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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선 직후가 제일 좋았다?

5년 전,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출입할 때 얘기다.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뤄내고 드라마틱한 승리까지 이끌어낸 젊은 대통령의 첫 발걸음은 많은 유권자는 물론 기자의 가슴까지 설레게 했다. 당시 인수위 멤버들의 정책 아이디어는 모험 같았지만 동시에 신선하고 또 흥미로웠다. 잘만 해본다면 노 당선인의 말대로 ‘독선과 아집과 반칙의 늙은 정치를 청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5년이 흐른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공약집을 다시 펼쳐보면 현실과의 아득한 차이에 절로 할 말이 없어진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7%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창하듯 5년 전 노 대통령도 7% 성장을 약속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정반대 방향으로 얼마나 멀리 왔는지. 최근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이 당선인의 정책공약집을 넘길 때마다 복잡한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까지 다녀오면서 행정수도를 관철시켰듯 이 당선인도 (뒤늦게 여론 수렴을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해내고 말겠다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은 70% 중산층시대를 약속한 뒤 도리어 빈부격차를 벌려놓았는데 이 당선인은 (통신회사를 압박해서라도) 서민층 생활비를 30% 줄여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후보 때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당선 후 ‘우린 공무원을 믿는다’고 한걸음 빼는 모양새도 닮은꼴이다. 휴일도 없이 내달린 결과 행정부처의 인수위 1차 보고가 끝났다. 이 당선인의 ‘속도전’은 벌써부터 국민들을 만족시키는 분위기다. 5년 전 노 당선인의 참신함이 매력적이었듯이 말이다. 하지만 참신함이 전부가 아니듯 속도가 최상의 덕목일 수는 없다. 이제 공약과 현실은 계속 부딪힐 것이다. 대운하같이 논란이 많은 프로젝트는 더더욱 그렇다. ‘아니다’는 대답이 나오면 접어야 하는 공약도 곳곳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앞으로 5년이다. 5년 후 이명박 대통령이 차기 당선인과 마주한 자리에서 “당선 직후가 제일 좋았다”고 푸념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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