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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복수노조] <상> 藥인가, 毒인가

"근로자 권익보호" 불구 勞-勞갈등·생산성 저하등 부작용<br>사무직등 다양한 계층 이익 대변 가능하지만<br>노조 난립·노사 불안에 경쟁력 약화 불보 듯<br>"제도정착 전까진 국가경제 지불비용 클 것"




영국은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복수노조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만 해도 복수노조 기업이 전체의 60%에 달했지만 1990년대 말에는 43%로, 올해에는 30%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복수노조의 쇠퇴가 영국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잦은 파업으로 유명했던 '영국병'의 근원에는 복수노조가 있었고 복수노조가 쇠퇴해지면서 그 병이 다소 치유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복수노조 허용이 내년 1월로 다가오면서 산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이 가져올 여파에 전전긍긍하면서 대책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황이다. 복수노조가 다양한 근로자의 권익보호라는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기업의 생산성 저하 등 부작용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계와 일부 학계의 반대 등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 허용은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의 노사관계는 이제 단일노조 시대를 접고 한 기업에 여러 개의 노조가 공존하는 복수노조 시대를 맞게 된다. 복수노조 허용은 일단 근로자의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의 경우만 봐도 생산직은 노조가 있으나 사무직은 없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사무직도 노조를 결성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최재황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노노(勞勞) 간 갈등 격화, 노무 관리비 증가 등 다양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며 "특히 잦은 파업 등으로 인한 기업의 생산성 저하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개 기업에 2~3개 노조가 활동할 경우 조합 간 밥그릇 싸움으로 노사 갈등은 물론 노노 갈등도 불가피하다. 사무직 노조에서부터 생산직 노조, 나아가서는 연구소 노조 등 다양한 노조가 생겨나면서 그에 따른 기업의 노무 관리비 증가 등 적잖은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조영길 아이앤에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 기업에 다양한 노조가 활동하면서 기업의 노사관계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노사관계의 경쟁력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외국의 복수노조 사례를 연구한 박성조 동아대 석좌교수는 "복수노조가 시작된 영국 등 유럽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노노 갈등과 기업정책 결정 지연, 생산성 저하 등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에서는 노조 간의 찬반 경쟁으로 회사의 기업정책 결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다반사다. 호주의 경우도 복수노조 기업은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에서 1990년부터 2006년까지 파업횟수를 살펴본 결과 복수노조가 있는 기업에서는 비교적 빈번한 파업을 볼 수 있었다. 실제 복수노조가 파산으로 연결된 사례도 적지 않다. '재규어'로 유명했던 영국 자동차 회사 '브리티시레이랜드' 역시 17개나 되는 노조가 노사분규를 일삼다 1992년 도산했다.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는 1950년대에 무려 32개의 노조가 난립해 혼란을 겪다가 1968년에야 노조가 단일화됐다. 이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업경쟁력 약화, 크게는 국가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령 연구개발(R&D) 노조 등 그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노조가 생겼을 때 기업이 제대로 대응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등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복수노조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전까지 기업이나 국가경제가 지불해야 될 비용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사 간 경험이 적은 중소기업에서 복수노조는 최악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수노조는 중소기업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최악의 불확실성 요인"이라며 "복수노조로 인한 대기업의 노사 갈등 증대는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복수노조 허용은 노사는 물론 노노 관계에도 메가톤급 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복수노조 시행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정부나 정치권이 새로운 제도로 기업이나 우리 경제가 홍역을 치르지 않도록 묘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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