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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판사가 信不者변호 글‘눈길’

●서울지법 파산부 문유석판사<br>질병치료비 감당 못해<br>신불자전락 사례 소개<br>"과소비 파산은 드물어" 사회적 편견 꼬집기도

“모럴해저드는 골프장 ‘해저드’ 안에 숨어 있나요?” 신용불량자 등의 개인파산을 담당하는 현직 판사가 이들의 ‘삶의 애환’을 법원 내부 소식지에 공개해 화제다. 특히 법원을 찾은 채무자들은 흥청망청 과소비를 일삼다 신불자가 되는 이른바 ‘모럴해저드’와 거리가 멀다며 오히려 채무자들을 옹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문유석(36) 판사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최근 발간한 ‘법원사람들’ 5월호 ‘파산이 뭐길래’라는 기고문에서 채무자들의 실례를 열거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문 판사는 “파산을 신청한 택시기사 B씨의 경우 신용카드 내역서에 ‘코코’ ‘발리’ 등 야릇한 술집 이름이 자주 나와 ‘모럴해저드’가 이런거구나”라며 깜짝 놀랐단다. 그러나 심문실에 들어온 B씨는 중증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인으로 방탕한 생활은커녕 일상생활조차 어려워 보였다. 사실인즉 병원치료비와 살인적 카드수수료 등을 감당하지 못한 B씨는 급기야 전 직장 동료들에게 회식 때 자신의 신용카드로 계산을 부탁, 대신 받은 결제대금으로 생계를 이어나간 것이었다. 또 문 판사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가정의 자녀들을 보호하는 한 단체를 방문했을 때 이곳의 천진한 아이들이 ‘판사 아저씨’에게 물었던 가슴 아픈 질문들을 소개했다. “사채업자가 깡패를 보내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면 어떻게 해야 돼요?” “사업하고 부도를 내 감옥에 가면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못 나오나요?” 문 판사는 “어리석게도 이 아이들이 짊어지고 있는 여느 어른들보다 가혹한 삶의 무게를 보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문 판사는 끝으로 파산자들을 ▦실업ㆍ질병 등으로 망한 사람 ▦생계를 위해 이것저것 해보다 망한 사람 ▦부모형제ㆍ친지 빚보증으로 망한 사람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문 판사는 이어 “도대체 ‘모럴해저드’의 표본인 호화생활을 하다 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골프장 ‘해저드’ 안에 숨어 있나요?”라며 파산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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