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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11월 18일] 금융회사의 고해(告解)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는 세상이다. 이제 CSR을 외면하면 소비자나 투자자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기업 임직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펼친다. 이러다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CSR의 범위는 쪼그라들고 말았다. CSR이라고 하면 그저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활동 정도로만 인식한다. 실제로 CSR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홍보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국 UC버클리대학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CSR을 ‘기업이 규제나 법규 도입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취하는 사전적 대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하지만 CSR을 단순한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여기다가는 역풍을 맞는다. 기업의 존재 이유나 목표를 망각한 CSR은 양두구육(羊頭狗肉)과 다름없다. ‘멜라민 파동’을 불러일으킨 중국의 우유회사 ‘멍뉴(蒙牛)’가 제아무리 사회공헌활동을 펼친다고 해도 ‘악덕기업’의 오명을 벗지는 못한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CSR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CSR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우리은행이 판매한 파워인컴펀드에 대해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하면서 손실금액의 50%를 배상하라고 조정 결정을 내렸다. 수수료를 챙길 욕심에 무리하게 펀드를 판매한 결과다. 사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물론 금융회사들은 앙앙불락(怏怏不樂)하는 모습이다. 키코(KIKO)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금융회사만 잘못했다는 주장이 난무한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맞는 말이다. 쏠쏠한 환차익에 재미를 붙여 필요한 물량 이상으로 키코에 가입했다가 패가망신한 후 은행에 책임을 돌리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펀드 수익률이 높을 때는 자신의 탁월한 선택에 만족을 표시하다가 펀드가 반 토막으로 전락하자 ‘은행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이런 기업이나 개인들이 금융회사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불과 1년 전만해도 “펀드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말이 나오면 금융회사 창구에서는 “수수료가 불만이면 온라인 판매를 이용하라”는 응답이 자주 튀어나왔다. 오프라인 판매 직원들은 전문성으로 무장한 고급 인력인 만큼 높은 수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오프라인에서 판매한 펀드나 온라인에서 팔린 상품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결국 금융회사들이 펀드를 팔면서 과도한 렌트(rent)를 통해 폭리를 취했다는 얘기다. 최근 은행권에 대한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 임직원의 급여 동결 및 삭감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런 부정적인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업의 급여 수준이 부가가치에 비해 높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금융회사 사람들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금융권의 노동생산성이 크게 향상됐고 고학력 전문가들의 비중이 높다”고 반박한다. 심지어 “삼성전자보다 은행의 노동생산성이 더 높다”는 주장도 들린다. 신뢰를 얻으려면 반성부터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잊은 게 있다. 금융업은 라이센스 산업이다. 진입 장벽이 아주 높다는 얘기다. 이런 폐쇄적인 시장에서 얻은 수익을 삼성전자의 이익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노키아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혈전을 펼치며 금자탑을 쌓고 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큰 이익을 올렸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 금융회사들은 기본적인 CSR을 게을리한 것에 대해 진솔하게 고해(告解)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금융회사들은 소비자들의 뇌리에 ‘멍뉴(蒙牛)’와 비슷한 존재로 각인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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