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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벤처] 1. 코스닥.테헤란로의 그늘

[기로에 선 벤처] 1. 코스닥.테헤란로의 그늘주가폭락.돈줄가뭄... 벼랑끝에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연쇄도산의 위기에 빠져 있다. 벤처신화의 산실인 테헤란밸리에는 이미 경영난을 겪는 벤처기업들이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 이 곳에는 조만간 대규모 도산이 이어질 것이란 소문도 떠돌고 있다. 이른바 「9월 대란설」혹은 「10월 대란설」 등이다. 벤처기업의 위기는 그동안 벤처산업 육성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스닥시장은 과다한 물량공급 및 공모가 부풀리기·주가조작·기업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비판의 도마위에 올라있다. 벤처기업들이 벤처정신을 버리고 머니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도 오늘의 상황을 자초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경제위기 극복의 한 축 역할을 했던 벤처기업들이 상당기간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본지는 코스닥시장 침체와 벤처위기의 실상 및 원인을 분석, 위기극복 방안과 향후 벤처업계가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3부에 걸쳐 싣는다. 1부-추락하는 코스닥, 비틀거리는 벤처 위기의 벤처 ◇추락하는 코스닥시장=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하고 있는 H사 K사장은 곧 돌아올 어음만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힌다. 코스닥에 등록한 지 몇개월이 지났지만 주가폭락으로 기업경영하기가 더욱 어려워 졌다. 코스닥시장이 깊은 수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수 200선을 넘어서며 개장 이래 최대의 시세분출을 했던 코스닥시장이 120선밑으로 떨어지며 맥을 못추고 있다. K사장은 『인터넷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 인터넷기업들이 꽃도 피우지 못한채 쓰러지고 있다』며 『주식시장 침체로 자본회전이 안되는 것이 벤처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7월들어 주가조작 사건과 공모가격 거품 논란 등으로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기업들이 대거 등록하고, 유상증자가 늘어나면서 구조적인 과다 물량공급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도 300여개 기업이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또 대주주나 벤처캐피털 등의 무책임한 지분매각도 시장침체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벤처캐피털이 10%이상 투자해 벤처기업으로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기업은 총 56개. 이 중 씨앤텔·세종하이테크 등 22개사는 벤처캐피털이 6개월내에 지분을 모두 정리하거나 절반이하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조작사건과 공모가산정을 둘러싼 거품논쟁도 프리코스닥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도덕성 결여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코스닥기업들은 증자로 모은 돈을 사업내용과 무관한 창투사 등 금융업에 출자해 빈축을 사고 있다. 올들어 코스닥기업들은 총 4조6,785억원의 규모를 증자, 이중 1조5,285억원을 창투사 등 타법인에 출자했다. ◇흔들리는 벤처기업=테헤란로 끝자락에 있는 신천역 4거리. 최근 이곳의 한 인터넷방송업체가 소리소문없이 문을 닫았다. 사장은 잠적했고, 30명이 넘던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이 업체는 지난해 후반 2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아 인테리어비용으로 수억원을 쓸 때까지 만해도 기세가 등등했던 인터넷 벤처기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허세만 부리던 「무늬만 벤처」기업으로 전락했다. 결국 기업의 생명인 수익창출에 실패, 시장의 냉정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하반기들어 이 회사처럼 자금경색으로 테헤란 밸리를 떠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무실이 없어 천정부지로 뛰던 임대료도 평당 50만~100만원 내렸다. 이곳의 한 부동산업자는 공실률이 『1.6%수준에서 2.6%대로 높아지면서 임대료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3시장 지정업체인 베스트인터넷 관계자는 『실적이 없고 추가 펀딩이 안돼 문닫은 인터넷기업만 3곳을 알고 있다』며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곳이 하나 둘이 아니다』 고 벤처업계의 자금난을 전했다. J창투의 K전무는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 5개 벤처기업에 배수에 상관없이 추가 투자를 받으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자금여력이 없는 곳은 올해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벤처기업의 위기는 벤처정신을 잃어버린 경영자들이 벤처산업을 「돈놓고 돈먹기 판」으로 전락시킨 데서 출발한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CEO들이 기술개발과 영업활동 등에 전력을 기울이기 보다 소위 꾼들과 결탁, 투자수익을 올리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또 일부 대주주들은 자기지분 상당량을 장외시장에 팔아 거액을 챙긴 후 경영을 등한시하는 사례도 눈에 띄고 있다. 투자받은 돈을 회사 사업내용과 무관한 타 법인에 출자, 투자수익을 얻으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같은 파행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하나둘 벤처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당초 약속했던 대로 실적을 올리지 못한 것이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의 벤처 위기는 시장의 원리에 따른 자연스런 구조조정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다산벤처의 서창수부사장은 『과열된 투자환경에 대한 조정기』라고 진단하했다. 심플렉스인터넷의 이재석사장도 『인터넷기업 투자에 거품이 심했고 자금풍년 직후 가뭄(자금난)이 들어 체감지수가 올라간 것일뿐』이라며 『벤처산업 발전을 위해 옥석가리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규진기자SKY@SED.CO.KR 입력시간 2000/07/23 18:5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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