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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만화의 진화

초창기의 미키마우스는 지금처럼 귀엽고 깜찍한 모습이 아니었다. 집오리를 꽉 껴안아 소리지르게 만들고, 염소의 꼬리를 빙빙 돌리며, 암퇘지의 젖꼭지를 꼬집고, 암소의 이빨을 실로폰처럼 두들기는 못된 개구장이 생쥐였다.세계 어린이의 사랑을 받게 되자 미키마우스는 자신의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나쁜 짓을 하면 그를 사랑하는 어린이나 부모에게서 항의의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키마우스는 스타가 되면서 착하고 친근한 성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성격만 바뀐 것이 아니다. 얄밉게 생긴 작고 길쭉한 눈은 귀엽게 동그래졌다. 이마도 둥글어지고, 코도 볼록해지고, 둥근 귀는 뒤쪽으로 옮아갔다. 땅딸막한 다리는 호리호리해지고 바지는 헐렁헐렁해졌다. 생존하기 위해 성격과 모습을 바꿀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월트 디즈니는 당시 인기를 끌던 찰리 채플린을 미키마우스의 모델로 삼았다. 어리숙한 모습과 엉거주춤한 자세는 물론 검은 중절모, 하얀 장갑, 구겨진 턱시도, 헐렁한 바지, 커다란 구두에 안짱다리 걸음까지 채플린을 모방했다. 당시 세계적인 경제 공황으로 암울했던 시기에 미키마우스는 명랑하고 깜찍한 목소리로 춤을 추면서 세계 어린이와 그 부모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법칙이 가장 냉혹하게 드러나는 할리우드에서 미키마우스가 70년이 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고객의 요구에 따르면서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캐릭터도 진화하는가? 아직 그 역사가 짧아 진화의 정도나 방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올해 돌풍을 일으킨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는 1967년 상영된 김기덕 감독의 「대괴수 용가리」가 진화한 것이다. 32년만에 다시 나타난 용가리는 첨단 기술로 치장한 그 겉모습에서 일단 진화의 위력을 실감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진화가 기술에만 그쳤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1976년 만들어진 「로봇 태권 V」가 오는 2001년 다시 하늘을 난다. 제작진은 차가운 금속 로봇이 아니라 따뜻한 기운이 흐르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한다. 25년만에 드러날 진화의 모습이 궁금하다. 「아기 공룡 둘리」는 미키마우스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다. 깜찍하고 귀여운 둘리는 많은 어린이에게서 사랑을 받았지만, 그들의 부모에게서는 호된 비판을 들었다. 어른에게 함부로 반말을 했기 때문이다. 둘리가 미키마우스처럼 말버릇을 고치면 어른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채플린 대신 김국진을 흉내내면 웃음을 줄 수 있을까? 허두영 증권부차장DYHUHH@KOREA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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