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비(非)벤처 중소기업들의 소외감

벤처가 뜨고 있다. 그 열기가 온 나라에 충만하다. 주식시장에서부터 언론매체·기업인·투자자 할 것 없이 온통 벤처얘기 일색이다. 초등학생들까지도 손정의, 빌 게이츠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국내에서도 상당수 벤처기업이 지난해 경기회복과 인터넷·정보통신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경이적 성공신화를 일궈냈다.일부 거품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벤처 주도의 신경제 패러다임은 지속되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시중자금이 벤처시장으로 몰리고, 스톡옵션이나 고임금을 따라 인재들도 벤처쪽으로 대이동 중이다. 벤처기업이 운집한 테헤란로 일대는 사무실 얻기가 기업하기 보다 더 어렵다는 풍자가 그럴싸하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인지, 벤처에 비쳐지는 화려한 스폿라이트 그늘에서 한숨짓는 집단이 있다. 비(非)벤처 중소기업들이다. 자금조달 애로, 고급인력 유출과 함께 상대적 소외감이라는 3중고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벤처가 21세기 경제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그들도 수긍한다. 다만, 벤처산업 혼자서 나라경제를 지탱해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한다. 아직까지 기껏 5,000개 남짓한 벤처기업이 280만 중소기업을 대신해 실물경제의 성장이나 고용 유지 등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흘려들어선 안될 대목이다. 아무리 과거가 경시되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한국경제의 오늘이 있기까지 중소기업이 기여한 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산업의 뿌리로서, 경제의 혈맥으로서 앞으로 감당해야 할 그들의 몫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아직도 국가경제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성장을 위한 소중한 텃밭이다. 가정에서도 착실하고 공부 잘하는 자식에게 부모의 칭찬이 집중되기 쉽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다른 아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게 된다. 이로 인해 성격이 비뚤어지고 인생이 빗나가는 경우마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작 모든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바람은 허사가 된다. 국민경제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잘 나가는 벤처기업에 대한 찬사와 격려는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편애로까지 진전돼서는 곤란하다. 그럴수록 다른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양자의 역할이 다르고, 또 그렇기 때문에 다같이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튼실하게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은 벤처만을 위한 잔치를 벌릴 시기가 아니다. 이 땅의 모든 중소기업에 고른 관심과 지원을 배려해야 할 때이다. 경험으로 봐도, 소외와 차별이 가져다 준 효용은 하나도 없었다. 갈등과 불화라는 부작용만 남겼을 따름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