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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인생삼독(人生三讀)


지식정보사회에서 책을 읽어 지혜와 정보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이제 누구에게나 평생의 과업이 됐다. 책은 권력을 쥐려는 소수를 위한 사치품에서 아무한테나 필요하고 흔히 곁에 둘 수 있는 일상의 필수품으로 진화해왔다. 현대문명의 혁신은 거의 기존 시스템이 기호나 문자와 결합하면서 나타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읽는 능력'은 모든 사람이 갖추고 누려야 할 인간의 기본권으로 격상됐다.

그런데 사람은 늘 책을 가까이해야 하지만 특히 인생의 세 시기에는 반드시 책을 읽어야 제 꼴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첫째 시기는 3~6세다. 이 시기에 사람은 부모의 목소리를 통해서 책을 읽기 시작해 혼자 읽기를 즐기기 시작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 한마디로 읽기의 걸음마를 떼는 단계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는 어릴 적 할머니가 읽어주던 옛이야기가 자신의 문학적 뿌리를 이루고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사람의 삶에서 지적, 정서적 발달이 가장 왕성한 시기로 이 시기에 읽기를 몸에 붙이지 않으면 발달의 깊이와 넓이가 박약해져 평생 써야 할 상상력의 원천을 잃을 수 있다.

둘째 시기는 14~17세다. 이 시기에 사람은 드디어 부모나 학교의 추천도서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책을 골라 읽기 시작해 인생에 대한 관점을 세우고 취향을 굳혀 간다. 읽기의 틀을 만드는 단계이다. 원로 출판인 박맹호 회장은 늘 이 시기에 읽었던 여러 책이 인생의 여러 고비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힘이 됐다고 고백하곤 했다. 이 시기에 책을 읽지 않으면 몸만 크고 정신은 미성숙한 캥거루가 돼 자기 파괴적 창조성 없이 기성에 빌붙어 살아갈 우려가 있다. 현재 우리 청년들의 위로 애호는 입시에 몰두했을 뿐 책을 읽지 않은 데에서 온 것은 아닐까.



셋째 시기는 45~50세다. 이 시기에 사람은 자기 경험 바깥에서 끝없이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동시에 오랜 사회적 삶이 만들어낸 지혜들을 온갖 상황에 맞게 창발하는 데 필요한 책을 찾아 읽는다. 읽기의 힘이 개화하는 단계다. 다산 정약용은 이 나이에 유배돼 일선을 잃었지만 그때부터 오히려 독서에 힘써 한국 사상계에 길이 빛날 큰 업적을 이뤘다. 노년에는 왕성한 활동이 아니라 성숙한 사유를 통해서 인류의 미래에 더욱 힘을 보탤 수 있다. 따라서 노년의 삶을 대비한 가장 확실한 보험은 아마 장년의 독서일 것이다.

어쨌든 그 중요성에 비춰볼 때 이 세 시기의 독서를 감히 인생삼독(人生三讀)이라 해 가히 경계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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