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대우증권(006800)의 매각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 방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산은자산운용과 산은캐피탈을 패키지로 매각할 것인지 아니면 대우증권만을 따로 팔 것인지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민간 금융사와의 시장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장 가치가 떨어지는 두 회사를 묶어 파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 경우 헐값 매각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증권을 다른 금융계열사와 함께 패키지로 파는 방안과 단독으로 파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올 하반기 대우증권의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걸기에 앞서 시장이 원하는 매각 구조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산은의 한 핵심관계자는 "현대증권의 매각이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대우증권 매각으로 이동할 것"이라면서 "매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패기지 딜과 분리매각 등의 장단점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산은은 대우증권을 산은자산운용·산은캐피탈을 함께 묶는 패키지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대우증권을 앞세우면 상대적으로 시장 가치가 떨어지는 나머지 두 금융계열사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우증권의 매각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을 우리아비바생명·우리저축은행 등을 패키지로 팔았다가 이후에 헐값 매각 논란에 휘말렸던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NH금융은 전체 매각가격으로 1조1,500억원을 써내 1조원을 제시한 KB금융을 제치고 우투증권을 손에 쥐었다. NH금융은 우투증권을 9,500억원,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저축은행의 가치를 2,000억원으로 평가했다. 반면 KB금융은 우투증권에 1조1,500억원을 써냈지만 두 계열사를 마이너스로 평가해 전체 가격(1조원)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우투증권만 떼어 놓고 보면 NH금융은 경쟁사보다 2,000억원이나 덜 쓰고 거대 증권사를 손에 넣은 셈이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패키지 매각을 고집하다 매각 이익 극대화에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산은의 한 관계자도 "패키지 매각은 우투증권의 사례처럼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대우증권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시장에서는 우투증권 인수에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동양생명 인수에 성공한 안방보험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보유한 43%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할 경우 대우증권의 매각가격은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분리매각 역시 산은자산운용과 산은캐피탈의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2103년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 간 시장 마찰을 줄이기 위해 산은캐피탈과 산은자산운용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는 그동안 산은의 기업금융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산운용사나 캐피털사와 성격이 다르다"면서 "대우증권과 묶어 팔지 않는 이상 이들 회사만을 인수하려는 금융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