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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 인생] (10)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

기회는 어느날 갑자기, 그리고 누구에게나 오지 않는다. 변함없이 노력하고 땀 흘리는 자에게만 찾아오는 고귀한 `선물`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자 믿음이다. 그런 점에서 1973년 4월 내 손에 쥐어진 만기적금 30만원은 인생이라는 밑 그림을 다시 그리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그나마 적금을 부을 수 있었던 것은 매월 고정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것이 큰 힘이 됐다. 물론 우리 가족은 수시로 병과 폐휴지를 모아서 팔았고, 집사람은 적은 생활비를 쪼개 쓰면서 생활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경제적으로는 무척 어려웠지만 가족의 따뜻한 정과 사랑, 그리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패기가 넘치던 시절이었다. 30만원은 서울 변두리에서 허름한 무허가 집 한 채는 살 수 있는 `거금`이었는데 셋방살이를 면해볼 요량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집을 사기 위해 돌아 다녔다. 그러나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끝에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사를 직접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욕심`이 가슴속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결심한 후 영우회(출판 영업인 친목단체로 나를 비롯해 당시 문예출판사 이봉수 부장 등이 결성했다. 이 부장은 현재 책마을 대표로 있으며 영우회는 30여년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앞으로 계획을 말했다. 그들은 영업경력이 가장 적었던 내가 출판을 하겠다고 말하자 한결같이 만류했다. 지금도 출판시장의 사정은 여의치 않지만 당시에는 석유파동 등으로 국내 경제사정이 대단히 어려웠다. 잘 된다고 소문이 났던 몇몇 출판사마저 경영난을 우려하고있는 마당에 출판사를 직접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조금 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어떠한 경우라도 기회라는 것은 자신이 창조하고 개척해나가야지 입맛에 맞게 저절로 굴러 오지는 않는다고 믿었다. 결심을 하나하나 실천하기 위해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 나갔다. 다니고 있는 출판사는 언제 그만두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만큼 그 동안 맡았던 업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어느날 충남과 전북, 전남 일대를 도는 마지막 출장을 다녀 온 후 사장을 만나 정리해뒀던 서류를 제출하면서 사직서를 냈다. 그는 사직서 봉투는 건드리지도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날 얘기하자고 말했다. 이튿날 회사 옆 다방에서 사장을 다시 만났다. "지금까지 자네가 조금이라도 게을렀거나 미흡한 구석이 있었다면 나도 회사 일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 텐데.. 너무 빈틈없이 잘 해 와 믿고 맡겼는데, 아무튼 지금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뒷방 영감신세가 된 기분이네.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게. 자넨 부지런하니까 틀림없이 성공할 걸세." 5년에 걸친 한문당과의 인연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그 날 저녁 아내에게도 모든 사실을 털어 놓았다. "앞으로 우린 영영 셋방살이를 면하기는 다 틀렸네요." 집사람은 잠시 가만 있더니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집사람의 얼굴표정은 무척 난감하고 실망해 하는 것이 역력했다. 사실 집사람이 셋방살이를 면하기는 다 틀렸다고 푸념하는 것도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었다. 당시 분위기로 봐서는 출판을 해서 집을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음날부터 나는 출판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염두에 두고 기획했던 책은 10여종이 넘었지만 우선 한글의 기초를 익히는 그림책과 숫자의 기본을 익히는 그림책, 어린이와 친근한 동물 그림책, 그리고 색칠하기 등 4권을 먼저 내기로 했다.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장ㆍ예림 경기식물원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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