼 한두 구절을 화두처럼 들고 앉아 궁리만 해서도 안 되고, 이 책 저 책 관련 있는 내용을 끌어 모아도 소용 없다는 것. 부지런히 읽고 꼼꼼히 따져야 하는데,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을 하고, 두 번으로 안 되면 열 번을 해야 한다. 저자는 "여기서 막혔다가 저기서 터지고, 뚫렸다고 생각한 데서 다시 꽉 막히는 반복을 거듭하다 보면, 그 속에서 둥근 해나 밝은 달처럼 환하게 떠오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 읽기에 대한 비유도 탁월하다.
"독서는 집 구경과 같다. 집 구경은 겉만 보아서는 알 수가 없다. 교통도 봐야 하고, 위치와 규모도 살펴야 한다. 다른 집과 견줘도 본다. 책 읽기도 이리저리 뜯어보고 하나하나 따져 보아, 책을 덮고 나서도 생생해야 책 한 권을 온전히 읽었다 할 수가 있다."
저자는 책을 왜 읽어야 하고, 또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몰라 고민하는 이들에게 옛 선인들의 글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답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스마트폰 등 급속하게 변하는 정보기술(IT) 환경 속에서 책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지금 '오직 독서뿐'이라고 외치며 "책 읽기를 통해서만 우리는 삶을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1만 3,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