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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도 이겨내는 친환경 볏짚하우스

환경성과 내구성은 물론 단열, 통풍, 방습, 방음 능력 탁월<br>유럽·미국·호주 등지에서 각광

볏짚하우스는 환경성은 물론 단열, 통풍, 방습, 방음 능력이 기존 주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하다. 외부 충격에 따른 흡수력도 뛰어나 벽돌집이 무너질 정도의 지진도 거뜬히 견뎌낸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친환경성은 주택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됐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최근 유럽과 미국, 호주 등지를 중심으로 미래 친환경 생태주택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볏짚 하우스(straw-bale house)’다. 고강도로 압축한 볏짚을 벽재로 사용하는 이 볏짚하우스는 환경성은 물론 단열, 통풍, 방습, 방음 능력이 기존 주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하다. 외부 충격에 따른 흡수력도 뛰어나 벽돌집이 무너질 정도의 지진도 거뜬히 견뎌낸다. 지푸라기의 환골탈태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를 보면 부모로부터 독립한 삼형제가 각자의 집을 짓게 된다. 첫째는 지푸라기 집, 둘째는 나무판자 집, 셋째는 벽돌집을 짓는다. 그렇다면 이들 중 가장 튼튼하게 집을 지은 돼지는 누구일까. 동화 속 이야기대로라면 벽돌집을 지은 막내가 정답이다. 상식적으로도 지푸라기나 나무보다는 벽돌이 모든 면에서 훨씬 강한 건축 자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상식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의 친환경 건축가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막내가 아닌 첫째 돼지의 지푸라기 집이 환경적으로 우월한데다 내구성, 내충격성 부분에서도 훨씬 우수한 집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환경성이야 재론의 여지가 없다지만 지푸라기 집이 벽돌집보다 튼튼할 수 있다는 이 주장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놀랍게도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틀림없는 사실이다. 벽돌 보다 강한 지푸라기 집의 비밀은 최근 새로운 친환경 생태주택 건축기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볏짚 건축(straw-bale)’ 기술에 있다. 볏짚 건축은 글자 그대로 볏짚을 이용해 집을 짓는 것을 말한다. 좀 더 정확히는 집의 모든 벽채를 볏짚으로 만든 집이다. 하지만 여기에 쓰이는 볏짚은 자연 상태의 그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주택의 벽채로서 지녀야할 충분한 강도와 내구성을 갖췄다. 이를 위해 동원되는 것이 베일러(baler)라고 불리는 유압식 짚 압축기. 이 베일러를 통해 짚단을 직사각형 형태로 고강도 압축한 뒤 이를 레고 블록처럼 쌓아올려 집을 짓는다. 이렇게 탄생한 볏짚 하우스(straw-bale house)는 지진에도 끄떡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사실 지푸라기는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애용해 온 가장 오래된 주택 건축자재의 하나다. 구하기 쉽고, 다루기도 용이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지푸라기는 자재로서의 효용성을 잃고 나무, 돌, 쇠, 콘크리트 등에 자신의 자리를 내줬다. 현대 주택의 재료로 활용하기에는 강도가 너무 약한 탓이다. 이에 따라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축사료나 장식품 재료 정도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처럼 건설업계에서 은퇴(?)했던 지푸라기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이 지구 생태계의 존망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달으면서 지푸라기가 친환경 자재로서 급부상하게 된 것. 20세기 말 등장한 볏짚 하우스 또한 이 같은 시대적 배경이 뒷받침됐다. 이 볏짚 하우스의 효시는 미국 네브래스카 주 샌드-힐(sand-hill) 지역이다. 마땅한 건축자재를 구하기 어려웠던 이 지역 주민들이 주변에 넘쳐나는 압축 볏짚으로 창고를 짓기 시작한 것. 그런데 이렇게 대충(?) 만든 건물들이 수십 년이 넘도록 온갖 자연재해를 이겨내고 거뜬히 제 모습을 유지하자 친환경 건축가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빌딩 엔지니어링과 접목돼 지금의 친환경 볏짚 건축기법으로 승화됐다. 구체적으로 볏짚 건축기법은 벽채를 쌓아올리는 방법에 따라 크게 네브래스카 스타일인 ‘로드베어링(loadbearing)’ 방식과 ‘포스트 앤 빔(post & beam)’ 방식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볏짚 자체의 힘을 활용하는데, 압축 볏짚을 원형 또는 사각형으로 쌓은 뒤 지붕을 얹어 2차 압축을 하고 진흙을 발라 외부 미장 공사를 하는 형태다. 초창기 기술이기는 해도 100년전 이 방식으로 지어진 집들이 네브래스카에 건재해 있으니 내구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포스트 앤 빔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으로서 나무로 기본 골조를 세운 뒤 그 사이에 압축 볏짚을 끼워 넣어 볏짚이 받는 하중을 최소화시켰다. 이후 볏짚과 나무를 망사형 철사로 묶은 다음 점토, 석회반죽, 시멘트, 석고 등으로 미장 공정을 수행한다. 50㎡ 이상의 중대형 건물에 부적합한 로드베어링법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현 볏짚 하우스의 대부분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편의성과 안전성도 갖춘 생태주택 볏짚 하우스의 최대 장점은 친환경성이다. 내·외장재를 제외한 집의 거의 모든 구조를 자연 재료로 만들어 인체에 유해한 환경물질을 전혀 내뿜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에 좋고, 친환경적이라고 하더라도 생활하기에 불편하다면 집으로서의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환경과 건강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원시인처럼 동굴 속에서 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볏짚 하우스가 기존의 친환경주택 및 전원주택들과 차별화된 점이 바로 이것으로 볏짚 하우스는 환경성과 편의성, 안전성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열성은 단연 최고다. 볏짚 사이에 들어있는 공기층이 스티로폼과 같은 화학 자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력한 단열효과를 발휘한다. 미국의 유명 볏짚 건축가로 손꼽히는 댄 스미스는 “미장공정을 모두 마친 볏짚 벽채의 두께는 약 60cm 정도인데 연구결과, 이 정도의 압축 볏짚 벽은 직경 50cm의 목재와 단열능력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볏짚 하우스는 현존하는 웬만한 고단열 주택보다 단열성이 2~3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에서 방한 능력 또한 탁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볏짚 하우스 거주자인 예술가 고든 스메트는 “평균 온도가 38℃에 육박했던 지난해 여름에도 이 집의 실내 온도는 26℃ 이상 오르지 않았다”며 “볏짚 하우스로 이사 온 뒤로는 한번도 에어컨을 켠 적이 없어 적지 않은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볏짚 하우스는 볏짚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방습, 탈취, 통풍, 방음 등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주방에 환풍기를 달지 않아도 음식냄새가 자연스럽게 제거되며 가습기 없이도 실내 습도가 최적의 상태로 조절된다는 얘기다. 재료가 재료이니 만큼 화재에 취약할 것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산이다. 자연 상태의 볏짚은 불씨 하나만으로 잿더미가 되지만 볏짚 하우스의 고밀도 압축 볏짚은 지속적인 연소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공기(산소)를 함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댄 스미스는 “신문지는 라이터로도 불이 붙지만 밀도가 높은 전화번호부는 토치를 써도 불이 붙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며 “화기가 외장재를 뚫고 들어온다 해도 불길이 번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LA 대지진에도 건재함 과시 볏짚 하우스의 메리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방재 능력과 함께 일반인들의 상식을 깨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막강한 내진(耐震) 능력이 그것이다. 최근 볏짚 하우스가 궁극의 친환경 주택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도 이 같은 강력한 내진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된데 힘입은 바 크다. 건축학자들이 볏짚 하우스의 내진 능력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94년 발생한 로스앤젤레스 대지진에 의해서다. 70여명의 사망자와 400억 달러(4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산 피해가 발생했던 이 지진에서 교량과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힘없이 무너져 내린 것과 달리 일체의 내진 설계도 없었던 볏짚 하우스는 아무런 손상 없이 진도 6.7의 강진을 버텨낸 것. 이후 과학자들은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볏짚 하우스가 지닌 내진성의 근원을 강하지만 부드러운 압축 볏짚의 특성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실제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압축 볏짚으로 만든 두께 60cm의 벽채는 폭 1m 당 약 890kg의 중량을 지탱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밀도로 압축할 경우 이를 최대 5,950kg까지 높일 수 있다. 압축 볏짚 위에 다 자란 코끼리 1마리와 북극곰 1마리를 동시에 올려놓아도 부서지지 않고 견뎌 낸다는 뜻이다. 반면 압축 볏짚은 나무나 돌에 비해 유연하다.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손가락을 찔러 넣을 수도 있다. 내부에 공기층까지 들어있어 외부의 충격 에너지를 자체 흡수하는 능력이 월등하다. 바로 이 같은 볏짚의 유연성이 지진의 공격으로부터 집을 지켜주는 천연 에어백의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버클리대 출신의 생태건축가 디트마르 로렌즈는 “외부에 덧칠 된 진흙이나 시멘트, 석회가 떨어져 나가도 볏짚 자체의 내진 능력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지진에 의해 집이 완전 붕괴될 개연성은 극히 낮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고강도 합판을 능가하는 충격 에너지 흡수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벌, 삼벌에 이르기까지 미장의 횟수를 늘리고 대나무, 종이, 쌀겨 등을 보강재로 사용하는 최근의 추세도 압축 볏짚의 내진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라며 “볏짚 하우스는 일본, 중국, 파키스탄, 몽골 등 지진발생 빈도가 높은 국가의 주민들에게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층설계, 방수 등은 과제로 남아 그렇다고 볏짚 하우스의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볏짚 하우스는 압축 볏짚을 쌓아 만든 내·외벽으로 천정의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다. 때문에 현재의 기술로는 2층 이상의 주택을 짓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내·외벽의 힘만으로 천정과 2층 바닥의 무게를 동시에 감당하는 것은 안전성 측면에서 위험할 수도 있다. 장마철 등 습도가 높은 날씨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에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외장재와 방수재 만으로는 외부의 수분 침투를 완벽히 차단해 내기가 어려운 탓이다. 자칫 방수재가 깨져 빗물이 스며들기라도 하면 내부의 볏짚이 썩어 주택의 내구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이에 따라 볏짚 하우스를 건축할 때에는 무엇보다 방수공사를 철저히 해야 하며, 거주자들은 장마철이 다가올 때마다 방수 능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볏짚 하우스의 도입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데 모든 환경건축가들이 의견이 일치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단점은 보강되고 장점은 강화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댄 스미스는 “볏짚 하우스의 최대 장점은 건축기법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 노력의 결과물로서 머지않아 볏짚과 유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마, 삼 등을 소재로 한 건축법들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젠가는 볏짚으로 만들어진 고층빌딩이 모습을 드러내게 될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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