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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천재시인 이상은 천재건축가

천재 시인 이상이 일제시대 한국이 낳은 천재「건축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흔치않다.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란 영화를 통해 새롭게 부각되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본명 김해경. 한일합방기인 1910년 출생. 15세에 경성공업고등학교 건축과에 입학. 당시 12명의 학생중 유일한 한국인 학생이었고, 줄곧 수석을 다투는 수재. 20살때 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취직, 의주통 전매청 청사와 이화여대 사회관을 비롯 몇 개의 건축물을 설계. 그는 20대 초반부터 천재적 디자인 감각을 발휘해 총독부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미로(迷路)설계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실례로 이상이 설계했다고 알려진 이화여대 사회관의 경우 2층으로 올라가면 3층이 나오고, 3층을 걷다보면 어느새 2층에 와있게 되는 미로형태의 공간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감도를 비롯한 시와 소설 등 많은 문학작품도 대부문 당시 건축과 문학 전문지였던「조선과 건축」에 발표했을 정도로 이상은 건축과 밀접했다. 시에 사용된 시어들도 상당부문이 건축과 연관돼 있다. 1931년 「조선과 건축」8월호에 오감도를 발표한 이후, 같은해 11월호에 게재한 시「삼차각 설계도」와「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1932년 7월호)」, 단편소설「지도의 암실」 등 다수의 작품이 제목만으로도 건축이 연상된다. 영화는 이같은 이상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기초로, 이상에게 발생했을 법한 가공의 상상과 황당한 전개방식을 동원, 오락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첫째는 천재 건축가 이상은 미로 설계에도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는 것이고, 또한 이상이「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란 시를 발표한 전후 시기인 1931부터 33년 사이의 행적이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바로 3년간의 공백기간에 그럴듯한 가공의 소재를 동원시켜 만들어졌다. 요지는 이렇다. 미로설계에 능한 이상은 이 기간동안 일제의 중요한 비밀 건축프로젝트의 설계에 동원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상은 조국에 이익이 되지않은 프로젝트 참여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같은 비밀을 알릴 방법으로 창작해낸 것이 암호같은 시「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였다는 것이다. 영화주인공들은 이상의 건축프로젝트까지 직접 찾아나서는 등 줄거리는 계속 가공의 단계를 높여간다. 영화의 소재가 된 이상의 3년 공백기간에 대해 지금까지는 기생 금홍이와 은둔의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화의 시나리오는 이 부문에 대해 픽션이 아닌 실제적으로 이견을 제시한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개봉을 계기로 알려지지 않은 천재 건축가 이상의 위상과 업적이 재평가에 얼마나 관심이 모아질 지 주목된다. 【박영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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