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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금융투자와 정치 리스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가 열린 지난 19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정무위 회의실을 긴장된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혹시나 통과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대형 투자은행(IB) 육성과 대체거래소(ATS)ㆍ장외거래 중앙청산소(CCP) 도입을 비롯한 성장동력이 될 사안들이 담겨 있어서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부터 법안 통과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심사소위는 업계가 학수고대했던 대형 IB육성과 ATS 도입 안건을 결국 무산시켰다. CCP 도입안건도 19일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는 통과했지만 22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류돼버렸다.

자본시장법 개정작업이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무산되자 법안 통과를 전제로 지난해 말 대규모 증자를 해둔 대형 증권사들은 허탈한 표정들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어렵게 자기자본을 확충해놓았지만 이를 활용할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자본시장법 처리가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정치인들의 개념 없는 행동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민생과 관련 있는 법안들은 질질 끌면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와 관련 있는 법안들은 앞장서서 통과시키기 위해 조바심을 내고 있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포함시키는 대중교통법안이 21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록 본회의 처리는 유보됐지만 표를 잡기 위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자본시장법 개정 또 국회에 발목

더 황당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자본시장법 반대 논리다. 의원들은 대형 IB가 육성되면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대형사만 규모가 커지고 중소형사는 소외되기 때문에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경제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증권업계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다. 현재 국내에는 62개의 증권사가 수입의 대부분을 주식 위탁거래 수수료에 의지하는 획일적인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IB를 비롯한 다른 사업이 회사 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정부가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대형 증권사를 IB로 육성해 위탁매매 위주의 획일적인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게 해주려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논리라면 지금처럼 모든 증권사들이 좁은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출혈경쟁만 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또 한가지 반대 의원들의 논리는 IB들의 탐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IB는 글로벌 플레이어들과는 덩치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KDB대우증권만 해도 자기자본이 3조9,000억원으로 골드만삭스(81조원)의 5%에 불과하다. 이 정도 자기자본을 가지고는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IB 사업을 벌이기도 힘들다. 때문에 IB로 인해 나라 전체가 금융위기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은 낮다.

IB 등 증권업 성장날개 달아줘야

최근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매우 어렵다. 올 상반기(4~9월) 국내에서 활동하는 62개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6,7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404억원)보다 45.6%나 줄었다. 증권사들은 수익성이 나빠지자 지점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계에 성장동력을 찾아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대형 IB 육성과 ATSㆍ청산거래소 도입을 통해 금융투자업체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국회는 설득력 없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만 하지 말고 이제라도 금융투자업계에 성장의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정치권이 거래대금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정치 리스크라는 짐까지 지워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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