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한미 FTA와 예산 파행


"올해는 결산도 8월에 끝나고 정기국회 예산심의도 예년보다 열흘 정도 일찍 시작해 순항하는 게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결국 정쟁으로 파행하네요.(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강행 처리한 지난 22일 오후부터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최종적으로 정부 예산안 삭감ㆍ증액)가 열리지 않는 것에 대한 재정부 예산 관계자의 소감이다. 18대 국회에서 3년 연속 여당에 의해 단독 처리된 예산안이 올해는 모처럼 그런 전철을 밟지 않나 싶었는데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민생ㆍ쟁점법안들의 논의도 전면 중단됐다. 여당이 계수소위 하루 만에 한미 FTA를 강행 처리하고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일정을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여당의 답답함과 야당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젠 우리 좀 더 솔직해지자. 한미 FTA를 한다고 '장밋빛 전망'만 할 수 있는가. 역으로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만 매도해도 되는가. 모두 아니다. 먼저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지만 실현됐는가. 야당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한다고 정책주권을 다 내주는가. 역시 아니다. 분명한 것은 한미 FTA가 점진적 관세철폐를 통한 교역증가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과 농축산업, 공공정책 등 우리 국익과 민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쟁으로 귀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한미 FTA는 지금까지 우리가 맺은 FTA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사실상 아메리칸스탠더드가 자리잡는 계기여서 짚을 것이 많았다"며 아쉬워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국정감시와 입법활동 못지않게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도록 충실히 예산심의를 하는 게 주임무다. 그런데 정부는 예산을 과다편성하고 국회는 상임위에서 선심성으로 대거 증액해놓고 이후 계수소위에서는 마무리도 못해 왔다. 지난해는 여야 실세와 계수소위 위원들의 민원성 쪽지예산 등 증액안을 아예 심사도 안하고 재정부에 통째로 넘겼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올해는 내년 4월 총선이 있어 그런 식으로까지야 끝나지는 않겠지만 내실 있는 예산심의 시스템과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문화가 아쉬울 뿐이다. 국정감시 기능은 미약하고 입법과 예산심의는 날림으로 하면서도 밥그릇 챙기기는 열심이고 이익단체에는 휘둘린다면 과연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자문해볼 일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