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상에서 규정한 노조전임자가 아닌데도 회사에서 임금을 받는 '편법 전임자' 문제가 노사분쟁에 새롭게 큰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정부가 복수노조 및 노조전임자의 내년 법 시행에 올인할 뿐 편법 전임자 문제에는 무신경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노동계 및 경영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계속돼온 노조전임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정 논의과정에서 편법 전임자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편법 전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돼도 실효성이 전혀 없을 것이라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편법 전임자란 단체협약에서 정한 공식 유급 전임자 외에 위원회 의장 등 각종 직함을 달고 전임으로 활동하면서 회사에서 임금을 받는 노조원으로, 특히 강성 대형 사업장 노조에 많은 것으로 추정될 뿐 전체적인 실태파악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단협이 정하고 있는 공식 노조 전임자 수는 90명이며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사실상 회사에서 임금을 받으며 노조 업무를 보는 편법 전임자 수는 127명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이들은 대개 노사공동위원회 위원, 교육위원 등의 직함으로 다양한 노조 업무를 하고 있다. 또 기아차는 전체 노조 전임자 수가 130명이며 이 가운데 단협이 인정하는 65명을 제외한 65명 정도가 역시 교육위원 등의 직함을 갖고 비공식적인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회사는 이들을 사실상 전임자로 인정해 전체 직원의 평균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부터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더라도 편법 전임자라는 사각지대를 이용해 기존의 전임자 임금지급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해도 편법 전임자 수를 늘리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경영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할 방침이다. 한국경영자총협의의 한 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방안을 마련하는 데 맞춰 편법 전임자 인정금지 지침을 전 회원사에 내려보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노총이 제안한 6자 대표회담 등 노사 간 또는 정부와 대화하는 자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결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한 노무관리 담당자도 "편법 전임자 문제를 명확히 해놓지 않으면 노사 간에 또 다른 분쟁의 불씨가 될 것임이 뻔하다"면서 확실한 해결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계가 전임자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개선된 안을 내놓기는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편법ㆍ합법을 떠나 전임자 문제는 노사 간 자율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