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이 화려한 성적으로2013회계연도의 첫 분기(4~6월)를 마쳤다. 2일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일본 대표기업들이 대부분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되는 등 아베노믹스 효과가 이번 어닝시즌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분기의 실적개선을 '주식회사 일본'의 본격적인 부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체질개선보다는 엔화약세와 주가회복 등 일시적인 요인 덕분에 늘어난 이익이 큰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부진한 실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자동차ㆍ전기전자 등 수출기업부터 종합상사, 은행ㆍ증권사 등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방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파나소닉ㆍ소니ㆍ샤프 등 주요 가전3사의 영업이익이 일제히 전년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일본 가전업계를 대표하는 소니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8배인 363억엔을 기록했으며 샤프는 지난해 941억엔의 영업적자에서 4~6월에는 30억엔 흑자로 돌아섰다. 이들 3사를 포함한 8대 전기전자 업체의 이익도 미쓰비시전기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늘었다.
대형은행과 증권사의 실적도 크게 뛰었다. 5대 은행의 순이익은 총 8,928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했으며 주요 20개 증권사들도 전년 대비 많게는 수십배에 달하는 순이익을 보였다. 노무라증권의 경우 최종 순익은 무려 34.8배인 658억엔을 기록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 중 상당수는 이러한 이익회복이 지속적인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분기에 늘어난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달러당 100엔 안팎의 엔화약세와 양적완화에 따른 주가강세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소니의 경우 전기산업 부문이 지난해 131억엔 적자에서 134억엔 흑자로 돌아섰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가격하락과 수요감소로 인한 250억엔의 이익감소분을 엔저효과(190억엔)와 비용절감(370억엔)이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에 실적을 내놓은 닛산자동차의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4% 늘어난 820억엔에 달했지만 세계 판매대수는 3% 줄었다. 중국과 유럽시장 판매는 각각 15%와 10%가 줄었다. 시장위축을 그나마 엔저로 메운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닛산의 영업이익 1,080억엔 가운데 환율요인으로 발생한 이익이 무려 680억엔에 달한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도요타 역시 엔저로 인한 이익증대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권의 실적도 주가급등에 의존한 부분이 크다. 특히 은행권은 주가회복으로 보유주식의 감손처리가 급감하며 높은 이익을 올렸지만 본업에서 발생한 업무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하반기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속에 환율과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는데다 일본 기업들의 주요 시장인 신흥시장의 경기둔화와 통화가치 급락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가토 유 소니 최고재무책임자(CF0)는 지난 분기의 실적호조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카메라 등 일부 사업 부문의 부진과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등이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며 "올 회계연도에 전기 부문에서 1,000억엔가량의 영업흑자를 예상했지만 당초 기대를 10% 이상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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