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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임응식(1912~2001)의 대표작 '나목'은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땅을 지키고 선 앙상한 나무 사이로 생명의 의지를 상징하는 소녀를 보여줘 주목받았다. '그린 트리(Green Tree)'는 60여년 이 지난 지금, 젊은 사진작가 정지현이 '나목'에 대한 존중과 경의를 표하며 선보인 작품이다. 없어질 위기에 처해 사라져가는 풍경을 포착하는 정 작가는 특히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을 찾아가 설치작업이나 흔적을 남긴 뒤 그것이 함께 사라져가는 과정을 찍는다. 지는 해를 뒤에 둔, 굵지도 무성하지도 않은 나무에서 자라난 가지가 철거 공사장 가림막을 뚫고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른쪽 위로 비집고 나온 이 나뭇가지는 철거와 함께 사라질 죽어가는 나무도 생명을 갈구한다는 점에서 임응식의 '나목'과 공통분모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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