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 재협상이 걱정되는 이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오는 2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정부는 ‘재협상’이 아닌 ‘추가협상’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노동ㆍ환경을 중심으로 한 부분적 재협상으로 성격을 규정해도 무방할 듯싶다. 오히려 미국의 일방적 요구가 없었다면 열리지 않았을 협상임을 고려할 때 재협상이 추가협상보다 적절한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국의 입장만을 고려해 일방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가 얄밉고 거기에 끌려가는 우리 정부가 무기력해 보인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재협상 절대 불가를 외치면서 미국이 한국만은 신통상정책에 따른 재협상 대상에서 빼주기만을 바랐다. 재협상에 따라 양국간 이익의 균형을 달성한 성공작으로 평하며 지난달 공개했던 협정문은 곳곳에 빨간 줄이 생길 수도 있다. FTA 협정문의 수정과 삭제ㆍ추가와 함께 엄청난 논란을 동반할 재협상을 과연 우리 국회는 당당하게 제기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국민의 어깨는 더욱 처질 수밖에 없다. 협정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 의회는 수정을 밀어붙여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반면, 한국 국회는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FTA 타결 내용을 따라잡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학습조차 안 된 국회의원들이 FTA가 국익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정부가 합의한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평가해 재협상을 요구할 능력이 있을 리 없다. 정부에 변변한 요구사항조차 전달할 법 체계가 없으니 통상전략을 애당초 국회에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지도 모른다. 미측 재협상 요구를 지켜보며 또 하나 부러운 것은 정부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존중하는 자세다. 우리 국회가 재협상 추진을 설령 요구했다 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이행에 옮기려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협상을 주도한 정부 관료들의 마인드를 보면 미국 입장을 앞서 헤아리며 국회를 비난했을 개연성이 더 높다. 이달 말 한미 FTA 서명을 앞두고 국민들은 미국의 힘에 눌리고 내부적 능력과 협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본협상이 잘됐으며 재협상은 잘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