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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치·미국 노예제도에 악용당한 성경

■성경, 하나님의 위험한 책<br>닉 페이지 지음, 포이에마 펴냄<br>인생 변화시키고 영감 주지만 잘못 사용땐 증오·공포 불러<br>번역 과정 심각한 오류 등 3000년 역사 뒷얘기 추적

로마시대 한 독자가 도서관 선반에서 두루마리에 기록된 성경을 꺼내는 모습을 담은 삽화다. 저자는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두루마리에 쓰여진 성경은 쉽게 빠지거나 더해질 수 있어서 성경의 내용도 달라 졌을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제공=포이에마


성경은 어떤 책인가?

기독교인들에게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이들에게도 성경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고대 그리스·로마와 더불어 서양 문명의 한 축을 이루는 헤브라이즘(유대문명)의 정수가 담겨있기에 말이다.

책은 성경 그 자체의 역사에 대해 찬찬히 짚어나간다. 성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권력자들은 왜 성경을 금서로 지정했으며 반대편에 선 사람들이 화형을 무릅쓰면서까지 성경을 번역한 까닭은 무엇인지 등 성경의 3천 년 역사를 집약해 펼친다.

성경의 구성과 성경이 쓰이던 당시의 기록 방식 등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풀어나간다. 저자는 성경을 이해하는 데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성경이 기록된 매체의 속성"이라고 말한다. 구약의 모든 책은 파피루스 혹은 양피지 두루마리에 기록됐다. 한 두루마리에 담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사무엘기, 열왕기, 역대기 등은 각각 두 권으로 나뉘어졌다. 두루마리의 가격도 비쌌기 때문에 성경 기록자는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필수적인 것만을 기록으로 남겼다.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이렇게 정리돼 선반에 보관된 두루마리들은 누구나 쉽게 빼내거나 더해 넣을 수 있었다. 저자는 이 같은 부분에서"성경의 내용에 유동성이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고 풀이한다.

또, 성경의 번역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들도 소개한다. 구약 대부분의 언어인 히브리어에는 모음이 없는 것이나, 신약의 언어인 헬라어(그리스어)는 띄어쓰기 없이 대문자로 기록하던 관습 때문에 본문을 읽을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일례로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히에로니무스는 시내 산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돌아온 모세의 얼굴에'빛이 났다'는 대목을'뿔이 났다'로 옮겼다. 하지만 이는'카란(qaran)'으로 읽어야 할 히브리어 본문의'qrn'을'뿔'을 뜻하는 '케렌(qeren)'으로 읽었기 때문에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미켈란젤로의 모세 조각상을 비롯해 수많은 그림에서 모세의 머리에는 뿔이 달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성경의 속살을 하나 둘 들춰 보이는 저자는"성경은 위험한 책"이라는 도발적 주장을 펼쳐 보인다. 성경은 제대로 사용하면 인생을 변화시키고 영감을 주며 가르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증오와 공포, 심지어 죽음을 가져오는 힘이 있다는 말이다.

나치는 성경에서 차별과 배제의 논리를 끌어다 파렴치한 행동을 정당화했다. 미국의 노예 주인들은 성경에 노예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자신들의 행동을 포장했다. 저자는 이렇듯 성경이 거룩하지 않은 행동을 정당화하고 어리석은 방식으로 악용됐던 선례들을 펼쳐 보이며 성경 3천 년의 역사에 숨겨진 이야기를 추적해 나간다.

'바이블 맵'등 성경 가이드북을 포함해 60여 권의 책을 쓴 역사학자가 이 책을 집필했다. 성경의 형성에서부터 이를 둘러싼 크고 작은 이야기까지, 종교적 관점을 떠나 성경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되짚고 그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잘 짜여진 '성경의 전기(傳記)'다.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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