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되돌아본 98경제] 재계 대변혁

재계 입장에서 98년은 악몽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보다 끔찍한 일이 없었고 많은 희생도 치렀다. 그러고도 늘 골칫거리라는 비난을 면치못했다.그렇다고 다가오는 99년이 올해보다 나으리란 희망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분명한 건 단군이래 최대 격변이었다는 올해보다도 엄청나게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정도다. 재계가 지내온 98년을 되돌아보면서 99년에 닥칠 일들과 과제를 점검한다. ◇98년에 겪을 변화는 올해초에 이미 예견됐다 = 기업구조조정의 방향은 분명했다. 지난 1월13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5대그룹 총수들을 불러모아 5개항의 합의문을 이끌어냈다. 자발적 합의라기보다는 金당선자의 의지, 즉 오랜 기간동안 생각해온 「새로운 기업」의 모델을 강력히 제시,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개선 주력업종 선정및 사업구조조정 경영의 투명성 제고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책임강화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 5개항은 나중에 부채비율 200%이내 감축, 다른 업종간 상호지급보증 연내해소, 빅딜(대규모 사업교환)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회계기준 강화,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상법·증권거래법개정 등으로 현실화했다. 金대통령의 의지는 그만큼 확고했고 재계는 그런 의지가 어떤 식으로 정책화할지를 예의주시했다. 물론 5개항이 정부 정책으로 구체화하면서 상당한 논란이 일었고 재계가 일관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큰 그림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구조조정은 이렇게 진행됐다 = 우선 상호지급보증 해소는 지나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규 채무보증을 전면금지하고 기존 채무보증은 2000년3월까지 완전 해소토록 하면서 구체화했다. 물론 금융기관이 계열사에 채무보증을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됐고 결국 30대 그룹은 채무보증 총액을 약10조원 가량 줄여야했다. 지난 5월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우리 기업도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외국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다』며 던졌던 화두는 곧 『부채비율을 200%%이내로 낮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식으로 굳어졌다.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5대 그룹의 부채비율은 97년말 438%에서 올연말 300%대까지 하락할 전망이고 최근엔 내년까지 부채비율을 200%이내로 맞춘다는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금융권과 체결하기도했다. 재벌계열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그릇된 신화는 지난 6월말 금감위가 55개 퇴출기업명단을 일괄발표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이때의 55개 기업 중 25개사는 청산, 10개사는 매각절차가 진행 중이고 13개사는 합병, 2개사는 법정관리 중이다. 나머지 5개사는 정리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6대이하 그룹의 부실계열사에 대해서는 「기업을 청산했을 때보다 자금을 지원해줘 살아날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될 경우」 워크아웃대상으로 지정됐다. 11월말 현재 24개 계열의 65개 기업과 11개 중견기업이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돼 수술대에 올랐다. 이들의 운명은 채권금융기관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 된 것이다. 워크아웃은 중소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10월중순 금융권은 2,186개 중소기업을 검토대상으로 올려 정밀분석에 나섰고 상당수 업체가 워크아웃을 실천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제도는 대폭 손질됐다. 회사정리법은 정리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기간도 단축하는 방향으로 개정됐고 인수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증권거래법과 공정거래법, 법인세법, 외국인투자법 등이 전면 개정됐다. 구조조정을 위해 자산을 파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조세감면규제법이 개정됐고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 새로 만들어졌다. ◇재계판도가 달라졌고 앞으론 더 많이 달라진다 = 빅딜이 재계판도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직전 빅딜론이 제기됐다가 시장경제원리에 맞지않는다는 반발에 밀려 유야무야됐지만 결국 불씨가 남아 6월10일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이 빅딜 임박설을 흘리면서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이후 빅딜논의가 급진전됐고 9월초 5대 그룹은 항공·유화·철도차량·정유·발전설비·선박엔진·반도체 등 7개 업종 빅딜에 합의했다. 이후에도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빅딜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 7일 金대통령이 주재한 정·재계간담회에서 빅딜을 포함한 구조조정 윤곽에 최종합의했다. 12·7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면 재계는 「독립기업 연합체」로 탈바꿈한다. 상호지급보증 등 자금을 매개로 한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개별 기업이 나름의 생존방안을 모색해야할 처지다. 5대 그룹은 이제 3∼5개 주력업종에만 매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는 현재의 절반이하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 비주력 업종은 매각이나 분사 등을 통해 정리된다. 5대 그룹이 빅딜로 대표되는 홍역을 치르는 동안 6대이하 그룹과 중견·중소기업들은 생존자체를 위협받았다. 6대이하 30대 그룹 가운데 온전한 그룹을 찾기 어렵고 중견기업들도 저마다 구조조정을 시대의 대세로 받아들이며 말 그대로 뼈를 깎고있다. ◇재계에 주어진 과제 = 재계라는 용어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 지도 관심꺼리다. 「재벌」이란 한국적 존재에서 파생된 재계라는 용어대신 산업계가 더 자주 쓰일 지 모른다. 기업구조조정을 이끌고있는 정부나 금융계가 「재벌해체」라는 극단적 용어의 사용을 극도로 꺼리고 있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지않다.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재벌이 어느새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암적 존재로 내몰렸지만 올해 상황만 놓고보면 실상에 비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비쳐진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과제는 분명하다.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가다보면 우리 기업은 비효율적인 선단식 경영에서 탈피, 경쟁력을 키우게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누구나 합리적인 판단아래 기업에 투자할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평을 사온 불투명한 경영관행이 제거되면 기업들은 외자유치에 탄력을 얻게된다. 적자 계열사를 떨어내는 대기업들은 홀가분하게 국제경쟁에 나설 수 있다. 금융권의 자금지원과 출자전환은 사실 기업이 살아나는데 도움이 되는 만병통치약이지 절대 독(毒)이 아니다. 금융권 일각에서 기업구조조정이 기업들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며 반발하는 상황도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재계가 토로하는 현실적인 한계를 정책에 얼마나 반영하는가는 정부의 몫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