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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월 21일] 올릴 땐 같이, 내릴 땐 따로

가정주부인 김모(42)씨는 “요즘 장을 보러 대형 마트나 시장에 갈 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요. 남편 월급은 오히려 깎였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특히 식품 가격은 줄줄이 올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고 하소연 한다. 경기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가운데 식품 가격마저 뛰면서 아이들 간식거리를 챙기는 데도 부담이 앞선다는 것이다. 실제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과자ㆍ빵ㆍ우유ㆍ고추장ㆍ식용유ㆍ아이스크림ㆍ주스ㆍ음료 등 먹거리 가격을 5~20%가량 다투어 인상했다. 한 제과업체는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의 용량을 줄여 변칙적인 가격 인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식품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 때마다 환율과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항변해 왔다. 하지만 올해 1,50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ㆍ달러 환율은 최근 1,200원대로 떨어지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주요 원자재인 곡물 가격도 원당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소맥과 옥수수ㆍ대두 등의 수입가격은 1년 전보다 30~50%가량 하락했다. 이런 환경을 감안, 롯데칠성은 지난 4월 음료 제품의 가격을 평균 3%가량 내렸고 해태음료도 주스 제품의 가격을 2~9% 인하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전부다. 식품업계는 가격을 올릴 때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다른 업체의 가격 인하는 남의 일처럼 애써 무시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가격 인하에 나선 두 음료업체가 다른 식품업체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격 인하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식품업체들은 원자재를 장기 계약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환율과 원자재값 하락이 당장 원재료 수입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가격 인하를 단행한 음료업체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얘기다. 가격을 내린 한 음료업체의 관계자는 “환율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면 환율이 떨어질 경우 제품 가격을 내리는 게 이치에 맞다고 생각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인상 요인이 사라져도 좀처럼 가격을 내리지 않는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 업체들은 언제까지 이런 행태를 되풀이 할 것인가.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을 외면한 채 단기이익에만 집착하는 듯한 자세는 속히 시정돼야 한다. 소비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가격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제품ㆍ기업의 존재 조건인 소비자들의 신뢰가 제대로 생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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