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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한국] (3) '또 오고싶지 않은 나라' 전락

관광호텔의 물 값은 턱없이 비싸다. 욕탕 상수도의 경우 일반 목욕탕의 4배다. 하수도 요금은 7.5배나 된다. 전기료도 비싸다. 일반용보다 28%나. 여기에 환경과 교통에 관한 분담금을 물어야 한다. 하룻밤 묵은 다음날 서비스료(10%)까지 가산된 청구서를 보면 다시 오고싶은 생각이 싹 가신다. 여행사의 여행상품은 턱없이 싸다. 항공료와 숙박비가 포함된 경비가 일반 항공료보다 싸다. 그러나 정작 여행을 떠나면 물품 구입을 강요하고, 계약내용을 지키지 않으며, 추가 경비를 요구한다. 마지막날 안내원에게 적잖은 팁을 뺏기듯 건네주고 나면 다시 패키지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비싼 요금과 불친절로 대변되는 관광업계의 두 얼굴이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를 맞아 지금까지 450여 관광호텔 가운데 120여곳이 휴·폐업하거나 도산·매각되는 비운을 맞았다. 여행사는 별로 줄지 않았다. 5,000여개 가운데 수많은 여행사가 망했지만 또다른 많은 여행사가 새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광업계의 변화는 정확한 의미의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 극히 일부 대형 호텔과 대형 여행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가족 경영」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해 「구조조정」의 본래 의미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화를 보기로 들어보자. 계명대 관광경영학과 오익근(吳益根) 교수가 최근 발표한 「외래객 유치 활성화를 위한 효율적 관광정보 제공전략」에 따르면 대형 관광호텔 가운데 16곳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1·2급 호텔은 5%에 그치고 있다. 여행사도 별 차이없다. 한국관광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한국여행업 발전방안」에 따르면 일반여행업·국외여행업·국내여행업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율이 각각 29.4%, 7.7%, 0%에 불과하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한 뒤 객실이나 여행 상품을 예약하는 「골치아픈」 첨단 관광객은 아예 받지 않겠다는 배짱과 다름없다. 관광업계의 이처럼 부실한 정보화는 국가적인 관광정보시스템의 부실로 그대로 이어진다. 관광업계를 대변하는 한국관광협회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지난 91년 한국일반여행업협회에 이어 96년 한국관광호텔업협회가 분리돼 나가면서 관광협회는 이름뿐인 허수아비가 됐다. 당국이 관광협회를 중앙회로 만들어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몇년째 모색하는 가운데 관광협회는 올들어 회비도 제대로 걷지 못해 결국 모자라는 직원을 더 줄이면서 임금도 몇달째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 흔한 인터넷 홈페이지는 생각지도 못한다. 관광협회는 관광의 날을 맞아 지난달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 25회 관광진흥촉진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신낙균(申樂均) 문화관광부 장관을 통해 「2001년 한국 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관광업계는 「우리의 결의」로 화답했다. 관광업계가 당면한 현실과는 아직 거리가 먼 「선포」였고 「결의」였다. 감원·체불·도산 같은 악몽에 시달리는 관광업계에게 2001년은 머나먼 21세기의 일처럼 여겨지고, 「결의」는 공허한 구호로 맴돌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이용관(李鎔官) 부회장은 지난 9월28일 열린 「전국 관광호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회」에서 『매년 관광진흥촉진대회에서 발표되는 정부의 격려는 언제나 그때뿐인 구호가 되고 만다』며 『金대통령의 관광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 행정기관은 소극적이다』고 질타했다. 한국관광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관광업계가 정부에 대해 특별한 배려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소비·향락산업이라는 인식만 바꾸면 된다. 관광산업만 따로 발전할 수는 없다. 다른 산업에 걸맞는 위상이 필요하다. 다른 것 할 때 관광을 고려해 주면 된다. 그러면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한번 더 웃으면 한명 더 찾아온다」는 멋진 표어를 만들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관광업계에서는 「한번 더 울면 1만명 더 찾아온다」는 자조섞인 농담이 유행했다. 관광 당국자가 예산 당국이나 국회에 가서 『한번이라도 더 울어주면 그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들은 관광업계를 위해 「울어주지 않는」 관광 행정을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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