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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투자자는 시원하게 달리고 싶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는 한꺼번에 몰린 차량으로 기능이 마비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구조적으로 톨게이트에서 통과할 수 있는 차량보다 많은 차량이 몰렸기 때문이다. 통행권 개표와 검표가 필요없는 ‘하이패스’ 구간이 생겨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항상 원활한 소통을 바라는 운전자들의 희망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요즘 국내증시의 옵션 투자자들의 처지가 바로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려는 차량 운전자들과 다름없다. 밀려드는 옵션 주문량을 거래소 처리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면서 시세가 지연되는 경우가 최근 부쩍 늘었다.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잦은 시세지연으로 ‘열 받은’ 투자자들의 불만은 각 증권사와 각종 투자관련 사이트의 게시판에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각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내면 거래소에서는 이를 취합해 다시 각 증권사에 시세를 전달하는데 4개의 옵션 시세 전용 회선이 주문 폭주로 용량 한계를 보이면서 시세가 지연된 것이다. 시스템 관리를 맡고 있는 코스콤은 오는 29일부터 회선의 처리 속도를 높여 시세건수를 기존의 초당 200개에서 300개로 늘린다고 밝혔다. 코스콤 측은 이후에도 시세 지연이 또 반복될 경우 원칙적으로는 추가로 전송속도 개선 및 회선 증설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늘어난 용량을 초과하는 주문이 폭주할 경우, 시세지연이 또 다시 반복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코스콤 관계자도 “이 같은 개선 방안이 현실적으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선 증설 등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코스콤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코스콤 외에 증권선물거래소 및 각 증권사와의 합의를 통해 비용 분담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세계 수준의 거래소로 발돋움하기 위해 외국 유수의 거래소와 협력을 늘리며 상장까지 준비하고 있다. 관련 기관 입장에서는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는 시세 지연 문제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잦아들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증권업 전체의 위상에 흠집이 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이고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병목현상이 발생한다고 운전자들이 차량을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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