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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채무조정 제도 성공하려면


우리 사회는 1997년 외환 위기를 거치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사회 곳곳에서 종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채무 변제와 관련한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생소하기만 했던 '개인워크아웃' '파산면책' '개인회생' 같은 제도나 단어들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자세히는 모르더라도 빚이 많은 때 유용한 해결 방법이라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게 됐다.

제도 유효성에 대한 합의 필요

여기다 새 정부는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국민행복기금'이라는 새로운 채무 변제 제도까지 출범시켰다. 왜 우리 사회는 빚을 갚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여러 제도를 두는 것도 부족해 새로운 제도를 자꾸 도입하는 걸까. 열심히 일하면서 분수껏 살아온 많은 서민들을 위한 제도는 별로 찾을 길이 없고 빚 많은 사람들만을 위한 제도를 자꾸 발전시키는 걸까. 이 같은 세상의 변화로 근면하고 성실한 삶을 유지해온 사람들로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분함과 억울함이 치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파산면책ㆍ개인회생이란 용어가 외환 위기 이후 부쩍 자주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그전에 파산과 면책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국내에 파산과 면책이 도입된 것은 1962년 1월 파산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서구에서는 수세기 전부터 있었던 제도이기도 하다. 기원전 1750년경에 만들어졌다는 함무라비 법전에도 홍수ㆍ가뭄 등의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사람의 채무를 탕감해준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인류는 왜 오래전부터 채무를 감면ㆍ조정하는 제도를 두고 있었을까.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런 제도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사회를 안정화시키는 데 필요한 제도라고 여긴다. 어차피 빚을 갚기가 이미 어려워진 채무자에게 채권자가 소송, 강제 경매 등의 절차를 진행하며 비용을 쓰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런 무익한 소송 등을 없앰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채무 감면 이후 채무자로 하여금 다시 정상적인 경제적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지게 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에 대한 지속적인 빚 독촉은 채무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정상적인 사회ㆍ경제활동을 못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단순한 채무 감면 정도가 아닌 그 가족의 생계를 위해 더 큰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초반에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 오히려 비용 절감 측면에서 낫다는 말이다. 결국 채무 감면ㆍ조정 제도는 채무자는 물론 채권자와 잠재적 채무ㆍ채권자가 될 수 있는 국민 모두에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도덕적 해이 막을 방안 있어야

물론 채무 감면ㆍ조정 제도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할지라도 충분히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채무자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절차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막고 건전한 경제 관념을 형성하게 하기 위해서다.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채권자들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점을 따져볼 때 채무자는 현재 우리 사회에 있는 여러 채무 조정 제도 중에서 무엇이 유리한지, 어떤 제도를 이용하면 채무를 가장 적게 갚고 빚을 탕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골몰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제도가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지'를 알아보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감 있는 태도다. 본인의 능력이 허용하는 한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채무를 조정하는 법원ㆍ신용회복위원회ㆍ국민행복기금에서는 채무자에게 가장 적절한 채무 변제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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