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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무한출혈경쟁' 돌입
입력2000-02-18 00:00:00
수정
2000.02.18 00:00:00
한기석 기자
◇출혈경쟁으로 빠져들게 하는 금융환경=지금의 금융환경은 금융기관이 정상영업으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금융권역을 포괄하고 있는 공통 경쟁함수는 예금보장 축소, 예금보험료율 차등화, 시가평가제 등. 여기에 의무화된 후순위채 발행, 자율화된 금융권간 제휴 등도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또한 은행권에서는 오는 3월부터 실시되는 신탁상품 규정완화와 청약예금 공통시판을 앞두고 신상품 개발경쟁이 치열하다. 보험권은 4월부터 시작되는 차 보험료 차등화가 핵심변수다.◇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경쟁=금융권간 경쟁은 이제 무차별적이다. 대우채 환매 확대를 앞두고 올초부터 벌어진 금리올리기 경쟁은 서막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사실상 9%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고 각 지점마다 거액예금을 유치하느라 여념이 없다. 일부 신용금고에서는 11%를 넘는 초고금리까지 제시하고 있다.
3월부터 시중은행에 시판이 허용되는 청약예금의 경우 정부가 자제를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 할당식 자금유치 경쟁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금유치를 위해 벌어지는 금리 얹어주기는 공공연한 비밀.
보험권의 경쟁은 도를 넘는다. 특히 4월의 보험료율이 자유화되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이는 소형 보험사들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5% 이상 보험료를 깎아주겠다며 계약자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심각한 부작용 잉태=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현재의 금융권간 경쟁은 공멸을 몰고올 가능성조차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착실히 건전성을 유지하는 대신 생살을 파먹는 경쟁심리가 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호 축소 등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속에서 고객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레 자금이 우량은행으로 편중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결국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은행들은 금리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이는 은행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이같은 고금리 수신은 대출금리로 이어져 서울 소재 P상호신용금고의 경우 1년 이상 계속된 저금리현상에도 불구, 연체대출금리가 35%라는 살인적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보험권은 업계 스스로가 자율정화를 위해 벌이고 있는 불공정 거래 차단을 위한 특별합동조사조차 무색한 지경이다. 소형 보험사들은 외형확대를 위해 불량고객들을 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모집한다. 이는 결국 보험료의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금융전문가는 『「시장자율에 의한 구조조정」이라는 틀 속에서 개별 금융기관들이 벌이는 경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제살 깎아먹기식 고금리 덤핑경쟁에 이은 출혈경쟁은 막대한 세금으로 1차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국민에 대한 또다른 배신행위』라고 단정지었다.
한기석기자HANKS@SED.CO.KR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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