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을 찾으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문구가 있다. 바로 "우리 식당에서는 1등급 한우만 사용합니다"라는 글귀다. 소비자들은 이를 검증할 방법은 없지만 '1등'이라면 당연히 최상 등급으로 생각하고 식당을 신뢰한다. 그런데 식당에서 판매하는 '한우 1등급'이 실상은 중간등급에 불과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와 당국이 이를 바로 잡겠다고 나섰다. 12일 축산업계와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한우의 육질 등급은 1++, 1+, 1, 2, 3 등 5개 등급으로 나뉘어 일반 소비자가 흔히 최고 등급이라 생각하는 1등급은 실상 세 번째에 해당하는 중간 수준의 육질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우 등급별 시장에 출하되는 비율을 들여다보면 1등급 한우의 불편한 진실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달 한우 등급별 출현율을 보면 1++등급 9.6%, 1+등급 23.3%, 1등급 31.1%, 2등급 25.1%, 3등급 10.3%로, 1등급은 가장 흔한 중간등급이다. 이처럼 등급 체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는 축산업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된 것이지만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을거리 문화조성을 위해서는 한우의 등급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이를 더 명확하게 하려고 식육판매 표지판을 개선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1등급 한우일 경우 기존에는 등급란에 '1'이라고만 쓰면 됐지만 다음달 1일부터는 '1++, 1+, 1, 2, 3, 등외'라고 전체 등급을 먼저 열거하고 해당 등급(1)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그러나 개선되는 제도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세한 등급 표시는 식육판매점에만 적용될 뿐 식당에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손님은 여전히 '1등급 한우'라는 문구에 현혹될 수 있다는 것. 일반 식당은 여전히 고급이 아닌 보통 한우를 1등급이라 표시해 판매할 수 있어 소비자는 최고 등급으로 오인하고 구매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축산업자도 배려해야 하지만 소비자도 분명히 보호대상인 만큼 최고 5등급에서 1등급까지 분류하는 일본처럼 1~5등급이나 A~E 등급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혼동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