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사설] SAT 부정 행위, 명단을 공개하라

미국 대학 입학을 준비해온 수험생 1,500여명이 날벼락을 맞았다. 5일 한국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수학능력시험(SAT)이 전격 취소됐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문제가 새어나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험 일정 취소는 1901년 SAT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각종 시험에서 한국인들의 부정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SAT 관련 부정만 이번까지 다섯 번이다. 미국공인회계사(AICPA), 미국 간호사자격증의 국내 시험이 무산되고 토익 시험은 아예 한국인 전용 문제가 새로 만들어졌다. 미국 대학들은 한국 학생이면 일단 의심부터 한단다. 분하지만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문제는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구조적인 학벌 중시 풍토와 성과 제일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렇다. 부정이 드러난 어학원이 지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득점을 보장해주는 곳으로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다. 이를 방치한다면 증오와 불신이 끝없이 커져가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우선 부정한 방법으로 미국 대학 입학에 성공한 학생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시민정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낙방생도 입시 결과에 승복하기 쉽지 않다. 정당하지 못한 승부를 경험한 이들이 주역이 되는 사회의 미래는 안 봐도 뻔하다. 해외 명문대학의 문을 두드릴 실력이 못되거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계층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더욱 냉소적인 사고로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구성원 전체가 불신에 빠진 채 반칙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기 쉽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강조했던 '사회적 자본'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사회는 경제발전은커녕 존립마저 힘들어진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당 어학원은 물론 학부모에 대해 세무조사 등 행정수단을 동원하고 명단을 언론에 흘려서라도 공개해야 한다. 국제적 망신이 누적되며 고쳐지지 않은 채 종국에는 나라의 근간이 무너질 판인데 팔짱 끼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