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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좋은 술도 적당히 마셔야

‘가을비는 떡 비요 겨울비는 술 비.’ 추수가 끝난 가을에는 떡을 해먹으며 노는데, 겨울은 여름에 담가놓았던 술이 익어 마시고 놀기 좋다는 속담이다. 농경사회에 살던 지난 세대 뿐 아니라 현대인들도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에는 이래저래 술자리가 늘어나게 된다. 술은 인류가 가장 많이 애용해온 음식의 하나다. 용도나 의미가 술만큼 다양한 음식도 없을 것이다. 화가 나서 술, 기분 좋아 술이다. 사랑을 시작하느라 마시고, 사랑을 잃어서 마신다. 술로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공을 축하하는 모든 자리에 축배가 빠지지 않는다. 마셔서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한다. 과연 마법의 묘약이다. 1만년이 넘게 인간의 희로애락에 함께 해온 술이고 보니 술에 대한 이론과 에피소드도 많다. 시인 조지훈은 술 마시는 방법(酒道)에도 급수가 있다고 했다. 술은 용도나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으니, 술을 아주 못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안 마시는 사람(不酒), 마시긴 해도 술을 겁내는 사람(畏酒), 취하는 것을 민망히 여기는 사람(憫酒), 돈이 아까워 혼자 은밀히 마시는 사람(隱酒), 술을 즐기되 반드시 용건이 있을 때만 마시는 사람(商酒), 여자를 즐기기 위해 마시는 사람(色酒), 잠이 안 와서 마시는 사람(睡酒), 식사 때마다 곁들이는 사람(飯酒) 등이 있다. 시인이 말하는 주도십단(酒道十段)은 이제부터다. 술의 참다운 맛을 배우기 위해 마시는 술(學酒)이 제1단 주졸(酒卒)이요, 술맛을 깨닫기 시작하는 경지(愛酒)가 제2단 주도(酒徒)며, 술의 진미에 반한(嗜酒) 사람이 제3단 주객(酒客)이다. 술에 빠져 탐하기 시작하면(眈酒) 제4단 주호(酒豪)가 된 것이며, 다음 단계는 폭주(暴酒)가 되니 제5단 주광(酒狂)이다. 주도 삼매에 빠지면(長酒) 제6단 주선(酒仙)의 경지인데, 이후로는 술을 조심하게 되니, 술도 아끼고 인정도 아끼게 되는 경지(惜酒)가 제7단 주현(酒賢)이요,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함께 유유자적하는(樂酒) 단계를 제8단 주성(酒聖)이라 한다. 술을 보면 즐거우나 더 이상 마실 수 없는(關酒) 단계에 이르면 제9단 주종(酒宗) 즉 술의 왕이라 한다. 이후에는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가 없게 되니(廢酒), 곧 술로 인해 죽어 제10단 열반주(涅槃酒)가 되었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얘기 같으나 아무리 좋은 술도 지나치면 해가 됨을 경계했다고 할 수 있다. 어디까지 좋고 어디부터가 나쁜가를 몰라서 폭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술은 마실 탓이요, 길을 갈 탓이라 했다. /이은주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ㆍ한국밝은성연구소장ㆍwww.daehwadang.co.krㆍ(02)55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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