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때에 생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생각을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 본다. 생각을 뜻하는 한자 두 개, 생각할 사(思)와 생각할 상(想)을 보자. 모두 마음(心)을 기초로 가지고 있으니 생각은 마음 속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心) 위에 있는 한자가 다르다. 밭을 의미하는 전(田)과 서로의 관계를 의미하는 상(相). 생각에도 하드웨어(田)와 소프트웨어(相)가 있다는 것일까.
우선 생각의 하드웨어부터 보자. 밭 경작을 잘 하려면 한쪽 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동서남북 사방을 두루 살펴 가면서 해야 한다. 사방을 균형 있게 살펴야만 완성(十)을 이루는 생각이 가능하다. 밭(田)에서 한걸음 또는 한 차원 더 나아가서 생각하면 원인을 알게 되거나 자유를 얻게 되고(由) 또 다른 한 차원을 더하여 생각하면 상황과 때에 따라 적응이 가능한 유연성(曲)을 얻게 된다. 다양한 관점에서 균형 있게 생각하는 것이 하드웨어적인 '생각의 비밀'이다.
다음으로 생각의 소프트웨어를 보자. 상(相)은 서로의 관계성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균형 있게 생각하더라도 상호 간의 관계성에 따라 또는 시대적 관계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지식인은 누구일까를 생각해보자. 남녀노소, 직업의 귀천, 학력 등과 관계 없이 혁신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한 누구나 신지식인이 될 수 있다. 혁신적인 방법과 새로운 가치에 대한 판단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시대적 또는 상황적 관계성에 따라 혁신과 새로움에 대한 판단기준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자칫 판단하는 사람의 욕심에 따라 신지식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래서 서로(相)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바랄 욕(欲)이다. 자신의 욕심에 따라 생각을 하는 것, 또는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 내 지식의 한계에 따라 나만의 정답을 정해 놓고 생각하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 소프트웨어적인 '생각의 비밀'이다.
한편 생각의 소프트웨어인 상(相)은 두 개의 목(木과 目)으로 이뤄져 있음을 볼 때, 성장하는 나무(木)를 눈으로 지켜보듯이(目) 해야 한다.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논어의 '시기소이(視其所以), 관기소유(觀其所由), 찰기소안(察其所安)'에 그 답이 있다. 즉 대시관찰(待視觀察)이다. 가만히 있으면서(待) 먼저 있는 그대로를 보고(視), 원인을 잘 들여다본 후(觀), 그 결과가 어떠할지를 잘 살피는 것(察)이 필요하다. 여기서 대시관찰의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 있는 그대로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 자체가 잘못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 빅데이터 분석이 강조되는 시대이기에 제대로, 올바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생각에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비밀이 있다는 점만 명심해도 생각을 제대로 잘 하는 비결을 스스로 터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다양한 관점에서 균형 있게 생각하고 상호 간 또는 시대적 관계성을 잘 살피면서 대시관찰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만 생각하고 보는 한계를 극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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