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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쇠고기 재협상 시도도 않고 포기해선 안돼"<br>쇠고기가 우선… 다른 민생현안 논의못해 안타까워<br>수출 드라이브, 물가급등 한몫… 환율정책 시정을<br>국민이 신뢰하는 통합·화해의 인사가 인적 쇄신



“여야가 모두 쓸데없는 돌부리에 차였습니다. 안타깝고 억울합니다.” 원혜영(57ㆍ사진)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는 요즘 어느 누구보다도 답답하고 복잡한 심정이다. 당의 야전사령관으로서 활발한 국회 활동을 하고 싶지만 쇠고기 사태라는 ‘돌부리’에 걸려 국회 개원에 협조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했다. 국민건강권을 지키려고 당의 장외투쟁을 결정했다가 민생국회를 외면한다는 오명까지 감수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쇠고기 사태 해결의 소득도 없이 국회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진퇴양난의 원 원내대표가 기댄 곳은 결국 민심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라”고 주문했다. “쇠고기 재협상 없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나갈 수 없다”고 압박했다. 그는 민주당이 아직 국민들에게 대안정당으로서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아직 멀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8일 국회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쇠고기 실타래’의 한 자락을 쥐고 있는 그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18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표방하는 정당은 어떤 모습입니까.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과 올해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냉엄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있는 정책정당입니다. 우리가 워낙 오랫동안 신뢰를 잃어왔기 때문에 한꺼번에 (회복)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차근차근 신뢰 회복을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실천하겠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국회 원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데 민주당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학생들까지 나서서 검역주권과 건강권을 되찾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것보다 더 중차대하고 시급한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는 원 구성 협상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한나라당이 동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면 미국 측이 전제조건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국 간의 ‘쇠고기-FTA 빅딜’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잘못된 쇠고기 협상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예견되는 부작용이나 우리에게 생기는 반대급부 등이 있겠지만 ‘그런 것 때문에 잘못된 쇠고기 협상을 바로잡지 못하겠다’는 것은 합리화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야당도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쇠고기 재협상을 미국이 거부할 수도 있는데요.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가 먼저 단정하면 싸워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꼴이 됩니다. 초기에 우리 정부가 그랬습니다. 국민들이 불안해 하면 국정 불신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한미 관계 발전을 저해할 우려도 있습니다. 미국 축산농가도 기왕이면 ‘안전한’ 쇠고기를 한국에 많이 파는 게 이익이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미국 측이 3%(자국에서 거의 소비되지 않는 30개월 이상 쇠고기)까지 팔려고 하다가 우리 국민들로부터 거부감을 사서 나머지 97%(20개월 미만 쇠고기)의 육우시장까지 잃게 될 상황입니다. 협상이라는 것은 윈윈(win-winㆍ상호 이익)하는 것 아닙니까. 잘 설득하면 미국 축산농가들과 한국 소비자들의 이익이 타협과 양보를 통해 만나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전국적 장외투쟁을 본격화했는데 장외투쟁은 언제까지 계속됩니까.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광우병유발특정위험물질(SRM) 등 위험요소를 배제하는 것을 한미 재협상을 통해 확보할 때까지 장외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고유가ㆍ고물가로 민생고가 심각합니다. 민생법안 처리를 전제로 한시적ㆍ제한적 개원을 하는 것은 어떤지요. ▦민생현안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쇠고기입니다. 그것을 배제하고서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고유가 등의 물가 문제가 화급하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것도 우리가 억울한 점이 있습니다. (물가급등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국제유가 앙등이 20~30% 정도라고 봤을 때 또 다른 10%는 환율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정부가 처음부터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달러 값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추진한 것 아닙니까. (서민 물가부담을 덜기 위해) 국회를 열어 세법 개정 등을 해야겠지만 그보다는 먼저 정부가 환율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금의 유가ㆍ물가 위기는 정부가 스스로 초래한 것입니다. 수출을 더 하겠다고 물가를 올려 서민들 등뼈를 휘게 하는 것이 어떻게 서민을 위한 정치이고 민생정치입니까. 먼저 정부가 잘못된 환율정책을 시정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포함한 대대적인 국정쇄신을 검토하고 있는데 국정쇄신에 꼭 담아야 할 내용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대통령의 보좌진이 ‘고소영(고대ㆍ소망교회ㆍ영남 출신)’ ‘강부자(강남 땅부자)’로 보이지 않도록 포용적이고 통합과 화해의 인사가 필요합니다. 돈 많은 강남에 살거나 고소영 출신이 아닌 사람들 중에도 나라를 위해 일할 분들이 많습니다. 적재적소에 인물을 잘 배치해 함께 일할 수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합니다. 또 국민들이 신뢰하고 존경하며 편향되지 않는 통합의 인사가 쇄신이 아닐까요. 그 부분만 잘되면 다른 부분도 잘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점수를 매긴다면 얼마를 줄 수 있습니까. ▦처음에는 국정이 헝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서 예의상 ‘C’학점을 드리려고 해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 하실 것 같아요. (웃음) 100일은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얼른 재시험을 보는 게 낫죠. -한나라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약세입니다. 민주당이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기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그래서 국민이 무섭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상대(정부ㆍ여당)의 실수가 내 발전의 근본’이라고 믿게 되면 곤란합니다. 우리 스스로 거듭나고 새로운 자세로 신뢰를 하나 하나 회복해가는 과정이 없다면 대안세력도 수권세력도 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당이 반성을 통해 거듭나야 하고 말만이 아니라 정말로 서민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오랫동안 쌓였을 때 국민의 신뢰가 나타날 것입니다.
◇약력

▦1951년 경기 부천 ▦경복고, 서울대 역사교육학 ▦풀무원 창업(1981~1986년) ▦14ㆍ17ㆍ18대 국회의원 ▦민선 2~3기 부천시장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ㆍ최고위원ㆍ사무총장 ▦한양대ㆍ가톨릭대 겸임 교수 ▦17대 국회 예결위원장

원혜영은 누구 투사·기업인·행정가등 각분야 두루 거친 '화합형 리더' 원혜영 통합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원내대표에 선출되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체적으로 '원만하다' '합리적이다' '유연하다'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를 깊이 아는 이들의 입에서는 의외로 '투사기질이 있다'거나 '혁명가다'라는 수식어가 나온다. '성공한 다선 의원' '화합형 리더'로 알려진 그는 어떻게 반골의 유전자(DNA)를 갖게 됐을까. 지인들은 그의 부친이자 사회 원로인 원경선 환경정의시민연대 이사장의 정신적 영향을 꼽는다. 원 이사장은 6ㆍ25전쟁 직후인 지난 1955년 경기 부천에서 생명 사랑의 기독교 정신에 기초를 둔 공동체 농장을 설립, 풀무원으로 이름 짓고 성경공부와 유기농 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ㆍ환경 분야의 저항운동가였다. 원 원내대표는 1971년 서울대 교양과학부 학생회장을 맡아 반독재 운동에 참여하며 저항정신을 표출했다. 시국사범으로 쫓기던 그는 두 차례 복역하는 고초를 겪었다. 그가 기업에 눈을 뜬 것은 1980년대 초 부친의 농장에서 생산한 유기농 채소와 두부ㆍ야채효소 등을 판매하기 위해 서울 압구정동에 판매점을 내면서부터다. 이것이 풀무원식품으로 규모가 커져 종합식품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풀무원식품의 돈이 야당 정치자금으로 흘러갔다고 의심한 공안당국의 압박 때문에 회사에서 손을 떼고 1983년부터 공동경영을 해온 남승우 현 풀무원 대표에게 사업권을 모두 넘겼다. 그는 당시의 경험으로 이른바 '고객의 니즈(needsㆍ요구) 맞춤 경영'에 대한 식견을 갖게 됐고 이것이 민심을 읽는 정치인으로서의 소양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후 부천시장을 두 번 지냈고 올해로 세번째 금배지를 달았다. 행정가와 정치인을 두루 거치며 정치를 보는 식견이 한층 넓어졌다. 18대 국회에서 중책을 맡은 그의 포부는 "국회의 획일주의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에 전문분야별 소위원회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설화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전문 소위원회 제도 도입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전문성을 해당 부처 장관과 국장 뺨치게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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