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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양 지리적 이점 덕에 세계 지배

■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이언 모리스 지음, 글항아리 펴냄)<br>아메리카 발견·대서양 경제 창출… 서유럽 산업혁명 이루는데 역할<br>생물학·사회과학·지리학 등 활용… 동·서양 문명의 발전 과정 분석

아편전쟁 당시 양쯔강에서 청나라 군함을 격파하고 있는 영국 전함 네메시스호를 그린 그림. 영국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사진제공=글항아리


"오늘날 서양의 지배는 지리가 결정했으며, 22세기는 동양의 시대가 될 것이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책이 주장하는 바는 이렇게 요약된다.

저자는 "사회발전지수에 따르면 서양이 항상 앞섰던 것은 아니며, 서양에는 산업혁명을 위한 제반 조건이 충실히 이행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역사가인 저자, 이언 모리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이 유의미해진 기원전 1만4000년부터 서기 2000년까지 장장 1만6000년 동안 유라시아 양 끝에서 유래해 경쟁한 사회들의 발전 과정을 객관적 분석틀을 통해 과학적으로 해부한다.

역사의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밝히기 위해 저자는 세 가지 도구를 활용한다. 첫째는 생물학(biology)이다. 특히 생태생물학과 진화생물학에 의존한다. 둘째로 사회학(sociology)이다. 여기서 사회학은 사회과학의 약칭으로, 개별 인간이 아니라 집단이 운영되는 방식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말한다. 이와 더불어 지리학(geography)이 등장한다.

저자는 "생물학과 사회학이 모든 문명의 보편적인 사회발전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반면, 왜 특정 사회가 다른 사회보다 앞서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은 지리학"이라며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도 지리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며, 모든 사회는 지리적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발전 수준이 변화함에 따라 한때 중요하지 않았던 지역들이 자신의 미진했던 부분에서 오히려 유리한 요소를 찾아낼 수도 있다"며"서유럽은 후진적인 주변부에 불과했지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대서양 경제가 지중해 경제를 대체하면서 서유럽의 지리적 약점이 어마어마한 강점으로 작용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논거를 전개한다.

"대서양 경제가 새로 부상하게 되면서 더불어 후진 지역에 위치했던 네덜란드나 잉글랜드의 상인들은 오히려 그 후진성으로 말미암아 부를 좇아 무역과 금융 사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저자는"과학혁명으로 인해 기술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었고, 이민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대서양 경제를 창출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서유럽은 산업혁명이 일어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결론 내린다.

그는"11세기 송나라가 칭기즈 칸에 의해 도륙되지 않았더라면 발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화석연료의 활용법, 즉 증기기관을 통해 화석연료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은 서양의 사회발전지수를 극도로 증가시켜 지배자의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논리를 내민다.

다양한 이론과 논거로 잘 짜여진 틀을 갖춘 책은 저자의 노고와 학문적 깊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책은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선택은 결국 독자의 몫'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게 한다. 4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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