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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월 27일] 백악관과 FRB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회고록 '격동의 시대'에서 조지 W H 부시 대통령이 재임에 실패한 것을 자신 탓으로 여겼다고 술회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린스펀 의장을 재신임했음에도 그가 경기침체에 맞서 공격적 금리인하로 경제를 신속히 구원하지 않았다고 원망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참패했다. 이번에 은행 개혁안을 주도한 폴 볼커 전 FRB 의장은 그린스펀의 선임자로서 정책금리를 15%까지 올려 2차 오일쇼크로 촉발된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잡았다. 1980년 대선을 앞둔 제임스 카터 대통령의 참모진들은 강력한'인플레이션 파이터'인 볼커를 기용하면 FRB가 금리를 과도하게 올려 재선 가도에 재를 뿌릴 것이라며 그의 기용에 반대했다. 1979년 볼커를 기용한 카터 대통령은 이듬해 공화당의 도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패배했다. FRB 의장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 정책을 수행하면서 임명권자인 백악관과 집권당을 종종 궁지로 몰아넣은 역사가 있다. 오마바 행정부와 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년간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호흡을 척척 맞춰 왔다. 그러나 양측의 밀월은 최근 매사추세츠 보궐선거 패배를 계기로 금이 갈 조짐이다. 월가와 적당히 타협하던 백악관은 돌연 월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민주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 때문에 버냉키 의장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가 금융위기를 예방하지 못했고 막대한 국민 혈세로 월가를 구제한 데 대한 책임론을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이다. 순탄할 것 같던 재신임 인준 통과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금융시장까지 흔들렸다. 그러나 이런 기류변화를 반(反) 버냉키 정서로만 이해한다면 근시안적이고 표면적인 분석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정녕 버냉키 의장에게 바라는 것은 시중에 돈의 홍수를 일으키는'헬리콥터 벤'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FRB가 양적 완화정책을 예정대로 3월에 중단한다면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오바마 행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11월 중간 선거 즈음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고자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돌린다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끔찍한 재앙을 맞을 것이 분명하다. 반 월가 정서에 편승한 정치권의 버냉키 불신임 기류는 전환기를 앞둔 통화정책에 대한 거대한 압력이 다가옴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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