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이혼 후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할 양육비 부담이 지금보다 최고 56% 늘어난다.
서울가정법원은 이 같은 내용의 '2014년 양육비산정기준표'를 30일 공표했다. 양육비는 부부 합산소득(세전)과 자녀의 나이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새 기준에 따르면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배우자가 지급해야 하는 양육비는 지난 2012년과 비교해 7.93~55.98% 늘어났다. 예를 들어 월 합산소득이 400만원인 맞벌이 부부가 4세와 7세 자녀를 두고 이혼할 경우 기존 양육비 총액은 177만9,300원이었지만 새 기준으로는 206만7,000원이 된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배우자는 이 같은 양육비 총액에 대해 자신의 소득비율만큼 부담해야 한다.
평균 양육비 상승률이 가장 높은 합산소득 구간은 700만원 이상일 경우로 평균 38% 상승했다. 특히 부부 합산소득이 월 700만원 이상인 부부가 2명의 자녀를 두고 이혼했을 경우 0~3세 미만 자녀 1명의 양육비는 97만8,300원에서 152만6,000원으로 55.98% 올랐다. 가장 상승률이 낮은 구간은 부부 합산소득이 400만~499만원인 구간으로 평균 13.3%가 올랐다.
소득이 전혀 없는 비양육 배우자라도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최저양육비 역시 기존 대비 평균 26% 올랐다. 새 기준에 따르면 자녀의 나이 구간별 최저양육비는 △0~3세 미만 20만원 △3~6세 미만 23만9,000원 △6~12세 미만 18만5,000원 △12~15세 미만 31만3,000원 △15~18세 미만 34만3,000원 △18~21세 미만 31만4,000원이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배우자가 소득이 전혀 없는 무자력자라 할지라도 이 최저양육비의 절반은 반드시 부담해야 한다. 새 기준은 법원이 2012년 처음 제정된 양육비산정기준표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양육비 액수를 현실화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 기준에는 재판부가 양육비 총액을 결정할 때 고려할 만한 가산·감산 요소도 마련됐다. 예를 들어 양육비는 도시에 살 경우 더 늘어날 수 있고 농어촌 거주시에는 줄어든다. 자녀가 1명일 경우 양육비가 늘어나고 3명 이상이라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자녀가 이혼 전 부부 합의하에 예체능 교육 등을 받고 있어 고액의 교육비가 필요한 경우, 자녀가 중증질환을 앓고 있어 고액의 치료비가 필요한 경우, 부모의 소득 외 보유자산이 많은 경우 등은 양육비 총액이 늘어날 수 있다.
소득 외 재산이 많아 양육비가 가산된 경우 늘어난 양육비 부분은 가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배인구 부장판사는 "부모의 이혼이 아이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기준을 정하는 대원칙이었다"며 "기준표가 양육비 산정의 가이드라인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육비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를 회피하면 소송을 통해 받아낼 수 있지만 국민정서상 실제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2013년 실태조사를 한 결과 아이를 키우지 않는 배우자에게서 단 한 차례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이혼남녀가 전체의 83%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가부는 이혼 후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배우자가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최장 9개월 범위에서 양육비를 선지급한 후 전 배우자에게 구상하는 내용의 '양육비 이행확보' 법을 내년 3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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