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방향성을 잃으면서 주도적인 수급주체가 사라져 프로그램 매매방향에 따라 지수가 움직이는 ‘프로그램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마녀의 날’로 불리는 쿼드러플위칭데이(12일)와 코스피200 종목변경(13일)을 앞둔 다음주에는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증시와 프로그램 매매 동조화 뚜렷=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1.50포인트 하락한 1,832.3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이날 2,500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날 2,200억원의 프로그램 순매수가 지수를 상승시킨 것과는 반대 상황이다. 이처럼 지난달 말부터 지수가 프로그램 매매방향에 따라 오르내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코스피지수 등락과 프로그램 매매패턴을 보면 하루를 제외하고 프로그램 순매수 한 날은 어김없이 지수가 오른 반면 프로그램이 순매도일 때는 지수가 하락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관의 경우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예전처럼 몰려오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 역시 미국 증시탓으로 뚜렷한 방향성이 없어 증시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뚜렷한 수급주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증시 체력저하에 외인 선ㆍ현물 방향성 실종=프로그램에 따른 ‘기계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증시의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최근 증시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보면 연중 최저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의 하루 거래량은 지난달 23일부터 3억주 밑으로 떨어진 이래 지난 4일에는 2억3,000만주까지 크게 하락했다. 거래대금도 4월과 5월에 5조~7조원대에 이르던 것이 최근에는 4조원대로 급감했다. 이처럼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떨어지면서 하루에 3,000억~4,000억원이 들고 나는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이와 함께 외국인이 현물에서는 순매수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지만 선물은 매도하는 등 오락가락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뚜렷한 모멘텀 부재로 프로그램 매매 영향력이 높아질 개연성이 큰 만큼 향후 외국인의 선물매매 행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프로그램 영향력 다음주 더 커질 듯=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지수의 출렁거림은 다음주 초반에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증시 사상 처음으로 오는 12일 지수 선물ㆍ옵션과 주식 선물ㆍ옵션 만기일인 쿼드러플위칭데이를 맞기 때문이다. 또 13일에는 코스피200 종목들의 정기변경도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프로그램 매수잔액이 6조3,000억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털고 가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만기일 매물 물량은 약 1조5,000억원 정도에 달할 전망이다. 따라서 다음주 초반부터는 베이시스가 악화될 경우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증시가 출렁거릴 가능성도 있다. 강송철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선물을 많이 팔고 있는 점을 볼 때 다음주 만기일 물량부담이 있다”며 “베이시스가 악화될 경우 물량이 상당히 출회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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