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003240)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분 일부를 OK캐피탈에 넘기며 새로운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 이에 태광산업의 주가가 9% 넘게 급락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전날 전 거래일 대비 10만 6000원(9.18%) 하락한 104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보유 지분의 절반가량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장 초반부터 급격히 하락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18일 보유 중이던 태광산업 주식 2만 5970주(2.33%)를 시간 외 매매로 OK캐피탈에 처분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115만 5000원이다. 이로써 트러스톤자산운용(2.96%)과 OK캐피탈(2.73%)의 태광산업 지분율은 총 5.69%가 됐다.
트러스톤은 전날 공시에서 OK캐피탈과 전략적 협력을 위한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은 “OK캐피탈과 발행회사(태광산업)에 대해 의결권과 주주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했으며, 대표 보고자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관련 결정권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보유 계약 체결 목적에 대해서는 “전략적 주주 활동 도모”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이전은 단순한 펀드 만기 문제를 넘어서, 태광산업 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OK캐피탈과 손잡고 ‘3% 룰’(의결권 제한 조항) 안에서 최대주주의 권한을 견제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트러스톤은 2021년부터 태광산업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촉구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태광산업이 공시한 3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에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트러스톤은 이 EB가 교환권 행사 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구조로,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기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공동 보유자, 대표 보고자로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주행동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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