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펀드조사 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운용하는 토털리턴펀드 운용액은 10월 44억달러 등 올 들어 375억달러나 순유출되며 10월 말 기준 2,479억달러로 줄었다. 반면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미 증시 추종 펀드인 토털스톡주식인덱스펀드 운용규모는 2,5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펀드의 총자산은 올 들어서만도 145억달러 늘면서 2008년 말 이후 3배로 늘어났다.
물론 그로스로서는 할 말이 있다. 채권형 펀드의 자금이탈은 일반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미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9월까지 미 채권형 뮤추얼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1,170억달러에 달한 반면 주식형 펀드에는 35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6월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국채 가격이 급락(수익률 급등)하며 투자가들이 대거 손실을 본 탓이다.
실제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들라흐의 채권펀드인 '더블라인 토털리턴펀드'에서도 올 들어 31억달러가 유출되며 운용액이 340억달러로 감소했다. 마이클 로슨 모닝스타 펀드 담당 애널리스트는 "투자가들이 주식형 펀드로 갈아타고 있다"며 "채권펀드를 찾더라도 대형 채권펀드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나 이머징마켓 채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미 경기회복 기대감 등에 힘입어 연초 대비 24% 올랐지만 미 채권시장지수인 바클레이스지수는 1.4% 하락했다.
하지만 그로스의 추락을 시장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채권형 펀드 가운데서도 상대적인 수익률이 죽을 쑤면서 채권왕이라는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2008~2012년 토털리턴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전체 채권형 펀드 중 상위 33% 수준에 위치한 반면 올해는 하위 44% 수준으로 평균 이하에 머물렀다.
올 들어서도 채권형 펀드 평균 손실률이 0.9%에 그친 반면 핌코 펀드는 1.29%에 달했다. 지난달 양적완화 조기축소 가능성이 줄면서 채권시장이 반짝 호황을 누렸을 때도 핌코 펀드의 수익률은 0.9%로 평균치인 1.0%를 밑돌았다.
더구나 주변여건 악화로 앞으로 그로스가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준의 출구전략이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화하면서 추가 자금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롭 애스핀 수석 자산전략가는 "현재 2.6% 수준인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앞으로 6개월 뒤 3%, 1년 뒤 3.5% 정도까지 오를 것"이라며 "1890년대 이후 시작된 채권 전성시대가 끝나고 30년 만에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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