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사측은 9일 오전 노조 측에 11일부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회사가 노조 요구안 중 전임자의 현행 유지 조항 철회 없이는 임단협을 진행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 안양지청에서 임단협 교섭 재개 및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다”면서 “이 권고를 존중하는 한편 올해 임금 인상에 대한 근로자들의 기대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임단협을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은 임단협을 진행하더라도 전임자 요구안과 임금 및 근로조건 요구안을 명확히 분리해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사측 관계자는 “전임자 문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진행 될 수밖에 없다”면서 “협상장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의 대화 요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조는 올해 임단협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파업을 자제해 왔다”면서 “전임자 처우는 임단협의 큰 틀 속에서 노사가 신뢰를 갖고 논의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에 앞서 1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임단협 교섭 및 향후 투쟁일정을 확정한다.
기아차 노사의 임단협이 어렵게 개시됐으나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새 노조법 시행에 따라 기아차는 최대 19명의 전임자(풀타임 기준)를 둘 수 있다. 현재 기아차는 기존 단협 상 136명의 전임자가 있다. 사측은 법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 반면 노조 측은 기존 전임자의 처우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상황이라 임단협 협상장에서도 노사는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노사는 지난 5월 17일 첫 임단협 상견례가 무산된 이후 전임자 처우와 관련한 논의 테이블의 형식을 놓고 석 달 가까이 신경전을 벌여왔다. 사측은 전임자 처우를 따로 떼어 내 합의를 한 뒤 임단협을 하자고 주장한 반면 노조 측은 임단협 틀 안에서 전임자 처우도 함께 논의하자고 맞서면서 임단협은 공전을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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